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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에 시작되는 '백투스쿨 나이트'
저녁 7시에 시작되는 '백투스쿨 나이트' ⓒ 한나영
"숙제는 매일 있나요?"
"퀴즈와 테스트는 몇 번이나 보나요?"
"프로젝트는 언제가 마감인가요?"


누가 한 질문일까? 질문 내용으로 봐서는 당연히 학생이 한 질문일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위의 질문은 '백투스쿨 나이트(Back –to-School Night)'에 온 학부모가 교사에게 던진 질문이다.

'백투스쿨 나이트'가 뭐지?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 우리와는 달리 미국은 8월 말이나 9월 초에 새 학기가 시작된다. 긴 여름방학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기 때문에 '백투스쿨(back to school)'인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곳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먼저 수강신청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학생 모두가 똑같은 수업을 듣는 게 아니라 개별적으로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처럼 수강신청을 하는 것이다.

수강할 과목이 정해지고 새 학기가 시작되면 보통 한 달 이내에 '백투스쿨 나이트'를 열게 된다. '학부모총회'의 성격을 띤 '백투스쿨'은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도 참석할 수 있도록 저녁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나이트(night)'이다.

이 '백투스쿨 나이트'에서는 학교장이 전체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 정책이나 계획, 행사 등을 소상히 설명한다. 그런 다음 학부모는 자녀가 수강한 과목의 교실로 가서 해당 과목의 교사를 만나게 된다. 이렇게 학부모와 학교(학교장과 교사)가 만나게 되는 게 바로 '백투스쿨 나이트'이다.

사실 한국에서도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부모총회'라는 게 있어서 학부모가 학교장이나 교사를 직접 만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모임은 대개 낮 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은 참석하기 힘들다.

물론 성의가 있는 학부모라면 직장에 연가를 내고 참석할 수도 있겠지만 직장에 연가를 낼 만큼 가치 있는 모임인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조직하고, 구성하기 바쁜 한국 학부모총회

꼬리에 꼬리를 문 자동차 행렬과 야간의 학교 주차장
꼬리에 꼬리를 문 자동차 행렬과 야간의 학교 주차장 ⓒ 한나영
한국에 있을 때 직장 생활을 했던 나는, 낮 시간을 낼 수 있는 날에 열리는 학부모총회에만 참석을 했다. 그런데 그 모임은 대체로 학교장의 의례적인 인사와 학교 홍보 그리고 운영위원회 조직에 대한 설명으로 채워졌다. 그런 다음 각자 교실로 이동하여 담임교사를 만났는데 담임교사와의 만남에서도 중요한 건 학급 임원회 구성이었다.

그리고 녹색 어머니회 조직과 급식 당번에 참여하는 문제가 주로 논의되었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야간자율학습에 엄마들이 어떻게 참여하여 지원할 것인가가 주된 의제였다. '조직'하고 '구성'하는 문제가 주된 이슈였던 만큼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고 다소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엄마들로서는 학부모총회라는 자리가 사실 편한 자리는 아니었다.

게다가 거의 100% 엄마들만 참석했는데 공적인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간혹 담임교사와 학부모가 너무나 친하게 엉클어져(?) 개인적인 사담만 오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모처럼 교사와 학부모가 만난 자리였던 만큼 교사가 어떤 '교육 철학'을 가지고 어떻게 아이들을 지도할 것인지, 또 아이들은 어떤 과정의 공부를 어떻게 하게 될지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지만 그런 이야기는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이런 까닭에 형식적이고 별 영양가(?) 없는 모임이라고 단정한 일부 엄마들은 학부모총회가 "괜한 시간 낭비"라며 가기를 꺼려하기도 했다. 어떤 엄마는 내게 노골적으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 엄마는 학교에 갈 필요 없어요. 아이가 잘 하고 있으니까요."

학부모총회에 가는 것이 학교 교육을 걱정하고 관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아이 엄마가 미리 교사에게 눈도장을 찍어 '예방주사'를 맞는 것쯤으로 여기거나, 아니면 소위 '치맛바람' 정도의 차원에서 참석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물론 극단적인 경우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우리나라의 학부모총회와 비슷한 성격의 '백투스쿨 나이트'에 참석해 보니 우리와는 많이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들이 많이 참석하는 미국 학부모총회

'백투스쿨나이트'에는 아버지들이 많이 참석한다
'백투스쿨나이트'에는 아버지들이 많이 참석한다 ⓒ 한나영
밴드 수업 교실에 온 학부모들. 아버지들이 많이 보인다.
밴드 수업 교실에 온 학부모들. 아버지들이 많이 보인다. ⓒ 한나영
우리나라 학부모총회에서 보았던 '엄마 일색' 대신 이곳 '백투스쿨 나이트'에는 많은 아버지들이 참석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부부가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아이가 둘인 경우는 두 아이의 학과목 선생님을 각각 만나야 하기 때문에 부모가 필요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우리와는 달리 아버지, 심지어는 할아버지로 보이는 분까지도 학교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자녀 교육은 전적으로 어머니의 몫인가? 물론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자녀 교육이 거의 엄마의 몫으로, 엄마의 중요한 역할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치맛바람'이라는 말도 생겨난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부부의 합작품인 자녀의 교육에 대해서 아버지의 몫과 역할은 분명히 있다. 물론 엄마가 학부모를 대신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학교 교육에도 아버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 우리의 공교육 회복이나 교육의 질을 높이는 문제에 작은 해법이라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너무 높은 한국 교장선생님... 내게 너무 가까운 미국 교장선생님

마이크를 들고 학교 현황과 수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교장선생님
마이크를 들고 학교 현황과 수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교장선생님 ⓒ 한나영
내가 학교 다닐 때에도 그랬지만 학부모가 된 뒤에도 교장선생님은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었다. 그만큼 교장선생님은 높은 분이어서 일개 학생이, 또는 일개 학부모가 알현(?)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분이었다. 교장선생님은 그저 높은 단상 위에서만 볼 수 있는 분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느낀 것 중 하나는 교장선생님이 나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 행사에 가보면 교장선생님은 언제나 먼저 나와서 준비를 하고 있고, 마이크를 잡고 학교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하는 '서비스 맨'이었다.

이날 '백투스쿨 나이트'에서도 교장인 '미세스 아이린 레이놀즈'는 지난해 해리슨버그 고등학교(HHS)가 거둔 우수한 대학 진학 상황을 보고하면서 작년과 달라진 학교의 이모저모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을 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휴대폰 소지와 같은 사소한 문제도 언급하면서 질문도 받고, 학부모가 만나게 될 학과 선생님과 교실 그리고 학생들의 수업시간표 ('A-day' 'B-day'로 나눠 있어 약간 복잡함)를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이용해 설명하면서 가벼운 농담을 곁들이기도 했다.

대개 인사말만 끝낸 뒤 단상을 내려오고 나머지는 아랫(?) 사람이 다 알아서 하는 우리나라 교장 선생님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학부모로서는 학교의 모든 면을 이렇게 직접 챙기고 잘 알고 있는 교장선생님이 든든했다.

한 가지 나 혼자만의 착각을 고백하자면, 나는 교장선생님과 친하다고 생각을 했다. 물론 교장선생님은 나를 전혀 모른다(아마 모를 것이다). 그러니까 착각이라는 것이지만…. 어째서 교장선생님과 친하다고 느끼고 있냐고?

그를 가깝게 만난 적이 여러 번 있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활동하는 밴드부에서 유명 강사를 초청하여 학부모와 학생들이 연설을 들을 때에도 나는 교장선생님과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지난 겨울 학교 뮤지컬 공연이 끝난 뒤 있었던 파티에서도 나는 교장선생님이 보이는 자리에 서 있었다.

여름 방학 중 학부모 자원봉사 모임이 있어 참석했을 때에도 교장선생님은 학부모를 격려하는 자리에서 내게 다정한(?) 인사말을 건네며 격려를 해주었다.

그렇게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모인 자리에 교장선생님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났다. 그래서 나는 교장선생님이 높은 자리에 근엄하게 앉아 있는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교 가는데 무얼 입어야지? 여기선 신경 안 써도 돼요

미국에서는 학부모들이 학교를 방문할 때 옷차림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학부모들이 학교를 방문할 때 옷차림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 한나영
미국에 온 엄마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미국에서는 학교 가는 게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영어를 잘 못해서 교사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는 그게 큰 부담이지만, 그 밖의 것으로는 학교에 가는 게 한국에서 만큼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이곳에서는 학교에 입고 가는 옷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냥 간편한 차림으로 가면 된다.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가는 경우도 있고,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가는 경우도 있다. 조금 갖춰 입는 사람이 셔츠나 블라우스에 바지나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고 가는 경우다. 우리처럼 정장 한 벌을 입고 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리고 화장도 거의 안 하고.

또 선생님을 만나러 갈 때도 선물 따위에 신경을 쓸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런 점에서 한국에서 온 엄마들이 부담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의 부담스러운 교사 선물의 일부는 학부모들의 자업자득이라고 하는 게 중론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미국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백투스쿨 나이트'는 일 년에 두 번, 새 학기가 시작되면 열리는 연례행사다. 이번 '백투스쿨 나이트'를 통해 나는 학교가 학생에게 뿐만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열린 공간이 되고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학교 교육에 참여하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편에는 <이런 학부모총회 열 수는 없을까?>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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