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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형태의 시집과 오디오북
기존 형태의 시집과 오디오북 ⓒ 구은희

‘연필에 침 묻혀가며 원고지에 꾹꾹 눌러 써야 글이 써진다’는 어느 문인의 말씀에 컴퓨터를 잘 사용하지 못 하시니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겠지 하며 생각한 적이 있다.

그 분의 말씀에 의하면 컴퓨터를 이용하여 써 내려가는 글은 조금 덜 낭만적이라는 것이었다. 과연 그럴까? 컴퓨터를 사용하여 글을 쓰는 문인들은 오히려 무한히 펼쳐진 상상의 나라로 인도해 주는 컴퓨터 화면에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 훨씬 쉽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요즘 ‘오디오북’ 이라고 하여 성우들이 읽어주는 테이프나 CD를 통하여 귀로 듣는 책이 유행이라고들 한다. 자가 운전자들이 많은 미국에서는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며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읽던 그 책과 편하게 운전하면서 다른 사람이 읽어주는 것을 귀로 듣는 것이 같을 수 있을까?

내가 접해보지 않은 분야라서 그런 지 어딘가 어색하고 꼭 남이 떠 먹여주는 밥을 먹는 것 같은 부담감이 들곤 했다.

또 한 가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이 ‘스포츠 마사지’라는 것이다. 이는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근육들을 다른 사람이 눌러줌으로써 운동을 시킨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운동을 게을리하는 현대인들에게 가만히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손을 빌어 운동을 한다는 편리함은 있을 망정, 부지런히 운동하는 사람의 건강을 따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자기 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인 것이다. 힘들더라도 열심히 땀 흘려서 운동을 할 때 비로서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작곡을 해온 나로서는 컴퓨터 음악의 발달이 고마우면서도 속상한 일이기도 하다. 오선지가 그려진 악보에 음표를 더해가면서 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은 이 세상의 어떤 기쁨과도 바꿀 수 없는 환희의 순간이었다.

컴퓨터 음악이 발달되면서 손으로 악보를 그려 넣어야 하는 불편함은 사라졌지만, 그로 인해서 음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컴퓨터를 잘 아는 사람들이 인간냄새가 덜 나는 디지털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안타깝게 생각되었다.

컴퓨터 음악이 발달되기 전까지는 음악을 만드는 것은 어찌 보면 몇몇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하늘의 선물이었다.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 음악을 작곡한다는 것은 결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논어>
<논어>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함은 <논어>(論語)의 위정편(爲政萹)에 나오는 공자의 말로, ‘옛 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로운 것을 앎’을 의미한다. 역사를 배우고 옛 것을 배움에 있어, 단지 그것을 알기만 하면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며, 그 속에서 새로운 이치와 이론을 알아내어 올바른 판단이 설 수 있어야만 된다는 뜻이다.

무작정 옛 것만 고집하는 것도, 또 무조건 새로운 것만 중시하고 옛 것을 무시하는 것도 결코 올바른 태도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컴퓨터를 사용해서 글을 쓰고 오디오북을 통해서 책을 읽고, 또 스포츠 마사지를 통해서 근육을 풀며, 컴퓨터를 이용해서 음악을 작곡하는 사람들은 결코 아직도 연필에 침 묻혀가며 원고지에 글을 쓰고, 책장을 손가락으로 넘겨 책을 읽으며, 아침마다 골목을 달리고 오선 위에 하나하나 음표를 그려 넣는 사람들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며, 반대로 후자의 사람들은 전자의 사람들을 순수하지 못 한 사람들이라 비하(卑下)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옛 것은 모두 낡고 쓸모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는 그러한 옛 것을 발전시켜 물려준 선배님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또한 옛 것만 고집하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발전해 가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로컬뉴스 '코리아나뉴스'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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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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