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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소문난 칠공주>를 보면서 무엇을 생각하십니까? 저는 딱 한분의 연기를 가슴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소문난 칠공주>를 보면서 무엇을 생각하십니까? 저는 딱 한분의 연기를 가슴으로 보고 있습니다. ⓒ KBS
요즘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가 높은 시청률을 보이면서 화제가 되고 있더군요. 더욱이 <주몽>과의 시청률 1위 경쟁을 하면서 더욱 두 드라마가 흥미를 끌고 있는데요,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드라마를 잘 보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소문난 칠공주>가 왜 재미있는지를 분석할 능력은 없습니다.

다만 여러 매체에서 분석한 것에 따르면 최근 설칠이의 출생과정에서 오는 극의 긴장감이 높아졌고, 또한 그 과정에서 고뇌하는 아버지와 설칠이, 마음 아파하는 어머니의 눈물이 안방극장에 잔잔한 감동을 준 것이 시청률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저도 최근의 방송분이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물론 시청률이 높은 게 꼭 이 부분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설칠이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연하남과의 사랑이야기, 반찬순 여사와 공수표의 코믹연기 속에서 사랑을 예감하게 하는 최근 극 설정, 종칠과 태자의 알콩달콩 티격태격 신혼생활 등, 극에 재미를 주는 요소는 많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많은 시청자들이 보는 드라마가 됐겠지요.

<소문난 칠공주>, 내가 주목하는 건 주연 아닌 '장모님' 남달구 여사

하지만 (이 드라마가 재미없다는 것이 결코 아님을 먼저 밝히면서) 저는 앞서 말한 것처럼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탓인지 <소문난 칠공주>에서 벌이는 여러 상황, 즉 시청률을 높이고 있는 이유로 여러 언론 매체에서 분석하고 있는 설칠의 출생 비밀 과정에서 나타나는 극적 긴장감과 눈물샘을 자극하는 주인공들의 열연에는 개인적으로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딱 한 분의 연기를 가슴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둘러 말하면 극중 내내 3~4분밖에 나오지 않는 이 분을 보기 위해 이 드라마를 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또한 이 분의 고정 대사인 그 한마디만으로도 <소문난 칠공주>는 더 소문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분은 항상 이 말을 중얼거리듯 읊조리며 등장합니다.

"있을 때 잘혀 후회하지 말고~."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바로 극중 사위인 나양팔 하사의 장모님으로 나오는 '남달구' (나문희) 여사입니다.

우리의 '장모님' 남달구 여사님 보면 다소 철없는 듯 한 코믹 연기에 웃음이 나오시나요? 아닙니다. 남달구 여사님은 지금 이 세상 모든 자식들에게 자식의 도리를 가르치고 계십니다.
우리의 '장모님' 남달구 여사님 보면 다소 철없는 듯 한 코믹 연기에 웃음이 나오시나요? 아닙니다. 남달구 여사님은 지금 이 세상 모든 자식들에게 자식의 도리를 가르치고 계십니다. ⓒ KBS
극중에서 남달구 여사는 남편이 일찍 죽자, 나름대로 먹고 살기 위해 딸 경명자를 데리고 홀아비한테 재가한 걸 시작으로 달구 여사의 인생은 꼬이고, 결국 전처 자식들한테도, 남자들한테도 다 버림받고 오갈 데가 없자 반겨주지도 않는 딸 경명자한테로 오는, 한마디로 팔자가 남달리 센 여자로 나오지요.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드라마 설정에서 '코믹'을 위한 감초 역할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는데, 등장할 때마다 중얼거리듯 부르는, "있을 때 잘혀 후회하지 말고"라는 노래가 어느 날부터인가 송곳처럼 찌르고 들어와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노래뿐만 아니라 가끔씩 딸 경명자가 천방지축인 어머니를 향해 한마디 하면 "이년아, 그래도 엄니가 최곤겨. 있을 때 잘혀"라고 할 때, 저는 그 말을 가벼이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남달구 여사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남달구 여사가 아니라 바로 내 어머니, 내 아버지였기 때문입니다.

'남달구' 여사의 "있을 때 잘혀 후회하지 말고~" 자식들 모두 가슴에 새겨야

ⓒ 장희용
저는 올해 일흔 다섯이 되신 아버지와 일흔 하나가 되신 어머님이 계십니다. 시골에서 그 연세에도 농사를 짓고 계시지요. 내가 아주 어릴 적에 고혈압으로 쓰러지신 후 한 평생 약으로 당신의 육신을 버텨 오신 아버지. 6년 전 인공심장판막 이식 수술을 하시고는 세월의 강을 빨리도 건너시는, 이제는 6살 난 제 딸보다 더 적은 밥을 드시는 아버지가 계십니다.

시골에 가 문득 문득 아버지 얼굴을 볼 때마다 자꾸만 자꾸만 왜소해지는 아버지 모습에 가슴이 아픕니다. 그렇지 않아도 작던 키 더 작아지신 아버지 모습이 그리도 마음이 아플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 저를 혼내시던 목소리는 다 어디가시고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기력이 다 하신 듯한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저만치 달아나는 부모님의 세월에 가슴이 아려옵니다.

자식들 돈 쓸까봐 맛있는 것 사드린다 하면 자장면이 제일 맛있다 하시며 몇 년째 외식으로 자장면만 드시는 내 어머니. 젊은 날부터 아버지 병 수발 들면서 당신은 아파도 아프다 한 마디 못하시고 살아오신 세월이 반평생입니다.

무릎 관절염 탓에 반찬 사러 시장도 못 가시는 내 어머니. 시골에 갈 때 찬거리 사가지고 가면 뭐 하러 돈 쓰냐고 하시며 "난 김칫국물이 제일 맛있더라"하시며 일부러 사온 찬거리 드시지 않고 김칫국물에 밥을 말아 드시는 내 어머니를 뵐 때마다 보이지 말아야 할 눈물이지만 흐르는 눈물을 차마 감추지 못했습니다.

ⓒ 장희용
엊그제 제사가 있어 시골에 갔었는데, 다리가 아파 당신 찬거리 사러는 장에 못가시면서 이 자식 김치 담가 줄 마음에 장에 가 배추를 사다 김치를 담가 놓았더군요. 배추가 너무 비싸서 조금밖에 못 샀다고 하시며 다 먹으면 또 담아줄테니 말하라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배추값이 비싸서 조금밖에 못산 것이 아니라 당신의 아픈 다리로는 더 이상 배추를 많이 사 들고 올 수 없어 그리했다는 것을….

제사 마치고 새벽에 집으로 오는 동안 그런 내 어머니 생각에 참 많이 울었습니다. 자꾸만 흐르는 눈물이 앞을 가려 고속도로에 차를 멈추고는 소리 내어 엉엉 울어도 봤습니다. 잘 왔다고 집에 전화를 드리는 순간, 목이 메어 차마 오래 통화할 수가 없었습니다.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픈 내 아버지와 어머니입니다. 얼마나 더 오래 이 자식 곁에 있어 줄까 요. 하늘 아래 더 이상 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생각하면 밥을 먹다가도 목이 매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자꾸만 내 아버지 어머니 생각에 울컥하며 눈물이 나오려합니다.

<소문난 칠공주> 시청률 더 높아져 부모님 생각하는 마음 심어주길...

고도원 시인은 이리 이야기 했지요.

"지금 만약 부모님께서 살아 계시다면, 당신은 정녕 행복한 사람이다. 두 분 중 한 분이라도 살아 계시다면, 이 또한 행복한 사람이다. 당신에게 아직 기회가 남아 있으니깐."

잘 해드리고 싶어도 이제는 영원히 부모님이 곁에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끼곤 한다는 고도원 시인의 자조 섞인 이 말, 마음에 가슴에 새기고 또 새겨 봅니다.

하지만 부모님 살아생전에 자주 찾아뵙고, 그리도 보고 싶어 하시는 손주 녀석들 재롱 보여 드리고, 또한 이 자식 얼굴 보여 드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살아 계실 적 효를 다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효가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니 못난 자식이 이 세상 천지에 저 말고 또 어디 있을까 합니다.

지금 제가 이 글을 쓴 건 못난 제 자신에게 채칙을 함과 동시에 혹시나 이 글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되거나, 혹은 <소문난 칠공주>가 더 높은 시청률을 보여 우리 자식들 마음속에 '부모님'이라는 단어를 가슴 깊은 곳에 새겨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에서입니다.

시청률 50%를 넘는 '국민 드라마'가 2001년 <태조 왕건>(56.6%), 2002년 <야인시대>(50%), 2004년 <파리의 연인>(56.3%), <대장금>(55.5%)을 비롯해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50.5%) 등 7편에 불과하다는데, 솔직히 제 개인적으로는 시청률 100%가 되어서 이 세상 모든 자식들이 이 드라마를 보면서 '부모님'을 생각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송강 정철님의 시조를 옮겨 봤습니다.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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