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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민국과 이란의 아시안컵 B조 예선 경기의 세레모니
대한 민국과 이란의 아시안컵 B조 예선 경기의 세레모니 ⓒ 이종일
오랜만에 상암경기장에서 A매치 경기가 열렸다. 지난 2일 아시안컵 B조 예선 한국 대 이란의 경기였다. 때마침 토요일 저녁이라 온 가족이 출동하였다.

큰 마음먹고 1등석을 예매하고 좋은 자리에서 관전을 할 수 있었다. 현수가 제일 신났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장에 데리고 다녀서인지 월드컵 경기장이라면 환장을 한다. 현수는 국가대표 선수의 이름을 줄줄 외우고, 이제 브라질의 호나우두, 카카, 카를루스, 그리고 프랑스의 지단, 앙리 등 외국선수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또 현수는 화이트 보드 판에 태극기와 대결하는 국가의 국기를 붙어놓고, 바닥에 경기장을 만들고, 조그만 색깔이 있는 교구 재를 가지고 경기를 한다. 4-4-2, 4-2-3-1, 3-4-3 등 포메이션도 제대로 갖추고 한다.

"여덟 시에 경기를 한다"고 하니까, 현수는 아침 8시에 일어나서 빨리 일어나라고 난리다. 시간이 흘러 저녁을 일찍 먹고 상암으로 출발했다. 오후 7시 정도에 도착했는데 벌써 차들이 막혔다. 주차장은 만원이라 들어갈 수 없단다. 그래서 월드컵 터널 옆에 주차를 하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대~한민국! 열심히 외치는 이현수
대~한민국! 열심히 외치는 이현수 ⓒ 이종일
경기장으로 올라가는 붉은색의 무리와 함께 자리를 찾아 올라갔다. 자리를 잡고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가지고 온 과일과 음료수로 배를 채우고 열심히 대∼한민국 응원을 시작했다.

드디어 국방부 취타대가 들어오면서 골 뒤풀이가 시작되었다. 경기장 전광판에 선수들의 얼굴이 나올 때마다 관중의 함성이 대단했다.

와~환호하는 이현수!
와~환호하는 이현수! ⓒ 이종일
특히 박지성, 이영표 등 프리미어 리거들의 환호는 대단했다. 현수도 박지성, 이영표를 외친다. 그리고 물어보는데, "아빠 박지성 아저씨가 왜 번호가 33번이야?"

현수는 박지성이 7번으로 알고 있다.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알아들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래도 설명을 해주었다.

"현수는 어디 살아요?"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어디에 있어요?"
"아시아."
"아시아에 있는 대한민국과 이란이 누가 누가 축구를 잘하나 하고 시합을 하고 있죠?"
"네."
"근데, 대한민국 아저씨들이 시합을 하기 위해 이름을 쓰고 번호를 미리 주어야 하는데, 번호를 낼 때 박지성 아저씨가 없어서 다른 아저씨가 박지성 아저씨 번호를 달았데요."

이렇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으면서도 다소 흥미가 떨어졌던 전반전 모습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으면서도 다소 흥미가 떨어졌던 전반전 모습 ⓒ 이종일
전반전이 킥오프되며 경기장의 열기는 뜨거워졌다. 언제 골이 터지나 하고 기대하며 대∼한민국도 하고, 파도타기도 하고, 열심히 응원을 하는데 생각처럼 그렇게 골이 터지지 않았다.

우리가 볼의 점유율도 높고 경기를 지배하고 있는데 결정적인 골이 터지지 않아 전반전 내내 지루한 모습이었다. 전반전이 그렇게 끝나고 후반전을 기대하려는 순간 김두현 선수의 페널티 에어리어 우측에서의 프리킥을 이날의 히어로 설기현 선수가 멋진 헤딩슛 골로 연결되었다. 현수도 두 손을 불끈 쥐고 함성을 지르고 온 경기장이 환호성에 휩싸였다.

1:0으로 앞선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의 시작 휘슬
1:0으로 앞선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의 시작 휘슬 ⓒ 이종일
그렇게 전반전이 마무리되었다.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경기장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이란 선수들이 전반전의 열세를 마무리하려고 초반 강력히 밀어 붙었지만 경기의 주도권은 여전히 한국에 있었다.

이날 가장 흥미로운 경기 모습은 후반 15분부터 35분까지의 20분간이었는데, 정말 눈을 잠시도 돌릴 수 없는 장면이 연속으로 연출되었다.

조재진의 강력한 슛, 이호의 멋진 오버헤드킥, 박지성의 현란한 드리블에 이은 이란 수비진의 농락,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강력한 압박 등 말 그대로 흥미진진이었다. 뭔가 이루어질 것 같은 분위기였고, 경기장의 열기도 더더욱 타올랐다.

후반전에도 이란을 몰아 부쳤지만 결정적을 골을 넣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후반전에도 이란을 몰아 부쳤지만 결정적을 골을 넣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 이종일
그러나 골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웬일인지 35분 이후 선수들이 지친듯한 모습이 여기저기서 목격이 되었다. 마지막 집중력이 안타까웠다. 그래도 혼신을 다해 이란의 공격을 막아주었고 이대로 끝나는구나 하고 관중이 서서히 일어서고 있었다.

골을 넣지 못하는 사이 이란의 공세에 밀리기 시작하는 대한민국
골을 넣지 못하는 사이 이란의 공세에 밀리기 시작하는 대한민국 ⓒ 이종일
그런데 그때, 인저리타임 3분 가운데 3분이 다 가고 몇십 초가 안 남은 상황에서 어이없는 동점골이 터지고 말았다. 이란의 수비진이 길게 전방으로 차 준 공이 김상식 선수와 김영광 골키퍼 사이에 떨어졌고, 김영광 골키퍼가 나오면서 공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김상식 선수가 먼저 볼을 잡았고, 뒤이어 달려온 이란의 하세미안이 볼을 가로채 텅 빈 골문 안으로 차 넣어버린 것이다.

다 이긴 경기를 몇십 초를 못 견디고 동점골을 내 준 것이다. 온 경기장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붉은 악마들은 굳어 버렸다. 선수들 또한 운동장에서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오직 움직이는 것은 이란 응원단뿐이었다. 이렇게 경기는 끝났고, 어이없는 관중은 제자리로 돌아와 잘 싸운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베어백호의 실질적인 데뷔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였지만 그동안 한국 축구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무색무취라는 베어백의 이미지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국내에서 활약이 뛰어난 선수들보다는 해외에서 뛰는 해외파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모습도 안타까웠다. 선수들이 지쳐 있을 때 선수의 교체가 좀 더 빨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한편 설기현 선수의 부활을 확인한 것이 무엇보다도 반가운 경기였다.

전후반 열심히 싸운 양국 선수들!
전후반 열심히 싸운 양국 선수들! ⓒ 이종일
아쉽지만 아직 예선전은 끝나지 않았다. 6일 대만 전에 승리하고, 시라아와 이란전을 승리로 마감을 해서 인연이 없었던 아시안컵의 인연을 새롭게 맺었으면 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경기장을 나와 주차한 곳으로 와 보니 차가 없어졌다. 이게 무슨 일인가. 경찰 아저씨가 여기는 딱지를 끊는다고 주차를 하지 말라고 하는 소리를 언뜻 들은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주차한 곳에 견인해 간 곳을 표시해 준 딱지가 나무에 붙어 있었다. 유독 우리 가족이 세운 구간 몇십 미터 안의 차들만 견인을 해 간 것이다.

한편으로는 화가 났고, 한편으로는 불법주차인데 어쩌랴 하는 마음이 들면서 월드컵 터널을 지나서 마포 견인소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많은 사람이 견인료를 내려고 줄을 서 있었다. 그날 밤 견인된 차가 80대 정도라고 한다. 2시간 만에 80대!

견인차들이 무척 바빴을 것 같았다. 평균 4만5천원씩 360만원을 순식간에 세수에 보태주었다. 마포구청은 수지맞았다. 마포구청은 대한축구협회에 로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상암에서 A매치를 항상 열리게 해달라고…. 견인소에 온 모든 분들의 표정이 모두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왜 하필 그 구간만 주차를 할 수 없게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른 1차선에는 주차된 차들이 일렬로 정렬이 되어 있었는데, 그러한 차들은 왜 견인을 안 했는지 궁금하다. 복잡한 경기장에 아이들 때문에 차를 가지고 간 것이 잘못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날은 조금은 융통성을 발휘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튼, 지금까지 보아 온 A매치 경기중에서 가장 비싼 비용을 지급한 관람이었다. 1등석 5만원씩 2장 10만원, 견인료 4만5천원, 모두 14만5천원이 이날 치른 관전료였다. 우리 대표팀이 경기에서 이겼으면 기분이 조금은 괜찮았을 텐데, 경기도 다 이긴 경기를 무승부로 마쳤고, 차도 견인이 되고, 모처럼 축구경기 관전이 영 아니었다.

비록 비싼 관전료를 지급했지만 현수의 기억에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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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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