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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 총리가 과감한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희망한국 국민연대' 창립총회에서 고건 전 총리가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고건 전 총리가 과감한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희망한국 국민연대' 창립총회에서 고건 전 총리가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고건 전 총리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고 전 총리가 지난 20일 LA방문 중에 한국특파원들과 만나 "어떤 방향이든 연말에 우리의 정치질서에도 구조조정하는 움직임이 태동하리라고 느끼고 있다"고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그가 '답답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왔다는 점에서다. 때문에 파장은 더욱 커졌다.

고 전 총리 캠프에서 '신중론'쪽에 서 있던 한 최측근 인사도, 이전과는 다른 강도높은 발언을 했다.

앞으로의 고 전 총리의 행보를 '숙려우행'(熟慮斷行, 실행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하고,실행할때는 과감하게 한다)이라고 표현한 이 측근은 "고건에게 저런 면이 있나 할 정도로 앞으로의 목소리와 행보가 달라질 것이다"며, "더 미룰 필요가 없기 때문에 10·25재보선에도 분명하게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숙려우행'... 과감해진 고건

그는 "어차피 현재 구도로 대선이 치러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12월에 정기국회가 끝나고 나면 빅뱅이 있을 것"이라면서 "각 세력이 이니셔티브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고 전 총리가 내세운) 중도개혁 실용주의에 대해 정치권내에서 상당히 의견이 좁혀져 있다"고도 했다.

고 전 총리의 다른 측근은, LA발언에 대해 출국 전에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지만 사전에 준비한 발언인 것이다.

이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은 위기감의 반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캠프내의 '신중론'과 '적극론' 사이에서 최근 지지도가 '2강1중'수준까지 떨어지고 3위 고착 양상이 나타나자, 적극론이 힘을 얻으면서 본격적인 승부에 나섰다는 것이다.

발언 시점도 흥미롭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이틀 전인 20일 당원 모임에서 "12월 초가 되면 한나라당의 수구보수대연합에 대응하는 민주개혁대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자리를 펴놓은 것이다. 앞서 12일에는 김한길 원내대표가 고 전 총리를 만났다. 양쪽을 잘 아는 인사가 "두 분이 만나서 얘기하는게 좋겠다고 해서 식사했다"는 것이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이 자리의 화제는, 열린우리당이 회생책으로 고민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제)였다. 고 전 총리는 이 제도를 "대선후보 선정을 위해 진일보한 제도개선"이라고 평가하면서 "그래도 어느 정도 열리우리당 기득권이 작용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고 전 총리쪽에서 오픈프라이머리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다. 고 전 총리는 김 원내대표가 "중도개혁 세력 연합에 힘을 모아달라"고 하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고건 정계개편 발언, 유도해낸 측면 있다"

김 원내대표는 고 전 총리와의 회동에 대해 "(김근태) 의장께도 사전에 말씀 드렸다"며 "앞으로 예상되는 정치적 변화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비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종종 함께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와의 만남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김 의장의 '정계개편 발언'과 김한길 대표의 회동에 대해 "저쪽 캠프의 위기 분위기를 캐치해서, 유도해 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양쪽 다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겠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내년 봄 통합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데 당내에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며 "정권을 내준다는 절박감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와 손 잡은 뒤 민주당과 통합해 내년 봄쯤 신당을 만든 뒤, 그 여세를 몰아 오픈프라이머리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논의에서 최대쟁점은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직계세력)을 빼놓고 가자'는 배제론과 '노 대통령이 대세 인정하고 순응한다는 조건하에 같이 간다'는 의견의 대립이다.

"노 대통령 빼고 가자"..."대세 순응 조건 하에 같이 가자"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 오마이뉴스 이종호
현실적으로는 '죽으나 사나' 노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15%정도의 고정지지층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부분이다. 배제론쪽은 노 대통령의 고정지지층은 어차피 한나라당쪽으로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수도권 중산층 확보'를 위해, 영남지역 지분이 많은 노 대통령을 빼놓고 가야한다고 본다. 민주당과 함께 할 경우 반드시 불거지게 될 분당책임론도 노 대통령에게 미룰 수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현실적인 힘과 아울러, 명분의 문제도 남는다. '지역주의 청산'을 기치로 내걸었던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는 점이다.

열린우리당의 다수와 고건 전 총리, 민주당 등이 합치는 큰 정치세력이 만들어지고, '수구적인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줄 수 없다'는 현실의 깃발을 들어도, 여전히 지역주의 청산과 새정치의 명분은 노 대통령이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은 지난 8월 6일 김근태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만나 "퇴임 이후 당에 돌아가고 싶은데 고문이라도 시켜 달라"며 "당의 중심과 주변에서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24일 여당 재선의원들과의 만찬에선 "열린우리당을 한국정치의 '양대 산맥'으로 키워가자"고 당부했다.

최근 들어 당과 지지자들도 부쩍 챙기고 있다. 청와대 참모회의에서는 "싫으면 자기들이 나가면 된다"고도 했다. 열린우리당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친노직계세력이 당에 남거나 '노무현 신당'이 만들어진다 해도, 각개 약진하다 최종 순간에 '후보단일화'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정계개편 논의가 깊어질수록 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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