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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신문
[김미량 기자] "2~3년 후면 세계의 환경을 지키는 최고의 제품으로 '루펜'을 떠올리게 될 겁니다."

이희자(52) 루펜리(LOOFEN LEE) 대표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다. "세계 최고의 자리를 예약해 두었다"는 이 대표의 자신감은 삼성전자가 루펜(음식물 처리기) 판매에 합세하고, 미국, 일본, 캐나다, 두바이로 해외 수출의 물꼬를 튼 일련의 성과에서 비롯된다. 게다가 8월 말 홈쇼핑을 통해 본격적으로 '안방 소비자'에게 루펜을 알릴 채비를 마쳤다. 채비

"음식물 쓰레기는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는 환경 문제입니다. 각 가정에서 음식물을 건조 처리하게 되면 쓰레기 양도 10분의 1로 줄고, 바로 재활용이 가능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죠."

지난 97년 음식물 처리기 개발에 나선 후 이 대표는 그야말로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 처음엔 49세 전업주부가 발명품으로 기업 대표가 되었다는 드라마틱한 얘깃거리에 솔깃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2004년 매출 8억원에서 2005년 300억원, 그리고 올해 500억원대로 급성장하고 있는 루펜과 이 대표의 경영 능력을 주시하고 있다.

롯데건설, LG건설, 포스코 건설, 삼성건설 등 굵직한 건설사에 납품을 하는 것도, 거대 기업 삼성전자가 루펜의 파트너로서 제품 판매에 나선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정작 이 대표는 "루펜은 최고의 제품력을 갖췄으니, 최고의 회사와 일해야 한다"며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루펜은 그동안 고급 아파트 등에 빌트인으로 설치되거나 대형 음식점, 공동시설에 주로 보급되면서 입소문이 난 제품으로 이미 음식물 처리기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상태. 그러나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최근 보다 편리해진 일반 소비자용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온풍 건조방식으로 건조시킨 음식물(왼쪽)에 비해 열풍 건조 방식을 적용한 신제품은 부피를 더 줄이고, 완전히 분해(오른쪽)시키는 효과가 뛰어나다.
기존 온풍 건조방식으로 건조시킨 음식물(왼쪽)에 비해 열풍 건조 방식을 적용한 신제품은 부피를 더 줄이고, 완전히 분해(오른쪽)시키는 효과가 뛰어나다. ⓒ 여성신문
기존 제품은 냄새를 밖으로 빼내기 위해 싱크대에 별도의 설치를 해야 했지만, 신제품은 자체 탈취 기능을 갖춰 일반 가전제품처럼 어디에나 두고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기존의 온풍건조 방식이 약 5시간 정도가 걸렸다면, 신제품은 열풍을 이용해 1시간 30분 정도면 완전 건조 분해된다. 월 2~3회 정도만 비워주면 되기 때문에 번거로움을 크게 줄였고, 전기료도 한 달 1500원 정도면 충분하다.

이렇게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까지 2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들었지만, 가격대는 오히려 30만 원대로 낮췄다. 당장의 이익보다 '환경 제품'을 보급하는 데 더 주력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이 대표는 "가정마다 주부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가 바로 음식물 쓰레기이고, 주택가 악취의 주요 원인도 음식물 쓰레기"라며 "단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위생을 위해 꼭 필요한 주방의 필수 제품"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렇게 건조 분해된 음식물 쓰레기는 현재 별도 수거를 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젖은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버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안타까워하는 그는 "각 가정에서 건조 분해된 음식물 쓰레기는 바로 비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며 "지자체마다 매년 엄청난 비용을 들여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는데, 이 비용을 각 가정과 음식점 등에 음식물 처리기 설치에 지원한다면 더 효율적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실제로 캐나다 등 선진국에선 공동주택 건설 시 친환경 제품 설치 및 설계를 할 경우 갖가지 우대사항을 적용하고 있으며, 일본은 쓰레기의 재활용화를 법으로 정한 상태다.

이 대표는 "기업가로서 환경 보호 제품을 개발·판매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향후 계획안에는 '희망 매출액'이 아닌 '더 저렴한 제품 생산'이 쓰여있다.

주변에서 "주부 출신이 대단하다"고 할 때마다 "주부라서 할 수 있다"고 답하는 이 대표. 그는 "딸이 얼마 전 '엄마를 보면 세상에 불가능이란 정말 없는가 봐요'라고 말했을 때 스스로 성공했다고 느꼈다"며 "세계 시장에 한국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야무진 각오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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