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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권에 진입한 김근태 의장의 뉴딜정책. 앞날이 보이기 시작했으나, '대략 난감'한 수준이다.
가시권에 진입한 김근태 의장의 뉴딜정책. 앞날이 보이기 시작했으나, '대략 난감'한 수준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때가 된 것 같다. 가을 정기국회 전에 뉴딜정책이 가시권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측근의 말이었다.

김근태 의장의 발길도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노사 단체를 들른 데 이어 어제(24일)는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만났다. 이로써 사회적 대타협의 3각 축을 두루 접촉했다.

김근태 의장의 발품과 측근의 바람대로 뉴딜정책은 가시권에 진입했다. 앞날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략 난감'이다.

경제단체는 "노력하겠다"며 피해갔고, 노동단체는 "왜 우리에겐 선물을 내놓지 않느냐"고 다그쳤다. 시민사회단체는 "전시성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비판했다.

뉴딜정책의 앞날이 보이기 시작했으니 달리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지만 별 소용이 없을 것 같다. 김근태 의장의 기세가 여전하다.

막 가는 김근태, 대략 난감

지난달 30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친기업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친기업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주성
김근태 의장은 어제 이렇게 말했다.

"민주개혁세력이 지난 10년간 민주주의의 진전을 이뤄냈을지 모르겠으나 국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에서는 무능했다고 생각한다. 잃어버린 10년, 활력을 못 찾은 10년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무능'이란 평가가 나오기에 충분하다. 투자가 줄었고, 일자리는 쪼그라들었으며, 부동산 값은 치솟았고, 교육비는 내달렸다. 성장동력은 쇠퇴했고 양극화는 심화됐다.

하지만 이게 모든 걸 설명하는 건 아니다. 이건 현상이고 결과다. 원인과 과정에 대한 설명이 추가돼야 주장의 합리성이 확보된다.

'잃어버린 10년'은 외환위기로 비롯됐다. 성장동력 쇠퇴·양극화 심화의 시발점도 외환위기였다. 외환위기를 낳은 주범이 분식회계로 대표되는 재벌의 혼탁경영이라는 데에 이견을 다는 사람도 거의 없다.

곡해할 필요는 없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민주개혁세력이 카드 대란, 벤처 대란, 부동산 대란 등등을 야기한 책임을 외환위기로 덮자는 취지가 아니다. 말하고 싶은 건 김근태 의장의 발상법이다.

재벌의 혼탁경영이 외환위기를 낳았고, 외환위기가 성장동력 쇠퇴와 양극화 심화를 촉발했다면, 그리고 그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면 뭘 손봐야 하는 걸까? 상징 사례 두 가지만 들자.

▲김진방 인하대 교수가 국내 30대 그룹을 조사한 결과,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2005년도의 순환출자 비중이 2년 전에 비해 각각 13.9%와 9.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하성 펀드'가 태광그룹 계열사인 대한화섬의 지분 5.15%를 경영 참여 목적으로 확보했다고 공시하자마자 이 회사 주가는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다.

실상이 이런데도 김근태 의장은 분식회계의 주범인 재벌총수의 사면과 함께 경영권 보장을 약속했다. 뉴딜정책을 '재벌 봐주기'라고 비판하는 시민사회단체에게는 대안 있는 비판을 요구했다.

민생회복과 한미FTA 사이에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16일 오전 투자활성화와 일자리창출 대장정'의 일환으로 한국노총을 방문해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등과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16일 오전 투자활성화와 일자리창출 대장정'의 일환으로 한국노총을 방문해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등과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초점을 잘못 맞췄다. 김근태 의장은 '무능'의 대표항목으로 민생을 거론했고, '진전'의 대표사례로 '민주'를 설정했지만 그게 아니다. 김근태 의장의 이런 발상엔 '경제민주주의'란 개념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

'민주개혁'의 주요 지분을 형성하는 게 '경제민주화'이건만 김근태 의장은 경영 참여를 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딜' 항목에 올려놓았다.

김근태 의장의 발상법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근태 의장은 과거 민주화 경력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지만 정작 떼어냈어야 할 건 여전히 달고 다닌다. '민주'의 범위를 정치역역으로 한정해서 바라보는 과거의 사고다.

조심스럽다. 김근태 의장이 이런 'ABC'조차 모른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민생 회복이 긴요하니까 정치적 수사를 동원한 것이라고 이해하는 게 더 타당할지도 모른다. 김근태 의장도 어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에게 "매서운 비판을 각오하고 나왔다"고 했다.

이렇게 이해하고 넘어가려니까 다른 게 발목을 잡는다. 진정성이다.

'경제민주화'를 '딜' 품목으로 내놓으면서까지 민생 회복에 나서려는 김근태 의장이라면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할 사안이 있다. 한미FTA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민생이 파탄난다는 주장이 있지만 정부는 한사코 아니라고 한다. 농산물은 개방품목에서 제외할 것이고, 약값 적정화 방안은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한미FTA가 체결돼야 우리나라가 길게 먹고 살 길이 열린다고 한다.

김근태 의장은 민생 돌파구를 뉴딜로 잡은 반면 정부는 한미FTA로 잡았다. 목적지는 다르지만 가는 길은 비슷하다. 현실이 엄중하니 원칙 수정은 불가피하다. 사활은 '딜' 결과가 좌우한다. 그러니까 뉴딜엔 사회적 지원이, 한미FTA엔 국민적 동의가 필수다.

오로지 민생 회복에 대한 충정 때문이라면 뉴딜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한미FTA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 집권여당의 의장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그런데 애매하다. '대략 찬성'이라면서도 절차를 문제 삼는다. 도대체 무슨 연유인가?

여당의 뜬구름 잡기, 걱정이네

정부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라면, 정치적 후과가 두려워서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집권여당 의장 스스로 정부에 거리를 두는 판에, 더 멀리 있는 국민에게 자신의 뉴딜 충정을 믿어달라는 건 겸연쩍은 일이다.

'아주 난감'하다. 뉴딜정책의 미래 뿐 아니라 그 충정의 진정서마저 '대략 난감'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이 사람 믿어주세요'라고 '아주 난감'해 진다.

'아주 난감'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사행성 성인오락실 사태로 몇 조원의 돈이 허공에 붕 뜰 판에, 대다수 국민이 사태 추이에 골몰하고 있는 판에 집권여당 의장이 '대략 난감'한 미래를 끊임없이 되뇌는 현실이 '아주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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