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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신문
[박윤수 기자] 71년 인도-파키스탄 분쟁의 중심에는 인도의 여성 지도자 인디라 간디가 있었다. 파키스탄의 야아 칸 대통령은 "인디라 간디, 그 여자가 나를 겁주려 한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인도 정부의 총리가 남성이었다면 분쟁이 그렇게까지 격렬하지 않았을 것임을 시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지금 시대에 칸 대통령처럼 힘은 세지만 고집불통에 미련하기 짝이 없는 '공룡 같은 남자'가 있다면 곧 퇴출 대상 1호가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렌드 분석가 3명이 내놓은 신간 <남자의 미래>(김영사)는 변화된 시대에 남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회에 맞춰 자신을 바꿔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인 트렌드 분석가 매리언 살츠먼과 마케팅 전문가 이라 마타시아, 광고 대행사의 트렌드 분석가인 앤 오라일리는 80년대 후반 '위거스'(Wiggers: White+Nigger, 흑인적인 것을 동경하는 백인), 90년대 후반 '싱글톤'(Singleton, 경제적으로 자립한 독신 여성) 등의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확산시킨 주인공들.

이 책에선 새로운 시대의 남성성, 'M-ness'를 소개한다. 'M-ness'란 힘과 명예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남성성(maleness)에 대비되는 새로운 남성성을 의미하는 신조어로 여성적인 특징인 양육과 소통성, 협력 등을 결합한 개념이다. 또한 가부장적인 남성성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남성성을 반영한 '나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의미하는 뜻으로 'My-ness'라 부르기도 한다.

대중매체는 중성적 이미지의 남성들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비추면서 스타로 만든다.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그의 이름을 딴 향수 광고 중)
대중매체는 중성적 이미지의 남성들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비추면서 스타로 만든다.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그의 이름을 딴 향수 광고 중) ⓒ 여성신문
이런 트렌드의 변화는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남성에 기대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고 도둑과 강도는 자동경비시스템이 지켜주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더 이상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지 않는다.

또한 지식정보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힘'으로 대표되는 남성의 역할은 줄어들고 여성의 특기인 대인관계와 복합적인 업무 처리능력이 중요시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끝낸 후 연설과 책 판촉 활동 등에 몰두하는 동안 뉴욕 상원의원이 되어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힐러리 로댐 클린턴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영화, TV, 광고 등 대중매체는 이런 현상을 가속시킨다. 리어나르도 디캐프리오나 올랜도 블룸과 같은 중성적 이미지의 꽃미남 배우를 이상적인 모습으로 비추고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머리 모양과 패션에 초점을 맞춘다. TV 시트콤은 주시청자 층인 여성의 흥미를 끌고자 남성은 어리석고 놀림의 대상으로 그려내면서 <섹스 앤 더 시티>처럼 아름답고 능력 있는 여성들을 다양한 색깔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M-ness' 시대에 남성들에게 미래는 있는가? 저자들은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며 여성은 남성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고정관념부터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라는 것이다. 'M-ness'는 '남성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낡은 남성성을 벗어버리고 여성성을 수용한 양성 평등적 남성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이 새롭게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이 책은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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