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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즈부루와 바르도
갱즈부루와 바르도
바르도에 빠진 갱즈부르의 일화를 하나 소개 할까요. 둘 만의 공간인 파리의 한 '아파트'에 둥지를 튼 두 사람은 젊음을 소비합니다, 젊음이 할 수 있는 가장 열정적인 방법으로. 로제 바딤의 표현에 따르면 '신이 창조한 여신' 바르도는 어느날 밤 갱즈부르에게 '주문' 하지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 노래를 만들어봐."

그날 밤, 갱즈부르는 바르도 옆에서 잠 들지 못하고 수 십 개의 '지탄'을 태웠을 겁니다. '지탄'은 냄새가 고약한 프랑스의 담배랍니다. 날이 밝았군요, 정성스럽게 아침식사를 준비한 갱즈부르는 맞은 편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바르도에게 들려줍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노래를. '보니와 클라이드'가 탄생한 배경입니다.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 원제 'Bonnie and Clyde)에서 워렌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처럼 차려입은 두 사람은 이 노래를 함께 녹음했습니다.

갱즈부르에 얽힌 일화는 이밖에도 무궁무진 하답니다. 1973년의 일인가요, 갱즈부르가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레게 버전으로 편곡해 부른 것은. 프랑스 혁명 시기에 탄생한 '라 마르세예즈'의 후렴구를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무기를 들어라!"

이렇게 시니컬할 수가 있을까요, 갱즈부르가 레게 버전으로 편곡한 '라 마르세예즈'의 제목은 '무기를 들어라, 기타등등'이었어요. 최근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1792년 스트라스부르에서 루제 드 릴이 처음 쓴 '라 마르세예즈'에 붙여진 임시 제목이 '무기를 들어라, 기타등등'이었답니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자못 놀라운 일이죠.

어쨌거나 갱즈부르는 자국의 국가를 레게로 부를 만큼 뻔뻔스러웠습니다. 노래가 발표되고 스트라스부르에서 콘서트가 열렸지요. 갱즈부르의 '오만'에 격분한 시민들은 무대에 선 갱즈부르를 향해 돌과 계란을 던지며 시위했습니다. 콘서트가 무산될 위기였어요. 갱즈부르는 사과했을까요? 천만에. 으르렁거리는 시민들을 향해 오른 손을 들어올린 갱즈부르는 외칩니다.

"나는 투사다. 아무도 나를 막지 못해!"

거짓말 하지마!

역사의 아이러니는 예상 못한 방법으로 반복됩니다. 지난 2002년, 현재까지도 프랑스의 문화 대통령으로 불리는 당시 문화장관 자크 랑은 베를리오즈의 공식 버전을 비롯해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에 등장하는 짧은 멜로디, 집시 출신의 재즈 기타리스트 장고 라인하르트의 재즈 버전까지 '라 마르세예즈'의 14가지 버전을 한 장의 CD에 수록해 일선 중고등학교에 배포했지요. 이 속에 갱즈부르의 레게 버전도 들어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 버킨과 새 노래를 발표할 때면 '스캔들'은 따라다녔죠.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자세, 깊이 파인 등을 돌리고 선 버킨을 뒤에서 끌어안은 갱즈부르. 그의 한 손은 버킨의 '절벽' 가슴에, 다른 한 손은 '지탄'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파격이었죠.

갱즈부르는 TV 프로그램에도 종종 모습을 보였습니다. 늘 마약에 찌들어 반쯤 풀린 눈을 하고 있었죠. 프랑스의 인기 사회자 미셸 드뤼케르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미국의 팝스타 휘트니 휴스턴이 초대손님이었어요. 휘트니 휴스턴 옆에 얌전히 자리 잡은 갱즈부르를 보는 시청자들은 불안합니다.

갱즈부르가 어떤 일을 저지를 지 모르니까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노래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고 있는 휘트니 휴스턴에게 예의 '느끼한' 눈길을 던지며 갱즈부르는 이렇게 말하고 말았어요.

"I want to fuck you!"

귀를 의심한 휴스턴이 사회자에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봅니다. 당황한 드뤼케르는 '당신이 아름답다고 했어요'라며 상황 수습에 들어가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갱즈부르의 '확인사살'은 기다려주지 않았어요.

"거짓말 하지마, 나는 I want to fuck you 라고 말했어!"

사랑하는 버킨이 갱즈부르를 떠난 뒤의 일이었습니다.

홀로 남겨진 갱즈부르는 더욱 열심히 마약에 빠져들었죠. 반쯤 풀린 눈은 언제나 비웃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와 '당신'을. 딸 샤를로트가 세자르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던 날, 검은 양복으로 차려입은 갱즈부르는 샤를로트 옆에 점잖게 앉아있었죠.

딸 샤를로트와 함께 한 모습
딸 샤를로트와 함께 한 모습 ⓒ .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샤를로트는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그때를 놓치지 않았죠, 갱즈부르는. 딸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마치 연인에게 하듯 샤를로트의 입술 깊이 키스를 합니다. 혼돈스러운 표정의 '내성적인' 샤를로트는 휘청거리며 무대를 오를 수 밖에 없었겠죠. 또 하나의 스캔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될 대로 돼라(Que sera, sera)!".

이런 심정이었을까요, 밤이면 바에서 술만 마시던 갱즈부르에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왔습니다. 인도네시아 출신의 아름다운 여성, 밤부. 갱즈부르는 밤부와 함께 마지막으로 노래합니다, 오래 전 그날 바르도에게 바친 노래 '보니와 클라이드'를. 노래 중에 밤부는 갱즈부르에게 장난스럽게 물어봅니다.

"내가 만약 너를 떠난다면?'

희망, 경멸, 도발의 흔적이 말끔히 지워져 무장해제된 얼굴의 갱즈부르가 읊조린 말은 가슴 아린 여운을 남겼습니다.

"네가 처음은 아닐거야, 아마 마지막일 수는 있겠지."

밤부는 갱즈부르의 '마지막 여자'였습니다.

풍운아 갱즈부르

'풍운아'라는 표현이 맞을까요, 사는 게 귀찮았던, 그러나 누구보다 삶을 사랑했던 시인 갱즈부르를 가장 잘 표현한 노래입니다, 지금 듣고 있는 노래는. 외설적(?) 노랫말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금지되기도 했어요. '즈 뗌므, 므와 농 쁠뤼'의 기원이 된 노래죠. 불어에서 '즈 뗌므(je t'aime)'가 '사랑해'라는 뜻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요. '므와 농 쁠뤼(moi non plus)'는 부정문에서 '나도 그렇지 않아' 즉 영어에서 'either'와 같은 의미로 쓰이지요. 그렇다면 이상합니다. '즈 뗌므'는 긍정문이거든요.

즈 뗌므'라고 말하는 여자에게 '나도 그렇지 않아', '나도 널 사랑하지 않아'라고 대답하는 남자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성애를 나누고 있는 여자의 입에서 나온 '사랑해'를 남자는 '널 사랑하지 않아'로 이해한 것이죠. 아이러니한 이 대화법은 이제 프랑스에서 '즈 뗌므, 므와 농 쁠뤼의 사랑'이라는 보통명사가 됐습니다.

노랫말을 잠깐 보면 두 연인의 건조한 사랑이 '훅'하고 끼쳐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두 연인은 섹스를 나누고 있어요. 여자의 흥건한 신음소리가 넘쳐 흐르죠.

"사랑해, 오, 그래 널 사랑해."
섹스의 쾌락에 젖은 여자가 속삭이면 남자는 대답합니다, '나도 널... 사랑하지 않아'.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여자는 계속 하죠, '오, 내 사랑'

ⓒ .
"우유부단한 파도처럼 나는 들고 나지, 네 콩팥 사이를, 그리고 참을게"
남자가 말하는 '들고 난다'는 말은 불어로 '즈 베 에 즈 비앙', 되풀이할 때 '즈베에즈'란 말은 영어의 'fuck'을 의미하는 불어 '베즈'와 발음이 같아 쓸쓸합니다.

'I fuck you'.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여자의 '즈 뗌므'는 그칠 줄 모르고 남자의 대답은 일관적입니다, '므와 농 쁠뤼'.

'들고 나는' 남자의 행위가 남자의 입을 뚫고 나오면 여자도 말합니다, 여자가 아닌 남자의 행위를.

"너는 들고 나지, 내 콩팥 사이를.그리고 너를 받아들일게."

여자가 '즈 뗌므'를 절규하는 동안 남자는 일갈하지요.

"출구 없는 육체적 사랑. 나는 들고 나지, 네 콩팥 사이를. 그리고 참을게"

순간 쾌락의 절정에 도달한 여자는 '농! 멘뜨낭, 비앙!'이라고 외마디 비명을 속삭입니다.

"안돼! 지금 해 이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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