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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는 큰 마트에 가서 장을 볼 생각에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섰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장충동, 동국대학교 근처이다. 이곳은 작은 마트들과 동네 구멍가게는 많지만 다른 동네에서는 흔히 만날 수 있는 대형마트들은 하나도 없는 형편이다. 그나마 가장 근접한 곳은 서울역에 있는 롯데마트.

돈 몇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대형 할인마트에 가게 된 것인데,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니 그 비용이 아깝기도 하고 해서 자전거를 타고 가게 된 것이다.

한참 기분 좋게 인도를 따라 자전거 패달을 밟았다(자전거 전용도로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자전거는 금세 명동역을 지나 서울시청 근처에 닿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때부터였다. 서울역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길을 건너야 하는데 횡단보도가 없었다. 잘 살펴보니 행인을 위해 지하도는 만들어져 있었다.

할 수 없이 인도를 따라서 횡단보도가 나오는 곳까지 계속 자전거를 타고 전진하게 되었다. 그렇게 가다보니 횡단보도는 없고 끊임없이 뻗어있는 차도와 함께 롯데백화점 앞까지 가게 되었다. 결국엔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자전거를 짊어지고 지하도를 이용해서 길을 건넜다. 편리하고자 했던 자전거가 짐이 되는 순간이였다.

우여곡절 끝에 롯데마트가 보이는 서울역에 도착하게 되었다. 역시 이곳에도 횡단보도는 없었다. 지하도를 보니 이곳은 정말 자전거를 짊어지고 가기에는 너무나도 힘들어 보였다.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 자동차 흐름의 방해를 막고 행인이 안전하게 길을 건너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지하도에 자전거를 타고 길을 건너는 사람을 위해서 계단 끝에 경사로만 하나 설치해 놓았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아쉬웠다. 이곳에서도 역시 한참을 돌아서 롯데마트에 진입할 수가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으며, 매연으로부터 환경을 지키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중심을 보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여건이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다. 서울시는 오직 자동차만을 위한 구조로 도로들이 건설되어 있다.

내가 가 본 나라중에서 베트남 같은 경우는 도로에서도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었다(물론 오토바이를 더 많이 타기는 하지만). 또한 뉴질랜드 같은 경우는 도시 안에 있는 거의 모든 도로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함께 설치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하고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으로 자동차들도 운행을 하고 있었다. 나 역시 자전거를 십분 활용했던 기억이 난다.

자동차보다는 사람을 우선시 하는 서울이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평화방송 <신부님 신부님 우리신부님>(제작: 이주환PD, FM105.3Mhz)은 매일 밤 10∼12시 생방송으로 진행합니다. 이주환 기자는 이 프로그램의 담당 PD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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