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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가 내리고 운무가 피어오르며 어둠과 만나는 지리산의 자태는 삶의 일상을 송두리째 잊을 만 했습니다. 산은 그렇게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고 그리 멀지 않은 좌우혼란의 시절에는 피난처이자 생명의 창고였으며 불나방처럼 스스로를 불태웠던 역사의 현장이었습니다.
불현듯 오랜 기억 속에 기억나는 노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골 깊은 허리에도 울부짖는 가슴에도 덧없이 흐르는 산하~
나는 저 산만 보면 피가 끓는다.
눈 쌓인 저 산만 보면 지금도 들리는 빨치산 소리
내 가슴에 살아 들린다"('지리산 노래' 가운데)
그 눈 쌓였던 산에 비가 소록소록 내리면서 운무가 피어오릅니다. 비와 운무가 만나 '나빌래라'같은 춤사위를 펼치고 어둠이 스며듭니다. 어머니의 입김같은 운무는 지리산의 신록을 감싸고 산은 그렇게 한반도 남단을 자랑처럼 지키고 있습니다.
삶이 늘 아쉬운 듯 두고 온 아쉬움도 지리의 어둠 속에 스며듭니다. 내일이면 펼쳐질 지리산 반야봉의 운해, 그 산바다가 눈에 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