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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의원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한나라당은 사행성 성인 오락 사태에 있어서도 여야공동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박형준 의원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한나라당은 사행성 성인 오락 사태에 있어서도 여야공동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병준 교육부총리 논문 표절 의혹, 유진룡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 파문, 사행성 성인 오락실 사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란 등등. 한나라당 앞길에 '레드 카펫'이 깔렸다. 스텝만 잘 밟으면 됐다. 얼마든지 사뿐히 즈려밟고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국회 교육위와 운영위는 김병준 교육부총리 논문 표절 의혹과 유진룡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 파문을 캐는 '청문' 성격의 자리였지만 결과적으로 '경청'을 하는 자리가 돼 버렸다.

사행성 성인 오락실 사태의 경우 정부여당의 '최대 실정'으로 몰아갈 수 있는 사안이었는데도 박형준 의원 등의 부적절한 처신이 문제가 되면서 '여야 공동책임' 주장이 고개를 내밀 틈을 벌려 놓았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란도 마찬가지다. 보수언론으로부터 '차려놓은 밥상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느냐'는 핀잔을 듣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거래세를 인하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재정이 펑크 난다며 반대 입장을 펴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다음에야 정부 원안 대로 처리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한나라당의 '지리멸렬' 행보에서 확인되는 건 나태다. 국회 교육위와 운영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보여준 '무기력증'이 그 예다. 언론 보도 내용을 단순 확인하는 질문에서 '열공'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무모함도 배어나온다. 강재섭 대표가 그 예다. 강재섭 대표는 어제(28일)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한 번 만나서 터놓고 얘기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터놓고 얘기하기도 전에 결론을 내려버렸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선동 도구'이니까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지지율 10%인 정부여당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추진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여기서 논의하자고도 했다.

회담을 하자면서 굴복을 요구하는 강재섭 대표의 처사에서 논리의 일관성은 찾을 수 없다. 무모한 건너뛰기만 확인한다.

계속되는 한나라당의 갈지자 행보, 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28일 오후 국회에서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전시작전권 환수 반대입장을 재확인하며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28일 오후 국회에서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전시작전권 환수 반대입장을 재확인하며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더 있다. 강재섭 대표는 미국 정부를 향해서도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지금은 노무현 정부와 미국을 동시에 말려야 할 상황"이라며 "미국에 우리 국민의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했다.

반응이 어땠을까? 강재섭 대표는 한 신문사 기자로부터 "한국의 일개 야당이 강력히 반대한다고 해서 과연 논의가 중단 되겠냐"는 도발성 질문을 받아야 했다.

일각에선 '지리멸렬' 이유를 구조에서 찾는다.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럴 만도 하다. 박근혜 대표가 퇴장한 후 새로 들어선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의 성격을 갖고 있다. 특정한 리더가 강력한 카리스마로 당을 이끌어가는 체제가 아니라 제각기 제한된 권한과 제한된 책임 하에 각개약진하는 구조다.

이재오 최고위원의 '나홀로' 행보가 이런 진단을 뒷받침한다. 국회 교육위의 김병준 교육부총리 '청문' 직후 강재섭 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가 원내 전략을 놓고 책임공방을 벌인 사례도 있다.

역설적인 면이 있다. '지리멸렬' 행보가 카리스마 부재에 따른 현상이라면 그건 한나라당의 허약 체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민주적 당론 수립이 열성적 참여를 낳는 게 아니라 강력한 카리스마가 충실한 순종을 이끄는 당이라면 자생력과 지구력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카리스마의 재림을 통해 해법을 찾는 게 최선이다. 헌데 이게 문제다. 재림 시기는 빨라야 내년 봄이다. 대선 주자가 본격 행보에 나설 때다. 여권이 뭔가를 본격 모색하는 기간에 한나라당은 카리스마 부재 현상을 되풀이해야 한다. 자칫하다간 여권에 재기의 공간을 크게 열어줄 수도 있다.

한나라당에겐 남은 기간이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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