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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민
홍대앞 북카페 '작업실'에서 손미나 아나운서를 만났다. 그녀는 최근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출간하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그녀의 얼굴에서 여유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유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려한 아나운서의 길을 순탄히 걷던 그녀가 모험을 감행하던 그 때로, 바로 스페인으로의 유학길에 오른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안되는 일이 무엇일까.

자유로운 새처럼 떠나고 싶었다... '보물섬' 스페인으로

그녀가 치열하게 앞만 보며 달린 방송생활은 화려했으나 부지런히 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 바빠지기만 했다. 대학시절 문학도로 스페인어 공부에 열정을 다했던 때는 아득해져 버렸다.

정말 쉬고 싶었고 너무나 간절히 공부하고 싶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여행도 가고 싶었다. 인생에는 결정의 순간이 필요한 법. 이 순간 용기와 결정이 없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그녀는 직감으로 느꼈다. 그저 마음가는 대로 떠나 자신을 놓아주기로 했다.

10년 전 학부시절 스페인에서 그녀는 유학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생활의 힘겨움과 외로움에 지쳐갈 무렵 그녀에게 키다리아저씨 '미스터 디엥'이 나타났다. 가난했던 자신의 젊은 시절이 떠올라 지친 눈빛을 한 재능있는 젊은이를 도와주고 싶다는 미스터 디엥. 그 기적같은 호의에 그녀는 다시금 용기를 가지고 일어났다.

그리고 라파엘이라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친구와도 조건없는 사랑과 절대적 믿음의 눈물겨운 우정을 나눈다. 후에 라파엘이 10년을 매일같이 그녀를 그리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가슴 아파했다. 그리고 인연의 힘이 곳곳에 반짝이는 나라 스페인은 이번에도 역시 그녀 앞에 한아름의 인연을 선물한다.

손미나는 스페인에서 우연히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의 부인 로리타 여사를 만나게 된다. 안익태 선생이 돌아가신 후에도 매일 매일 그분을 조금씩 더 사랑한다는 로리타 여사. 그 감동적 이야기를 들은 그녀의 사랑관은 어떨까.

일이든 운동이든 춤이든 100% 확신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손미나는 '사랑'에 대해서는 운명을 믿는다며 "때가 되면 오지 않을까요"라고 얘기했다. 또 의외로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는 소극적이고 수줍어한다고.

그렇지만 그녀의 곁에는 진한 우정을 쌓았던 친구들이 끊이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인연은 그녀를 또 다른 모험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손미나는 친구의 입을 빌어 살짝 귀띔해준다.

"친구가 너처럼 모든 일과 사람에게 항상 있는 그대로 마음을 열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못 봤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오래 기억에 남는 말이었습니다."

그녀를 만나본 사람들은 아마 동의할 것이다. 상대방의 눈을 그대로 들여다보며 차분하고 또박또박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녀를.

한편 친구와의 인연으로 가게 된 해변의 여름별장에서 그녀는 혼자만의 완벽한 휴식과 일상을 누린다. 아침에 일어나 재래시장에서 신선한 해물과 야채를 사고, 음악을 틀어놓고 춤추며 자신을 위한 요리를 한다.

원래 요리하기를 즐겼다는 그녀는 지금도 주말이면 부모님과 함께 요리를 하고 있다. 참고로 스페인 친구들에게도 요리를 즐겨해줬는데 최고 인기메뉴는 김밥과 해물 부침개라고 한다.

그래서 외국을 다녀오면 요리솜씨가 부쩍 늘어서 온다며 웃음 짓는 그녀가 조언한다.

"스페인 친구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김밥을 말아라!"

책 속에 그녀의 드라마틱한 경험담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배가 뒤집혀서 바다에 표류하다 다행히 지나던 배에 구출이 되었던 일, 클럽에 갔다가 캐나다에서 온 여자에게 프러포즈를 받고 깜짝 놀라서 도망쳤던 일, 경찰서 실습을 나갔다가 총격전이 벌어져 경찰차 바닥으로 숨었던 일 등이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재미난 경험담도 소중한 인연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손미나의 삶에 대한 호흡이 그대로 느껴진다.

"중요한 건 끝까지 뛰느냐 인 것 같아요."

'꿈많은' 30대, 그녀는 손미나

스페인에서 여유와 열정,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현상과 감정을 가감없이 껴안는 법을 배워온 그녀는 한껏 느긋해진 모습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제 인생철학은 '열심히 살자'예요. 가진 것이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출발선은 달라요. 하지만 중요한 건 끝까지 뛰느냐 인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처음 선에서 뒷걸음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으니까요. 나를 계속 업그레이드 하고 싶습니다."

또한 30대 전문직 여성들에게도 자신의 조급했던 경험을 비추어보며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이는 들고 모아둔 것은 없고 결혼은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재촉하지만 세월이 그렇게 쉽게 휙 가버리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자기 나름의 세월을 건너가야 합니다. 10년 후 정도로 꿈을 멀리 두면 희망이 생기고 편해지죠. 포기하지 않는 힘을 얻을 수 있어요. 저 또한 10년 후에는 피아노와 외국어 2개 정도를 더 배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올 여름에 하고 싶은 게 두 가지 더 있다고. 사진을 좀 배워보고 싶고, 또 코난처럼 바다 속에 들어가 불가사리를 잡아 올리고 싶다는 그녀의 표정은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처럼 반짝인다.

스페인 유학 후 다시 방송에 복귀하고, 책을 쓰느라 정신없이 1년을 보낸 그녀. 책을 출간한 소감을 물었더니 하는 대답 또한 그녀답다.

"책 쓸 때는 사실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 끝내고 나니까 다음엔 또 뭘 쓰지 하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구요. 꼭 자식을 가진 기분이예요. 어머니들이 아이를 낳을 때처럼 그 고통에 다신 안 낳을거야 하다가 아기가 태어나면 바로 둘째를 가지고 싶어하는 것 처럼이요."

우리가 만나게 될 그녀의 다음 글은 아마도 '내 인생의 사람들'이 될 거라고 한다. 사람을 좋아하고 매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그녀가 끊임없이 생각하는 화두다. 손미나가 풀어낼 사람에 대한 이야기,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 김정민 기자는 디지탈뉴스 문화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디지탈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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