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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섹스포 논란과 관련해 8일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맞장토론에서 신연숙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추방팀장이 박승각 (주)섹스포 대표의 의견을 듣고 있다.
최근 불거진 섹스포 논란과 관련해 8일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맞장토론에서 신연숙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추방팀장이 박승각 (주)섹스포 대표의 의견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물과 기름.

박승각 (주)섹스포 대표와 신연숙 '여성의 전화연합' 가정폭력추방팀장의 주장은 융합하지도, 융합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물과 기름처럼 성분부터 달랐다.

이들은 8일 열린 '섹스포, 성문화 양성인가, 저급한 성상품화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대담에서 ▲행사에 대한 평가 ▲섹스포 개최의 정례화 등에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특히 한국 성인들의 성 인식에 대해 큰 차이를 보였다. 박 대표의 경우 "한국 사회는 성을 너무 억압하고 있다"며 섹스포 등의 행사를 통한 공론화를 강조한 반면 신 팀장은 "성에 대한 기존의 인식은 남성에게만 무한적으로 허용됐다"며 잘못된 성 인식을 강화할 수 있는 섹스포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성에 대한 인식부터 차이를 보인 이들은 한 시간 동안 열린 대담에서 평행선을 달렸다. 두 사람의 대담은 8일 저녁 <오마이뉴스> 3층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다음은 박 대표와 신 팀장의 대담 내용 중 일부다.

Round 1. 성인용품 박람회? 성인용품 유희장?

박승각 대표(이하 박) "중소기업 발전을 위한 박람회"
신연숙 팀장(이하 신) "성교육의 외피를 둘러싼, 상술로 가득한 성에 대한 유희장"

- 국내 최초 성박람회가 거센 비난을 받고 끝났다. 소감은.
"이 정도까지 충격이 올지는 예상 못했다. 충분히 법률에 근거해서 시작했고, 이번 행사나 이벤트를 기획할 때, 실제 내용은 그렇지(선정적이지) 않았음에도, 1회에서 큰 성과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 때문에 여러 문제점을 야기한 점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적으로는 손해를 봤지만 앞으로 (섹스포의) 가능성이 열렸고, 성인용품 관련 사업이라고 하면 모두 불법으로 아는데, 불법 아닌 범위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데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 섹스포 행사장을 직접 둘러본 소감은.
"솔직하게 이야기 해도 되느냐.(웃음) 굉장히 실망했다. 성인용품은 이미 여러 가게에서 팔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제목은 '성 박람회'라고 해서, 이벤트 공연이 취소됐어도 내용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시 내용이) 성교육 박람회에 필요한 내용이라고 할 수 없었고, 사람들이 성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것들을 충족시킬 것들은 정말 아니었다.

실제 이 행사의 주요 내용은 공연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지 대로 한다면, 성폭력·성희롱에 대한 인식을 바꿀 만한 내용이 있어야 하고, 성폭력 방지 교육도 포함됐어야 했다. 혹은 성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내용도 하나도 없었다. 그 흔한 소개책자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 공연을 통해 돈을 벌고자 했던 게 아니라면 도대체 뭘 보여주려고 했나. 의구심이 들었다."

- 일반 관람객들도 실망이 컸다.
"기대를 어디에 하고 왔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박람회의 본래 취지는 산업 발전을 위한 것이다.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한 것이고, 제품은 바이어가 판단할 문제다.

교육 프로그램이 없었다고 하는데, 인정한다. 하지만 사전에 외부 단체에 '도와달라'고 주문했지만, 아는 척도 안 하더라. 강의료 문제도 있었고, 박람회 광고가 두세 달 전부터 나갔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안 된다'고만 하더라."

- 박람회 내용상, 교육적인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눈요기 거리였나. 예술가가 예술행위를 하는 게 눈요기 거리인가.(누드모델 사인회의 경우) 옷 다 입고 자신의 작품 사진에 사인하는 것이 잘못인가."

- 미스 섹스포 선발대회, 란제리쇼 등은 무엇인가.
"사전에 취소 내용을 (관련 단체들과) 합의했다. 광고 문안에 그렇게 나가면서 '이것은 삼가자'고 해서 중단한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에서-제재라고 표현하기는 그렇지만-'수정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의가 들어와 고심했고, 수정한 것이다. '반쪽 행사'라고 하지만, 박람회의 취지는 물건 전시다. 많은 중소기업이 참여했는데, '보잘 것 없다'는 것은 개인 생각이다.

한국이 5년~10년 전 중국보다 우수한 제품을 만들었지만, 지금 애매한 법률로 음란물로 지정됐다. 음란하다는 표현으로 산업을 죽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박람회 수준이) 떨어진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산업이 뒤처졌다고, 보잘 것 없다니."

"잠깐만요. 보잘 것 없다고 한 것은 '성인용품이 조잡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행사가 성교육 박람회고, 전시물 중심이라면, 성인용품만 있는 것이 아닐 것인데, 그것만 있었던 것에 대한 실망이다."

Round 2. 성문화 발전에 섹스포는 약 혹은 독?

박승각 대표 "섹스포는 성문화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장애인과 노인의 성문제에 사회가 대처할 방안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나."
신연숙 팀장 "논란이 있다. 현재 우리 성문화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 불거진 섹스포 논란과 관련해 8일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맞장토론에서 신연숙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추방팀장이 박승각 (주)섹스포 대표의 의견을 듣고 있다.
최근 불거진 섹스포 논란과 관련해 8일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맞장토론에서 신연숙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추방팀장이 박승각 (주)섹스포 대표의 의견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섹스포가 성문화 개선에 기여할까.
"여성단체가 문제제기를 한 이유는 성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성교육과 무관한 행사를 서울시가 유치한 데 대한 것이었다. 성인들의 성문화에 대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국의 성은 남성적이고, 남성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의 경우 성에 대해 성폭력, 성매매 등 피해의식이 많다. 반면 남성들은 성을 즐기고 폭력을 행사하는 주체에 있다. 그런 인식을 변화시킬 공적 논의가 필요하지, 음지의 성을 양성화한다는 목적으로 성인용품 전시나 이벤트를 열면 오히려 성에 대한 남녀의 다른 인식을 강화시킬 뿐이다."

"이번 행사를 하면서 사회적으로 성인들의 성이 너무 억압됐다는 점을 느꼈다. 성폭력이나 성매매 문제가 있는데, 원인을 찾아서 극복한 방법은 없는지 (찾아야 한다). 성을 억압하면 압력을 받아서 튕겨 나갈 수 있다. 자연스러운 성을 만들어주면서 거기에 대해서 대처방안을 사회가 풀어나가야 되지 않겠나."

"생각이 다른데, 성폭력과 성매매 등이 억압된 성 때문이라면, 잘못 보고 있는 것이다. 성폭력은 강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폭력의 일부로, 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남성이 여성의 성을 노리개나 대상으로 보는 데 문제가 있다. 사람이 태어나 밥 먹는 법을 배우듯이, 성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에 특히 남성들은 성을 무제한적인 허용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성을 억압해서 궁금증만 늘어나고, 억압된 것을 풀 수 있는 길을 터주지 않았다. 예를 들어 부부간에도 성폭력이 있을 수 있는데, 남자가 강하고 여자가 약하다면 균형을 맞춰야 한다. 사회적으로 성에 대한 인식을 조금만 풀고 남녀가 융화할 수 있다는 생각만 갖는다면 성폭력 문제가 엄청 줄어들 것이다."

"성을 풀어놓고 이야기하는 장이 스트립쇼, 란제리쇼, 미인대회를 여는 곳에서 해결할 수는 없다."

Round 3. 섹스포는 계속 열릴까

박승각 대표 "불법 아닌 한, 섹스포 계속 열고 싶다."
신연숙 팀장 "외국 바이어들을 위한 박람회라고 보기 어렵다"

- 성교육 박람회, 계속 열리려면 개선해야 할 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성에 대한 공론화는 상업적인 것은 아니다. 성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목적을 가진 행사는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관람객의 95% 정도를 차지한 남성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왔는지 알아본다면 이런 식의 행사는 찬성하기 어렵다. 그런 것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으면 여성단체가 섹스포 같은 행사를 같이 기획하고 고민하기는 어렵다."

- 행사는 계속 열 예정인가.
"불법이 아닌 이상 하고 싶고,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말에 좌지우지되고 싶지는 않다. 고용창출도 하고, 관련 사업을 키워서 1년에 1000만 달러 이상 수출을 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 중국의 경우 시장이 엄청난 발전을 했는데, 안 되면 기술개발이라도 해서 기술을 수출해야지 않겠나."

"내가 보기에 기층 목적인 산업 발전은 (회사 설립 목적 중) 가장 아래에 있더라. 외국 바이어들을 위한 박람회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그건 본인 생각이고, 그렇다고 모든 것을 오도할 수 없다. 다른 나라 박람회 가보셨나. (이번 행사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 앞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박람회 취지를 이벤트로 몰아가는데, 이벤트는 할 수도 혹은 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벤트를 취소시킨 부분은 깊이 반성한다."

"성과 관련된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논란거리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문제를 상업적인 것으로 접근했을 때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성을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가야 한다.

섹스포는 좀 더 많은 생각을 한 후에 열렸어야 한다. 아니라고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한 과대광고는 '준 포르노'였다.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지 않고, 일단 사람들을 모으려는 박람회는 안 했으면 좋겠다."

최근 불거진 섹스포 논란과 관련해 8일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맞장토론에서 박승각 (주)섹스포 대표가 신연숙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추방팀장의 의견을 듣고 있다.
최근 불거진 섹스포 논란과 관련해 8일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맞장토론에서 박승각 (주)섹스포 대표가 신연숙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추방팀장의 의견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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