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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과 국립극장이 공동주최하는 제3회 한국가요제에 '비나이다'로 대상의 영예를 안은 김용석. 좌우는 사회자 정재환, 고민정(KBS국악한마당 진행)
르노삼성과 국립극장이 공동주최하는 제3회 한국가요제에 '비나이다'로 대상의 영예를 안은 김용석. 좌우는 사회자 정재환, 고민정(KBS국악한마당 진행) ⓒ 김기

르노삼성과 국립극장(극장장 신선희)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는 제3회 한국가요제가 14일 저녁 7시 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렸다. 1,2차 예심을 통과한 최종 12팀이 열띤 경연을 벌인 이날 본선 무대는 상명대 작곡과 김희정 교수의 연출과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황병기)의 연주에 김만석 지휘로 진행됐다.

원로가수 최희준씨를 비롯해서 포크가수 이정선, 국악평론가 윤중강, 국악방송본부장 채치성씨 등 7명의 심사위원이 심사에 임했으며, 특이한 점은 국악관련 심사위원은 7명 중 2명을 배치해 이 가요제가 국악보다는 가요에 중심을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이번 한국가요제는 전년에 비해 음악적 완성도에서는 전반적으로 하향된 평가 속에서도 힙합, 판소리, 민요, 알앤비, 재즈, 트롯 등 현재 한국에서 불려지는 가요의 모든 트렌드가 총 집합한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심사에 열중하고 있는 심사위원장인 원로가수 최희준 선생
심사에 열중하고 있는 심사위원장인 원로가수 최희준 선생 ⓒ 김기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인 윤중강씨는 “좀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줄곧 들었다. 그러나 대상과 금상 수상자는 수준급 작곡과 가창력을 보여줘 심사위원들의 고른 평점을 받았다”고 심사소감을 밝혔다.

대상 수상자인 김용석(25)씨는 대구에서 이번 대회를 위해 예선부터 다섯 차례나 서울을 오가는 열성을 보인 끝에 영예를 품에 안았는데, ‘悲나이다’라는 독특한 제목의 노래를 들고 나와 시선을 끌었다.

특히 경선 중 열창을 하다가 잠시 마이크가 나오지 않아 당황스런 상황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노래를 마쳐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끌어내기도 했다.

김용석씨는 “음악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어 악단에 악보를 건네기가 부끄러웠다. 그런데도 친절하게 편곡과 연주를 해준 국립국악관현악단 여러분들께 가장 감사한다. 상금은 학자금으로 요긴하게 쓸 생각이다”라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김용석은 대구 모대학 건축과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축하 공연 도중 득녀 소식을 접한 넥스트의 신해철.
축하 공연 도중 득녀 소식을 접한 넥스트의 신해철. ⓒ 김기

이번 한국가요제는 이런저런 화제를 낳았다. 비록 예선에서 탈락하긴 했어도 60대의 출전자가 있었는가 하면, 본선까지 오른 40대로 최연장자이자 유일하게 트롯풍 노래를 들고나온 임수민씨의 ‘태평천하’는 아쉽게도 본상을 거머쥐진 못했지만 인기상이 있다면 분명히 받았을 거란 말들이 오갔다.

한편 축하공연을 위해 게스트로 참가한 그룹 넥스트의 신해철은 공연 도중 득녀 소식을 들어 주변의 축하를 받았으며, 소식을 전해들은 관계자들은 “저출산 시대에 귀한 딸을 얻은 걸 보니 한국가요제가 앞으로 잘 될 좋은 징조”라고 기뻐했다. 그런가 하면 게스트로 출연한 비보이팀인 익스트림 크루의 공연 때는 화려한 춤솜씨에 모두 넋을 잃고 무대를 지켜보기도 했다.

금상 수상자인 박요한의 ‘잘 가오, 내 눈물이여’는 부제로 ‘일본군 위안부’를 달아 해결되지 않은 역사의 문제를 노래 속으로 끌어들여 눈길을 끌었다. 은상 수장자인 딜라이트가 부른 ‘신 사랑가’는 춘향가 사랑가에 힙합을 얹고 그 위에 다시 발라드 코러스를 입힌 곡으로 국악분위기 참가자로서 유일하게 본상을 수상했다.

신선희 극장장과 조돈영 르노삼성 부사장
신선희 극장장과 조돈영 르노삼성 부사장 ⓒ 김기

한국가요제는 앞으로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와 같은 국내 대표적 가요제를 꿈꾸고 있다. 첫해부터 이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르노 삼성의 조돈영 부사장은 “발전하는 것이 눈으로 보여 가슴이 뿌듯하다. 당장 국내 최고 가요제를 욕심부리지 않지만, 새로운 음악적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조짐은 확인할 수 있다. 향후 한국을 대표하는 가요제가 될 수 있고, 이것을 통해 한국음악이 월드뮤직으로 발돋음하는데 우리는 아낌없는 노력과 지원을 할 것이다”고 했다.

신선희 극장장은 “젊고 아름다운 음악에 흠뻑 빠져 내 나이조차 잊었던 시간이었다. 비보이, 힙합 등이 오늘만은 내게 낯설지 않게 해준 출연자들에게 감사한다. 오늘의 성과에 만족하거나 혹은 낙담하지도 않고, 국가기관인 국립극장이 국민들에게 친근하고 반드시 필요한 문화적 환경이 되기 위해 우리는 내일 아침도 여전히 고민할 것이다. 내년 한국가요제는 좀 더 축제성을 살리도록 애쓸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가요제는 2년 전 국악축전의 ‘창작국악경연대회’와 우연하게 같이 출범하였다. 국악축전의 가요제는 아쉽게도 올해부터 폐지되었지만, 한국가요제는 성과들을 차곡차곡 쌓으며 다시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국악적이어도 좋고, 전혀 국악적이지 않더라도 오늘날을 사는 국민들이 즐겨 듣고 부를 수 있는 노래면 한국가요라는 것이 한국가요제의 생각이다. 아직 1회, 2회의 대상작을 포함해서 많은 노래들이 대중적으로 불려지진 않고 있으나, 기업과 기관 그리고 대중이 함께 보조를 맞추다 보면 언제고 한국가요제의 대상곡이 그 해의 화제곡이 될 날도 머지 않을 것이다.

가요제 주관단체인 국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 김만석
가요제 주관단체인 국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 김만석 ⓒ 김기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리메이크한 '신 사랑가'로 은상을 수상한 딜라이트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리메이크한 '신 사랑가'로 은상을 수상한 딜라이트 ⓒ 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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