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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마리의 귀여운 모습
ⓒ 정판수
동물의 새끼치고 예쁘지 않은 게 있을까?

풍산개 강산이가 낳은 새끼 세 마리가 이제 한 달이 가까워 오면서 우리 부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하도 예뻐하다 보니, 어미가 질투할 정도다.

털이 희고 수컷인 코가 검은 녀석에겐 임시로 '일남이', 암컷인 코가 흰 녀석에겐 '삼순이', 털이 검은 암컷 녀석에겐 '깜순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같은 아비 어미에게 태어났으면서도 다 다르다. 모양도 다르지만, 그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다르다. 아마 다르기에 더욱 예뻐 보이는 게 아닐까.

▲ 사진 왼쪽부터 일남이, 삼순이, 깜순이
ⓒ 정판수
아직 제 이름을 알 나이가 아니라선지 불러도 금방 대꾸하진 않지만, 내가 집 안을 들여다보고 무슨 소리라도 내면 쪼르르 기어와 얼굴을 맨 먼저 내미는 녀석이 '삼순이'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삼순이가 가장 예쁘다.

'일남이'는 세 녀석 중 분유를 가장 맛있게 먹는다. 제 어미가 새끼 낳은 둘째 주부터 설사를 하고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여 젖 공급이 여의치 않아 새끼들에게 분유를 먹여야 했다. 다른 두 녀석은 먹지 않는데, 일남이 녀석은 잘도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세 마리 중 가장 덩치가 크다.

'깜순이'는 털의 빛깔이 다른 것처럼 앞의 두 녀석과 다른 점이 많다. 우선 가장 겁이 많다. '일남이'와 '삼순이'는 내가 안으면 아무 소리 안 하는데, 녀석은 소리소리 지른다. 또 잔디밭 위에 놓아도 다른 둘은 잘 노는데, 이 녀석은 겁을 먹고 놀지도 않고 짖어댈 뿐이다.

셋 다 달라도 모두 귀엽다. 가만 보면 귀여운 점이 한둘 아니다. 워낙 작아서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귀엽다. 사실은 걷는 건지, 기는 건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특히 '삼순이'가 고 작은 걸음으로 종종거리는 모습은 앙증맞기까지 하다.

둘째로 울음소리가 귀엽다. 배가 고프거나 어미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짖어댄다. 조그맣게 '앙앙' 거리는 그 소리는 큰 녀석들이 짖는 소리와 전혀 다르다. 태백이나 강산이가 짖으면 시끄러울 때가 많으나 녀석들이 짖으면 그냥 미소부터 나온다.

▲ 삼순이와 깜순이
ⓒ 정판수
사람이든 동물이든, 서로 피부를 접촉하면 그 사랑은 빨리 깊어지는가 보다. '일남이'와 '삼순이'는 자주 안아줘선지 안기면 가만 있는다. 그럴 때 어디 먹을 거라도 있으면 다 주고 싶은데, 아직 먹을 수 있는 게 정해져 있으니….

세 녀석이 귀여움을 독차지하면서 어미인 강산이가 질투를 한다. 새끼 가졌을 땐 맛있는 걸 사다주고, 낳은 뒤 설사할 때도 입에 맞는 걸 사다주고 많이 예뻐해 주었다. 그런데 설사가 좀 낫자 아무래도 등한히 하게 되다 보니 생겨난 현상이었다.

▲ 일남이와 깜순이
ⓒ 정판수
그러나 강산이보다 새끼를 낳지 못한 태백이가 가장 서러움을 받는다. 뭘 사오더라도 강산이에게 먼저 주고 난 뒤 남으면 태백이에게 갔다. 똑같이 대해 주려 했으나 그놈의 돈 때문이었다.

요즘 걱정은 혹 강산이의 새끼들이 밖으로 나와 태백이에게 가면 어쩔까 하는 점이다. 내가 안은 상태로 데리고 갔을 때는 그냥 쳐다보는 정도였지만, 사람이 없을 때나 어미가 멀리 떨어져 있을 때 가까이 가면 어떻게 될까?

▲ 일남이와 삼순이
ⓒ 정판수
그래서 가끔 새끼들을 안고 가 "태백아, 네 새끼는 아니지만 네 새끼처럼 예뻐해 줘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는지….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 ‘달내마을 이야기’에 나오는 ‘달내마을’은 경주시 양남면 월천마을을 달 ‘月’과 내 ‘川’으로 우리말로 풀어 썼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다래골(다래가 많이 나오는 마을)’ 또는 ‘달내골’로 불리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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