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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진보단체는 4일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기구를 출범하고 탑골공원까지 시가행진을 벌였다.
기독교진보단체는 4일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기구를 출범하고 탑골공원까지 시가행진을 벌였다. ⓒ 박지훈
"시청 앞에서 성조기 흔들며 전시작통권 논의 중단을 요구하는 무리는 하나님의 공의를 저해하는 무리입니다. 보수화된 교회 모습을 떠나 진정으로 민중 편에 서는 교회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은혜 베풀어주소서."(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 김동한 장로)

"한국교회는 권력과 부를 누리는 사람 편에 서고 있습니다. 교회가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하나님만을 따라가는 역사가 일어나게 도와주소서."(교회개혁실천연대 박득훈 목사)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등 진보적 기독교단체들로 구성된 '한미FTA 기독교공동대책기구(대책기구)'가 4일 출범식을 열고, 사회공공성을 해치고 양극화를 부추기는 잘못된 정부 정책에 단호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결의했다.

이에 따라 보수기독교단체의 한미FTA 찬성 목소리에 비해 조직이나 활동면에서 미약한 평가를 받아온 진보단체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FTA에 관한 정부와 시민단체 간 극명한 입장차와 마찬가지로 기독교 내부에서도 진보· 보수 단체 간 날카로운 대립 각이 형성돼 있다.

기독교사회책임(공동대표 서경석 목사)을 비롯한 보수기독교단체는 정부가 주장하는 경제논리를 내세우며 협상 체결을 위해 힘을 다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5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초청해 '한미FTA 특별강연회'를 열고 교회 성도들에게 한미FTA의 유익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아울러 지난 8월 25일에는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 한덕수 위원장이 한기총을 방문, 박종순 대표회장과 면담을 한 뒤 상당한 우호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 같이 물적, 질적 동원에 힘쓰는 보수기독교단체에 비해 진보기독교단체의 투쟁은 미약했다. 이들은 주로 이해영 한신대 교수와 정태인(청와대 전 국민경제비서관) 박사를 초청, 반대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진보진영 일각에선 '실질적 행동 없이 토론만 개최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또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등은 한미FTA 2차 협상 체결과정 중에 반대 시위를 벌였지만 참여인원과 단체는 극소수에 그쳐 보수단체의 규모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대책기구 출범으로 기독교 NGO 단체 뿐 아니라 교단까지 아울러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 참석자가 대나무 십자가를 들고 서 있다.
한 참석자가 대나무 십자가를 들고 서 있다. ⓒ 박지훈
이들은 출범 전, 명칭에 '한미FTA반대기독교공동행동' 등 '반대'라는 이름을 넣으려 했으나 보수적 면을 띠는 교단까지 아우르기 위해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기구'로 명칭을 정했다. '반대'라는 말을 빼고 유연성을 갖고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이와 관련, 보수화된 한국교회에서 교단들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참석하겠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최의팔 목사(서울외국인노동자선교센터 소장)는 "반대란 이름을 집어넣지 않아도 보수 교단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힘을 한곳으로 결집시키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날 발족식은 큰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의 투쟁과 운동의 방향은 어느 한 단체가 아닌 대책기구란 이름 아래 많은 기독교단체가 참여할 수 있기 때문.

지난 8월 17일 '교계 한미FTA 대응 긴급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최용묵 목사(천안살림교회)는 한미FTA를 바라보는 교회의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나서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령 한미FTA가 어떤 면에서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하더라도 동시에 그로 인한 폐해가 뻔히 예측되는 상황이라면 교회는 그 폐해를 극복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우선적으로 나서야 합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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