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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나비의 날개같은 꽃잎을 가진 양귀비연
ⓒ 한명라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사무실이 위치하고 있는 창원의 중심상업지역 안에는 5일마다 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재래시장이 있습니다.

며칠동안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달력을 보면 어느 결에 4일, 혹은 9일이 되어서 '오늘이 벌써 상남장이네…'하며 지갑을 챙겨들고 빠른 걸음으로 시장을 향하곤 합니다.

▲ 창원의 상업중심지역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상남시장
ⓒ 한명라
▲ 5일마다 열리는 상남장날이면 만나는 꽃가게입니다.
ⓒ 한명라
지난해 5월 장날이었습니다. 상업지역의 높은 빌딩 사이로 뉘엿뉘엿 어둠이 내리는 파장 무렵이 되어서야 바쁘게 상남장을 찾았습니다.

그때 장날마다 상남장을 찾아와서 야생화 화분을 파는 부부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팔다 남은 야생화 화분들을 트럭에 주섬주섬 싣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작은 연이 심겨져 있는 옹기 하나도 발견했습니다.

평소 항상 마음속으로 '언제가는 꼭 마당이 넓은 집에서 살아야지. 그 마당에는 연꽃이나 수련이 소담하게 피어있는 작은 연못도 만들어야지'하고 생각했던 저는 아무 망설임없이 그 연이 담긴 옹기를 사고야 말았습니다.

그날 연과 함께 몇 포기의 부레옥잠도 우리집 베란다에 옮겨져 왔지만, 그해 겨울이 다가오면서 연과 부레옥잠은 저에게 꽃 한송이 보여 주지 않고 매정하게도 사그라져 버렸습니다.

올해 봄이 되었습니다. 작은 연잎 새순들이 옹기에 담긴 물 속에서 하나 둘 모습을 보여주기에 이번에는 어쩌면 연꽃을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조바심을 치며 기다리는 저의 마음과는 달리 연꽃은 쉽게 만날 수 없었습니다.

▲ 보랏빛 꽃이 핀다는 부레옥잠
ⓒ 한명라
▲ 오랜 시간을 기다려도 그 꽃을 보여주지 않는 무심한 연
ⓒ 한명라
그러던 올해 5월 상남 장날이었습니다. 지난해 연을 구입한 아저씨를 찾아가서 아직까지 연꽃을 구경도 못하고 있다고 은근히 하소연을 했습니다.

아저씨는 조금은 미안한 표정으로 어쩌면 연이 영양이 부족한 것 같다며 영양제 한 봉지를 원가에 주십니다. 그날 그대로 돌아오기 왠지 허전해서 부레옥잠 몇 포기와 양귀비연을 더 구입했습니다. 노란 나비 날개처럼 화사한 양귀비연은 이틀동안만 피는 짧은 생명을 가졌다고 하여 과연 어떤 모습의 꽃인지 내내 궁금했었습니다.

그러던 지난 7월, 드디어 저는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양귀비연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하루 중에 햇볕이 화창하게 비칠 때 피었다가 해가 지기 전에 그 꽃송이를 닫아버리고 마는 양귀비연은 그동안 내내 저도 모르게 살짝 피었다 지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양귀비연을 처음 발견한 그날은 늦은 일요일 아침이었습니다. 모처럼 세탁기에서 꺼낸 옷가지들을 널기 위해서 베란다에 나섰던 저는 노란나비의 날개처럼 화사한 양귀비연을 보고 반가움에 소리를 질렀습니다.

ⓒ 한명라
▲ 양귀비연은 이틀동안만 그 꽃을 보여 줍니다.
ⓒ 한명라
지금도 양귀비연은 25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제가 없는 시간에 쉼 없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양귀비연이 그 꽃잎을 활짝 펼치는 그 시간에 제가 집에 있지 않아서 매번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한번 피었던 꽃망울은 확연하게 알 수 있을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 오랜 기다림속에서 저를 지치게하는 부레옥잠과 연은 양귀비연과 다정한 이웃입니다.
ⓒ 한명라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목을 길고 늘이고 기다리는 부레옥잠과 연의 개화소식은 아직까지 깜깜무소식이지만, 지금처럼 변함없는 사랑과 관심으로 가꾸다보면 언젠가는 양귀비연처럼 그 꽃망울을 활짝 터트려서 저에게 커다란 탄성을 지를만큼 큰 기쁨을 선물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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