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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개소문>은 화려한 전투신으로 처음 시선을 모았으나, 지나치게 긴 서론과 경직된 극적 구성으로 다소 드라마의 리듬이 늘어지는 느낌을 주었다.
<연개소문>은 화려한 전투신으로 처음 시선을 모았으나, 지나치게 긴 서론과 경직된 극적 구성으로 다소 드라마의 리듬이 늘어지는 느낌을 주었다. ⓒ SBS
SBS 대하사극 <연개소문>이 10회를 분기점으로 주인공 연개소문(이태곤)의 청년기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지난 7월 첫 방영을 시작한 이래 <연개소문>은 당태종과 연개소문의 대결을 그린 '안시성 전투'(1, 2회)에 이어, 과거로 플래시백해 고구려와 수나라의 전면전을 배경으로 한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동안 연개소문의 출생 배경과 고구려의 시대적 상황을 그려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드라마로서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주인공 중심의 이야기인 '본론'에 접어드는 셈.

제작비 400억을 투입한 대작답게 <연개소문>은 고구려와 중국(수·당)간의 대결을 다룬 대규모 전쟁신을 초반부에 집중배치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앞서 방영을 시작한 <주몽>(MBC)의 인기를 통해 '고구려 사극'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이 높아진 데다, <태조왕건>의 이환경 작가를 필두로 인지도 높은 스타급 배우인 유동근, 서인석, 이태곤 등의 호화 캐스팅도 시청자들의 기대를 높였던 요인.

그러나 방영 첫 회부터 20% 고지(1회 22.2%, 2회 24.7%)를 넘으며 또 한 번의 히트작을 예고하는 듯했던 <연개소문>은 안시성 전투가 종료된 3회 이후부터 이렇다 할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정체된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TNS 미디어리서치). 5회 이후로는 평균시청률 20% 아래로 내려가며 차츰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빠르고 깔끔한 전개, 멜로적 요소로 주목받은 <주몽>의 교훈

방영 초반 박력 있는 대규모 전쟁신으로 시선을 모으기는 했으나, <연개소문>의 극적 구성은 다소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다.

시청자들에게 시대적 상황을 인식시키기 위한 장치라고는 하지만 주인공의 이야기로 접어들기 전에 '서론'이 너무 길었던 게 사실. 전쟁신이 불필요하게 길어지며 등장인물들의 시점이 분산되며 시청자들을 몰입 시킬 만한 극적 긴장감은 오히려 떨어졌다. 초반부터 지적되었던 노골적인 민족주의 경향과 비장미의 과잉 등도 아쉬운 부분이다.

흔들림 없이 시청률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MBC <주몽>의 성공 요인은 <연개소문>으로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주몽>은 방영 초기 민족의 독립운동을 이끌던 해모수(허준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빠르고 역동적인 전개로 시선을 모았다. 여기서 드라마는 해모수와 금와, 유화의 1세대 이야기를 오래 끌지 않고, 주몽(송일국), 대소(김승수), 소서노(한혜진)의 2세대 이야기로 조속한 바통 터치가 이루어지며 일찍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주몽>은 군더더기 없는 빠르고 깔끔한 전개, 멜로와 퓨전적 요소의 강화로 초반 인기몰이를 넘어 성공적으로 안착할수 있다.
<주몽>은 군더더기 없는 빠르고 깔끔한 전개, 멜로와 퓨전적 요소의 강화로 초반 인기몰이를 넘어 성공적으로 안착할수 있다. ⓒ MBC
드라마는 <주몽>의 아역 시절이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같은 부가적인 요소들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주인공 주몽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스토리로 방향을 확고히 하면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권력투쟁과 정치갈등 같은 심각한 요소 뒤로 등장인물들간의 삼각관계를 통해 멜로 라인을 부각 시켰다. 또, 신화적 요소를 도입하며 '퓨전 사극'의 분위기를 강화한 것도 젊은 시청자들과 여성층 팬들을 끌어 모으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퓨전적 요소가 강한 <주몽>에 비해 보다 '정통 사극'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선 굵은 남성사극을 표방한 <연개소문>의 경우, 역사적 고증이나 시대 배경 면에서 또 다른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떤 작품이건 역시 시청자들에게 가장 어필하는 요소는 '스케일'보다는 '드라마'의 설득력에 있다는 점만은 변함이 없다.

화려한 전투신이 잠시 시선을 끌 수는 있겠지만, '강한 자극'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반복되는 물량 공세에 금방 싫증을 내게 마련이다. <주몽>을 비롯해, <해신> <태조 왕건> <불멸의 이순신> 등 역대 성공한 대하사극들의 공통점은 스펙터클의 완성도이전에 극중인물들과 드라마의 매력에 있었다.

<연개소문>의 부담 마초 캐릭터, 어깨에 힘 빼라

그러나 아직까지 <연개소문>에서는 경직된 극적 구성만큼이나 늘어지는 전개와 지나치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 '부담 마초' 캐릭터들만 즐비할 뿐,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공감대나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만한 요소가 부족하다. 민족적 자긍심을 높이는 데 치중한 구성과 고구려 영웅들의 활약상은 보기에는 통쾌해 하겠지만, 정작 극적인 설득력은 아직 그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9월부터는 KBS에서 비슷한 시대 배경을 다룬 경쟁작 <대조영>도 합류한다. '고구려 시대'를 다룬 작품들의 틈바구니에서 이제는 시청률 경쟁뿐 아니라 기획력과 대본의 구성, 배우의 연기력 같은 포괄적인 면에서의 비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작품 완성도와 고증 면에서 아직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연개소문>인 만큼, 앞으로의 갈 길은 아직 멀다.

어차피 대하사극은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비로소 본론에 접어드는 <연개소문>이 본격적으로 다루게 될 연개소문의 청년기를 통해 어떤 극적 차별화를 이루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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