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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생활 필수품으로 자라 잡은 자전거
이제는 생활 필수품으로 자라 잡은 자전거 ⓒ 이선희
나는 자동차 운전면허증이 없다. 남편은 제발 면허 좀 따라며 나를 채근하지만 나는 면허를 딸 생각이 아직 없다. 자동차 운전면허가 지금의 나에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는 나이지만 사실 나는 올 초만 해도 운전면허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28개월 된 둘째를 데리고 다니려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둘째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니 아무리 걷기를 좋아하는 나이지만 도보 30분 이상 소요되는 곳을 가려고 생각하면 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 졸업하고 10년 이상 필요성을 못 느끼고 버텨왔던 자동차 면허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사실 나는 자동차 매연을 끔찍하게도 싫어한다. 그래서 찻길 옆에 있는 인도를 걸을 때면 이마에 주름이 절로 잡히고 눈은 세모꼴로 변한다. 이토록 자동차 배기가스를 싫어하다보니 그런 배기가스를 내뿜는 자동차에도 정이 가지 않아 운전면허에도 별반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다.

'나 혼자 편히 가자고 여러 사람에게 좋지 않은 배기가스를 내뿜냐?'이런 생각도 있었고, '엔트로피 증가에 한 몫 하는 삶을 사는 걸 최대한 자제해야지'라는 나는 생활관도 운전면허를 원치 않는 내 결심에 한 표를 던졌다.

그러다 몇 달 전 남편이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그리고 갑자기 자전거를 구입하여 집으로 배송을 하게 한 것이다. 처음엔 '내가 언제 자전거 사 달랬느냐'며 남편에게 투덜댔다. 둘째를 낳기 전에는 운동 삼아 가끔 자전거를 타긴 했지만 둘째를 가진 후에 친정엄마께 자전거를 드려 내가 탈 자전거가 없긴 했다.

있다가 없으면 허전하긴 가끔 타는 자전거로 마찬가지인지 자전거 생각이 간간이 나긴 했다. 그렇지만 상의 없이 자전거를 산 남편에게 내 입에서는 투덜대는 말부터 나왔다. 투덜대며 첫 아이를 태울 때 썼던 5년이 지난 보조 안장을 자전거에 얹었다.

자전거를 탄 지 얼마 후부터 나는 자전거 덕을 톡톡히 보기 시작했다. 둘째를 자전거 앞부분 보조 안장에 태우고 집에서 도보로 왕복 1시간 이상 걸리는 문구 할인점에도 다니고, 역시 둘째를 데리고는 도보로 도저히 가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는 거리에 있는 재래시장도 간다.

자전거를 타고 가니 운동도 되고, 저렴하게 물건을 사니 절약도 된다. 그뿐이랴, 자전거를 타면서 둘째와 거리를 보면서 대화를 하는데, 둘째도 나도 정서적 교감을 나눠 자전거에서 내릴 때면 교감이 만족감으로 변하여 그렇게 좋을 수 없다.

마트에 갈 때도 자전거를 타고 가서 자전거 앞에 있는 바구니에 물건을 담아 온다. 자전거 앞에 있는 바구니는 크기가 크지 않기 때문에 마트에 가서 물건에 손이 갈 때면 이 제품이 나에게 꼭 필요한지 3번은 생각한다. 이렇게 고민 끝에 물건을 사니, 예전에 남편과 자동차로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살 때 보다, '일단 사고 보는' 물건이 대폭 줄어 생활비도 대폭 줄었다.

첫째가 감기로 병원에 가야 할 때도 자전거는 꼭 필요하다. 안장 앞에 있는 보조 안장에 둘째를 태우고, 뒷자리에 첫째를 태우면 도보로 20분 정도 걸리는 소아과도 5분 이내에 갈 수 있다. 사실 이제 아장아장 걷는 둘째를 데리고 도보로 10분 이상 어딘가를 갈 생각을 하면 일단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포기'일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젠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망설임 없이 갈 수 있다.

또 자동차로 갈 때면 일단 주차를 걱정해야 하지만 자전거는 아주 협소한 공간만 있으면 세워두면 되니, 쓸 데 없는 걱정에 정신을 낭비할 필요도 없다. 이런 편리함 때문에 나는 이제 자전거 없는 생활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러나 생활의 편리함보다 더한 만족은 정신적 만족이다. 자동차를 타면 나는 늘 배기가스 걱정을 했다. 자동차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배기가스. 나도 구토가 나올 정도로 싫어하고, 나무도 싫어하고, 내가 아는 모든 생명체에는 배기가스가 부정적 영향을 끼칠 텐데.

남편은 늘 내게 '오버'한다고 하지만 나는 늘 그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나 편하자고 타는 자동차가 늘 내겐 맞지 않는 옷과 같았다. 그래서 도보로 갈 수 없는 거리는 대게 어차피 다녀야만 하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것을 남편에게 강력히 주장하곤 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면 배기가스가 나오지 않으니, 남편이 말하는 '오버'도 할 기회가 오질 않는다. 나는 평소에 아이들에게 절약을 강조하곤 한다. 그래서 말귀를 알아듣는 초등학교 1학년인 첫째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절약하는 생활은 이 지구에서 모든 생명체가 함께 살 수 있는 가장 기본 적인 방법이란다. 사람은 사람끼리만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와 함께 살아야 살 수 있는 거란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말도 해 주고 싶다.

너희들에게 빌려 쓰는 이곳을 위하여 엄마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 가운데 하나는 자전거를 타는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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