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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신문
‘인형의 집’을 탈출한 노라의 삶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오스트리아의 여성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는 연극 ‘노라가 남편을 떠난 후 무슨 일이 일어났나 혹은 사회의 지주들’에서 노라의 ‘인형의 집’ 이후 삶을 재구성한다.

자유를 얻은 노라는 생계를 위해 방직공장에 노동자로 취직하고 우연히 그룹 총수인 바이강의 눈에 들어 그와 결혼,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된다. 그러나 노라에게 싫증이 난 바이강은 전남편에게서 사업상의 비밀을 빼오게 하는 등 산업스파이, 고급 창녀로 노라를 이용하다 투자가치가 없어지자 노라의 전남편에게 떠넘기고 만다. 결국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온 노라는 불행한 결혼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김미란 숙명여대 독문학과 교수가 20세기 활발한 활동을 보인 6명의 여성 극작가의 작품 세계를 분석한 <탈리아의 딸들>(현대미학사)을 출간했다. ‘탈리아’란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사이에서 태어난 아홉 뮤즈 가운데 하나로 희극과 목가를 관장한 여신을 뜻한다.

프리데리케 코트의 연극 ‘피아노 연주’ 중 한 장면.
프리데리케 코트의 연극 ‘피아노 연주’ 중 한 장면. ⓒ 여성신문
독일에선 일찍부터 여성운동이 강하게 일어났고 문학을 통해 페미니즘을 실천하고자 한 여성 극작가들이 20세기 초반부터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책에선 옐리네크 외에도 표현주의 시인이면서 여성 극작가의 세계를 개척한 엘제 라스커쉴러에서부터 ‘신민중극의 어머니’로 불리는 마리루이제 플라이서, 여성의 삶과 사랑을 주로 그린 게를린드 라인스하겐, 연극을 통한 여성의 자아 찾기를 시도한 프리데리케 로트와 포스트모더니즘 작가 말레네 슈트레루비츠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게를린드 라인스 하겐의 연극 ‘마릴린 먼로의 삶과 죽음’은 마릴린 먼로의 삶을 통해 사회적 하층 출신의 한 여성에게 명성과 부를 안겨줬으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만든 문화산업의 메커니즘을 폭로한다. 이 작품은 관객 집단이 만들어내는 신화가 스타에게 끼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땐 먼로의 교체 가능성을 암시하기 위해 ‘적어도 세 명 이상의 여배우들’이 먼로 역을 맡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을 정도다.

책의 후반부에는 엘제 라스커쉴러의 ‘부퍼강’, 마리 루이제 플라이서의 ‘잉골슈타트의 공병대’, 게를린드 라인스 하겐의 ‘마릴린 먼로의 삶과 죽음’ 등 3편의 작품을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김미란 지음/ 현대미학사/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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