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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가르치는 군인선생님.
수학을 가르치는 군인선생님. ⓒ 조수일

육군 제53보병사단 기동대대에서 근무하는 황애진(27) 중위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만 되면 행복감에 젖어든다. 지난 5월 부산 양운초등학교에 개설된 '방과 후 학교'에서 그를 기다리는 제자들을 만나러 가기 때문이다.

4월 26일 해운대교육청과 53사단이 맺은 '방과 후 학교 공동운영을 위한 협약'에 따라 황 중위는 5월부터 '학력 신장반' 학생들에게 국어와 수학을 지도했다. 방학기간 동안 제자들을 만나지 못한 황 중위는 12일 양운초등학교가 개학하면서 제자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2004년 춘천교대를 졸업하고 입대한 황 중위를 비롯한 16명의 53사단 군인 선생님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4시 30분부터 6시까지 양운초등학교에서 국어, 영어, 수학, 음악, 미술, 태권도 등을 지도한다.

2학기 개학식이 열린 12일, 학생들은 장병들에게 먼저 달려가 인사를 건네는가 하면 손도 잡고 안기는 등 애정을 과시했다.

'방과 후 학교' 지원에 나선 이들은 교원자격증이나 학원 강사 경험이 있는 장병들. 이 중 영어회화를 가르치는 두 명은 캐나다 유학생 출신이다.

국어와 수학 위주로 진행되는 '학력신장반'은 5~6명으로 편성돼 있다. 학생 개인의 특성과 능력을 고려해 '맞춤식'으로 교육하기 위해서다.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가 가장 높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전언. 이밖에도 고수(4단 이상)들이 진행하는 태권도 수업은 남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아 일찌감치 정원을 채웠다.

김혜수(5학년)양은 "군인선생님이 알기 쉽게 친절하게 가르쳐줘서 공부가 재미있다"며 "방학 동안 선생님을 만나지 못해 섭섭했는데 다시 선생님을 만나 정말 좋다"고 말했다.

5월부터 장병들과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해 온 윤정아(39) 교사는 "사비를 들여 교재를 만들고 아이들 간식거리를 마련하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군인 선생님들에게 감동했다"며 "장병들이 도와준 덕분에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하는 학생이 1학기에 80여명이었다가 이번에 110여명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황 중위는 "질문해도 대답조차 잘 하지 않던 아이들이 나중엔 먼저 말을 걸고 개인적인 일을 의논하는 등 믿고 따라줘 기뻤다"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밝게 웃었다.

"얍! 앞차기는 이렇게 하는 거야."
"얍! 앞차기는 이렇게 하는 거야." ⓒ 조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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