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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 샘플
영주권 샘플 ⓒ visa-greencard.com
이처럼 외국에서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영주권 즉 '그린카드'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때로는 눈물 나는 일을 겪기도 합니다. 그린카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저마다 자신의 힘겨웠던 추억으로 종종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군대에 갔다 온 남자들이 모이면 저마다 자신의 힘들었던 군대 이야기를 하면서 열을 내는 것처럼 그린카드 소지자들이 모이면 아직 그린카드를 취득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저마다 노하우를 소개하기에 바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잘못된 소개인을 만나 사기를 당한 경우도 있고, 악덕 고용인에게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또 그린카드를 위해서 한국에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험한 일조차 마다 하지 않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인터넷을 사용해서 미리 예약을 하고 비자 관계 일을 문의할 수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벽 2시부터는 이민국 앞에 긴 줄이 생겨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리와 담요까지 가지고 와서 누워 있는 사람들부터 간이의자를 가지고 와서 밤을 새우는 사람들의 모습은 새벽 7시에나 입장 가능한 이민국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경이었습니다.

필자도 한두 번 그 대열에 참여했다가 감기에 걸려 고생을 한 적이 있는데, 그런 고생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새벽 4시경이 되면 번호표를 판매하는 광경까지 벌어진다고 했습니다. 그 대열에 서서 추운 날씨에 몸을 움츠리면서 시간 가기만을 바라던 필자에게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겼었습니다.

영화 '그린카드' 포스터
영화 '그린카드' 포스터 ⓒ moviegoods.com
199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 중에 <그린카드>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정원 딸린 아파트를 얻기 위해서 혼인 증명서가 필요한 시민권자와 애인을 잃고 방황하는 프랑스인의 위장결혼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이 이민국의 조사를 받는 과정이 나옵니다. 그 장면에서 필자는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꼈습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의 어눌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였는데 그린카드를 향한 열망을 잘 표현했었습니다.

그보다 먼저 한국에서 위장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깊고 푸른 밤>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미국에 살기 위해서 영주권을 취득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유학을 위해서 또는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미국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런 분들 중에는 많은 분이 할 수 있다면 그린카드를 받아서 미국에서 정착하고 싶어합니다. 그분들에게는 그린카드를 이미 취득한 영주권자들이 부럽게만 보일 것입니다.

오래전 시골에서 꿈을 안고 무작정 상경하는 농촌의 사람들처럼 희망을 안고 미국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린카드는 하나의 목표가 될 것이고, 동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희망을 상징하는 그린(green) 색깔을 영주권의 다른 이름으로 쓰게 된 것은 자신의 부푼 꿈을 안고 미국을 찾는 많은 이민자의 꿈을 상징하도록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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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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