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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난달 16일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법조비리와 관련해 "각별한 믿음을 아끼지 않으셨던 국민이 받았을 실망감과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면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존경하는 대법원장님! 먼저 공개적인 글로 안부를 전하는 것이 대법원장님께 누를 끼치는 일이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우둔한 제 마음이라도 꼭 전해드리고 싶은 욕심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대법원장으로 지명되시고 뵈었으니 1년이 지났습니다. 그날 하 목사님과 점심을 하면서 제가 신학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아주 단호하게 "목회할 사람은 당신 아니래도 많아. 바르게 정치할 사람이 필요해"라고 꾸중어린 목소리로 열심히 지역에서 활동하라고 하셨습니다.

국회 인준청문회를 꼼꼼히 지켜보면서 안도와 뿌듯함을 느꼈고 취임 일성으로 유신으로부터 5공까지 아니 지금까지 잘못된 판결을 거울삼아 신뢰받는 사법부로 만들겠다고 하신 말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법조비리로 현직 부장판사가 구속되는 사법부 초유의 일은 어찌 보면 벌써 있어야 할 일인데 대법원장님 앞에 그 일이 생긴 것은 모든 일이 하나님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법원장님의 대국민사과 모습을 보면서 그것은 단순한 사과가 아니라 국민을 섬기지 못한 것에 대한 회개였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굳은 결심이었습니다. 백성을 섬기는 것 그것은 곧 십자가의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대법원장님을 통해 느끼게 되었습니다.

요즘,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다지도 아우성인가? 그때 광주지방법원에서 하신 연설을 꼼꼼히 읽고 또 읽어 보았습니다. 저는 그 사람들이 충분히 노할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애초부터 적대적인 언론은 그것을 십분 이용했습니다. 허나 바리새인과 제사장과 장로들을 독사의 자식들이라 했을 때 백성은 분노하지 않았습니다.

"검사실은 밀실이다. 수사기록을 버려라."

그렇습니다. 검사실은 밀실입니다. 즉 아무나 드나드는 곳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판사실도 밀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밀실이라는 말에 아직도 안기부, 보안사 지하 수사실을 연상하고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밀실의 강도는 다르지만 밀실은 밀실입니다. 고문과 불법 감금이 있어야만 밀실은 아닙니다. 그래서 공판중심주의, 구술중심주의, 심리중심주의, 신중한 영장 발부와 증거제일주의를 말씀하신 것이고 이는 판결의 ABC인데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변호사는 사람을 속여 먹으려고 말장난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민사소송에서는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형사소송에서도 대법원장님 표현 대로 실제로 "하고 싶은 얘기 다 감추고 무색무취한 이야기만 써놓는 것"이 다반사 아닙니까?

대법원장님! 제 선거법재판 와중에 '간첩암약' 광풍이 불고 간 후 의원직 박탈이라는 항소심 결과가 나왔었을 때 흔쾌히 대법원 상고심 변론을 맡아주셨습니다.

1심때 찾아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하시면서 제가 썼던 책 <한탄강에 서면 통일이 보인다>를 하루저녁에 다 읽으셨노라고 저에게 편한 맘을 갖게 하셨던 자상함과 제가 "수임료는 얼마나…?"라고 말끝을 흐릴 때 웃으시면서 "이 의원 돈 없잖아?" 하시던 사랑을 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재판진행이 궁금해 식사라도 같이 하실 때면 언제나 "이 의원 우리 기도합시다" 제 손을 모으게 하시고는 언제나 "하나님 우리는 아무런 힘도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판결을 받던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기도 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나는 국회의원 그만 두어도 좋다 이런 분이 대법원장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기도를 했습니다. 대법원장님은 "이 의원 상고이유서는 내가 직접 썼으니 잘 읽어봐. 왜 재판을 그렇게 받았어?" 하시면서 안타까운 눈으로 저를 나무라기도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뜻으로 저는 상고심에서도 기각되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대법원장님은 저에게 전화를 하셨습니다. 그때 그 목소리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 의원 한 번 만나 응, 서울 한 번 나와" 그 후 두 번인가 뵙고 대법원장 취임 후에는 언론을 통해서만 만나 뵙고 있습니다.

정신없이 돌팔매를 맞고 초라한 저에게 보잘 것 없던 정치초년생에게 그렇게 따뜻하게 대해 주셨던 대법원장님께서 이제는 진정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저 언덕을 향해 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제 마음도 무겁기가 천근만근입니다. 성경은 법전 위의 법전이고 국민섬기기를 하나님처럼 해야한다는 고상한 신념은 언제나 대법원장님을 십자가를 붙들게 하신 이유일 것 같습니다.

대법원장님의 이번 발언은 국민들의 법원과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감정을 대변하신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법원의 우위를 강조하고 싶음도 아니었고 검찰과 변호인의 인격을 폄하하기 위함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단지 이 나라에서 행해지는 판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선지자의 말이었습니다.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 판사, 검사, 변호사가 피고, 원고, 의뢰인의 신뢰를 얻는 것, 이것이 백성이 살고 법원과 검찰과 변호인이 다같이 사는 것이라고 호소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이미 국민들은 대법원장님의 진심을 알아버렸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알고 계십니다. 검찰과 변호사 단체도 조용히 새로운 사법시대를 맞이하는 자성과 결단의 마음들을 갖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법의 선·악에 관계없이 백성의 수용성은 그 체제의 존폐 조건입니다. 진정 이 나라와 사법부를 사랑하는 대법원장님의 간절한 기도가 이 새벽에도 들리는 듯 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게 판단하고 공평하게 생각하며 억울한 자가 없게 하려고 하는 법조인들에게 억울함을 없게 하기 위한 대법원장님의 진정성을 검찰도, 변호사들도 다 공감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국회가 좋은 법을 만들어야지 그게 우리보다 더 중요해"라고 하시던 말씀 지금도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 이철우 의원
대법원장님 힘내십시오. 국민은 언제나 정의로운 길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함께 하는 자 아닙니까? 하나님은 지금 당신을 통하여 우리의 양심을 재판하고 있습니다.

2006년 9월 25일
한탄강가에서 당신의 의뢰인 이철우 올림

덧붙이는 글 | ※이 글이 재판장님께 누가 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으로 아니 기도하는 마음으로 전합니다. 때가 되면 만나 뵙고 지혜의 말씀을 듣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내내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 하길 기도하면서 펜을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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