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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6일 아파트 지상주차장
2006년 9월 6일 아파트 지상주차장 ⓒ 김환희

6일 저녁, 내가 사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2명의 주민이 심하게 말다툼하고 있었다. 서로 차를 먼저 주차하려다 작은 접촉 사고가 생긴 모양이었다. 이 때문에 다른 많은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문득 주차시비가 발단이 돼 일어난 살인사건 기사가 떠올랐다.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광경들이 이제는 소도시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아파트에서도 주민들이 주차전쟁을 벌이고 있다. 가구 수에 비해 주차장이 비좁기 때문이며, 차량을 2대 이상 보유한 가구가 늘어난 탓도 있다. 퇴근 시간 무렵, 우리 아파트 주차장은 북새통을 이룬다.

일 때문에 늦게 귀가할 경우, 제일 많이 신경 쓰이는 게 주차문제다.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마친 뒤 밤 11시 30분께 집에 도착해 주차하는 데 30분이나 걸린 적도 있다. 인근 도로변과 공터 등까지 샅샅이 살펴봐도 주차할 곳이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주변의 초등학교 운동장에 불법주차를 했고, 결국 그 다음날 아침에 학교 관계자에게서 심한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그 후 이상한 습관 하나가 생겼다. 퇴근 시간이 되면 주차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곧장 집으로 왔고, 밖에서 볼일이 있을 때는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일을 보러 갔다. 양보하는 마음을 저버린 이기심에서 나온 발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대개 아파트 주차장엔 가구별 공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아파트건축법엔 가구당 1대씩 주차 공간을 확보하도록 돼 있지만, 지켜지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차량을 2대 이상 보유한 사람들 때문에 1대만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손해를 보고 있는 셈.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아파트의 주차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주민 정서까지 멍들게 할 수 있는 문제임을 감안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다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주차 전쟁에서 승리자는 없다. 다만 서로 마음만 불편해질 뿐이다. 요즘 나도 예전과 달리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퇴근을 서두르던 습관을 바꿨다. 내가 주차해야 할 그 자리에 주차할 누군가를 위해서다.

덧붙이는 글 | 강원일보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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