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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11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세계최초로 40나노 32기가 플래시메모리 상용화를 발표하고 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11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세계최초로 40나노 32기가 플래시메모리 상용화를 발표하고 있다. ⓒ 삼성전자

"작년이 '플래시 러시(Flash Rush)'의 해였다면, 올해는 모든 인류의 염원이 이뤄지는 '플래시토피아(Flashtopia)'로 들어가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단상에 오른 '미스터(Mr) 반도체'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반도체 총괄)의 목소리에는 힘이 느껴졌다. 그가 또 다시 일을 냈다.

플래시 러시(Flash Rush)란 전세계 정보통신(IT)업체들이 플래시 메모리를 찾아 한국으로 몰려오는 현상을 19세기 미국 동부로의 '골드러시(Gold Rush)'에 빗댄말이다. 황 사장이 작년에 '플래시 러시'라는 말을 처음 썼다.

그런 그가 플래시메모리로 사람들의 모든 생활이 가능하게 하는 플래시토피아(Flash와 Utopia의 합성어)를 공식으로 선언한 것이다. 플래시메모리는 이미 디지털카메라를 비롯해 MP3, 핸드폰 등 광범위한 IT제품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

플래시도피아 원년을 선언하게 된 그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을까. 11일 삼성전자가 전 세계 반도체시장을 향해 내놓은 제품이 밑바탕이다.

새로운 CTF기술로 나노 32기가 낸드플래시도 세계최초 개발

삼성전자가 세계최초로 개발 상용화한 40나노의 32기가 플래시 메모리
삼성전자가 세계최초로 개발 상용화한 40나노의 32기가 플래시 메모리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이날 내놓은 신기술과 제품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새로운 개념의 'CTF(Charge Trap Flash)' 낸드 기술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40나노 32기가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는 것.

두 번째는 세계 최대 용량의 신물질 메모리인 512메가 P램(Phase Change RAM)과 세계 최초의 신개념 하이브리드 드라이브용 SoC(System on Chip)도 개발했다.

일단 용어부터 정리하면, CTF(Charge Trap Flash)는 반도체 메모리를 만드는 기술의 일종이다. 이 기술은 1971년 일본의 도시바가 개발해 35년 동안 사용해 온 메모리 제조기술의 문제점을 크게 개선한 것. 삼성전자는 지난 2001년부터 새로운 메모리 제조 기술을 연구해왔다.

황 사장은 "지난 5년 동안 CTF 기술에 대한 연구로 155개의 원천특허 등을 확보하면서 업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면서 "삼성 독자 기술로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고 경쟁사와 기술 격차도 더욱 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기술을 통해 삼성전자 쪽은 반도체 제조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향후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기술 우위와 시장 선점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다.

'황의 법칙'은 계속된다... 반도체 제3의 물결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신기술을 통해 작년 50나노 16기가 낸드플래시 개발에 이어 올해 40나노 32기가 낸드플래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40나노 반도체 기술은 머리카락 두께 3000분의 1의 초미세 기술이다. 32기가 낸드플레시는 손톱만한 크기의 메모리칩 안에서 328억개의 메모리 기본 소자가 한치의 오작동 없이 들어있다. 이 칩을 넣은 메모리카드가 MP3나 카메라, 컴퓨터 등에 사용된다.

32기가 낸드플래시 개발로 '황의 법칙'도 7년째 이어지게 됐다. 기존 반도체 업계에선 "1.5년만에 용량(집적도)이 2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황창규 사장은 지난 99년 플래시 메모리의 용량이 매년 2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른바 '메모리 신성장론'이다. 실제로 99년 256메가디램이었던 플래시 메모리 용량은 매년 두배씩 증가하면서, '황의 법칙'은 '무어의 법칙'을 대체하게 됐다.

올해부터 하드없는 데스크톱 컴퓨터, 전세계 교통지도가 들어있는 휴대폰...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이 플래시메모리 칩이 들어있는 웨이퍼를 들고 있다.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이 플래시메모리 칩이 들어있는 웨이퍼를 들고 있다. ⓒ 삼성전자
이 같은 반도체 기술의 성장은 정보통신 생활의 변화를 크게 앞당긴다.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낸드플래시를 일반 PC에도 적용해 시장에 내놓는다. 하드디스크가 없는 PC시대가 온 것이다.

오는 2008년에 32기가 낸드플래시가 본격적으로 생산되면, 시장에는 32기가짜리 MP3를 비롯한 각종 디지털 제품이 나올 전망이다. 64기가 메모리카드도 나오게 되면, 고해상도 사진 3만6000장, 세계 5대양 6대륙의 각종 지리 교통정보까지 넣을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런 카드 열장만 있으면 우리나라 국회도서관에 있는 220만권 장서 분량의 정보를 저장할 수도 있다"면서 "한마디로 '손안의 도서관' 시대가 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또 CTF 기술을 통해 향후 10년간 반도체 시장에서 250조원 이상의 시장 창출효과를 거둘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반도체와 관련된 각종 IT, BT(바이오산업) 등으로의 파급 효과까지 감안할 경우, 경제적 부가가치는 더욱 클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는 이밖에 이날 세계 최대용량의 신물질 메모리 512메가 P램도 발표했다. P램은 데이터 저장시 기존 데이터를 지우는 동작 없이 직접 쓸 수 있어 프로그램 속도가 기존 플래시메모리보다 30배 정도 빠르다. 내구성도 뛰어나 핸드폰 등 모바일 기기의 성능 및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고속 하이브리드 드라이브의 핵심 기능을 하나의 SoC에 내장한 세계 최초의 신개념 하이브리드 드라이브용 SoC를 개발, 오는 11월부터 본격 양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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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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