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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세불상(크리스 홀 소장)
ⓒ 수덕사 근역성보관
▲ 석가모니불상(중국 요녕성박물관 소장)
ⓒ 수덕사 근역성보관
옛날 옛적 왕실에서 옷감을 짜고, 수를 놓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의 솜씨는 현대 최첨단기술로도 흉내를 못내는 수준높은 것이었다. 씨실과 날실을 엮어가며 만들어 내는 아름답고 정교한 문양은 마치 세밀하게 그려놓은 그림과 같으며 한땀 한땀 수를 놓는 솜씨 또한 그러했다.

그 유물들이 2006년 가을 충남 예산으로 왔다. 태피스트리(다채로운 색실로 무늬를 짜넣은 직물)와 수문화의 절정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2년전 '지심귀명례(至心歸明禮)'라는 제목으로 불복장전시회를 열었던 불교 조계종 덕숭총림 수덕사가 '지심귀명례-직·염·수(織·染·繡)' 특별전을 수덕사 근역성보박물관에서 연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직물문화 우수성과 역사를 알렸던 2년전 전시와 맥을 같이 하는 직물전시회다.

다른 점이라면 우리 것에 국한하지 않고 중국과 한국의 태피스트리와 염색, 자수작품들이 함께 선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중국요녕성 박물관 소장 작품 21점과 홍콩 수집가 크리스 홀씨의 소장작품 29점이 대한민국 수덕사 박물관으로 날아왔다. 요녕성박물관 소장유물의 해외 전시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물론 싱가폴과 일본에서도 이 전시회를 보기 위해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는 까닭이다.

중국 청대의 태피스트리 '석가모니불 좌상도'와 원대의 자수 '금강경첩'을 비롯해 모든 작품들은 자세히 들여다봐도 직물같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직조와 자수기법을 알 수 있도록 작품 옆에 붙여 놓은 확대사진을 보고서야 그림이 아님을 믿을 정도다.

그러다보니 전시작품 하나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마련. 한참을 들여다보자면 감탄사인지 탄식인지 '아'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중국의 것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우리의 유물들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 용문탁의(선암사 성보박물관 소장)
ⓒ 수덕사 근역성보관
▲ 천불가사(홍콩 크리스홀 소장)
ⓒ 수덕사 근역성보관
한국자수박물관, 선암사와 통도사 성보박물관, 동국대박물관, 수덕사 근역성보관 등의 소장유물 30여점이 모였다.

조선 영조 9년(1733년) "지나치게 사치스럽다"는 이유로 문양직물기를 모두 철폐하는 바람에 끊어진 우리 직물역사는 불교문화를 통해서야 만날 수 있다. 불경이나 불화, 불교 문양을 새겨놓은 유물들이 불복장(불상을 조성할 때 그 속에 납입하는 내용물)이나 산중 사찰에 보존되면서 그 맥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번 특별전에서 만나는 국내 유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작품은 선암사 용문탁의(불상을 앉히는 탁자를 덮는 천, 15세기 제작)다.

"엄연히 우리의 문화임에도 직조, 직물은 중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잃어버린 우리문화를 되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꾸준한 노력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두번씩이나 말 그대로 '특별한' 전시회를 마련한 정암 관장스님의 바람이다. 이번 전시회에 대한 기획안이 나온 것이 3년전, 지난 7월 전시유물 합의가 이뤄진 뒤에도 10개월이라는 준비기간을 거칠 정도면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텐데 여기에 대해서도 스님은 한마디로 정리한다.

"모든 게 다 인연입니다. 한국에 온 중국의 유물들, 그리고 우리의 유물들 모두 그만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지요. 또 관람을 위해 이 시골 박물관까지 오는 이들 또한 그만한 인연이 있어서입니다"

관람료는 없으며, 지난 9일 개막해 10월 말일까지 계속된다. 미리 신청하면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특별전 홈페이지www.jisim.net·전화 041-337-2902)

▲ 관람객들이 박물관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유물을 보고 있다.
ⓒ 장선애

주말 특별 보너스
직물특강, 천연염색체험

주말에 가면 특별전 이외에 다른 소득도 얻는다. 토요일에는 국내 대학 관련학과 전공자들의 수업이 이 곳 박물관에서 열리기 때문에 교수들의 직물특강을 함께 들을 수 있다.

일요일에는 박물관 앞마당에서 천연염색체험장이 마련된다.

이 체험코너는 성균관대 천연염색가공연구실 대학원생들이 진행하며 화기를 이용하지 않는 치자와 먹, 황토염색을 실시한다.

체험장에서 나눠 준 티셔츠에 매염제인 콩물을 들인 후, 원하는 색깔의 물을 들인다. 바탕색과 다른 색으로 무늬를 넣어 염색을 하다보면 원리를 터득하고, 천연색의 자연스러움을 느끼는 시간이 될 듯하다.

체험비는 5000원이며 전시회가 끝날 때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4시까지 운영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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