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천수만 간월호(충남 서산시)에 철새들만을 위한 인공섬이 만들어졌다.
4일 천수만 생태환경관리사업소(소장 김일상)가 만들어 띄운 이 인공섬은 물에 뜨는 성질을 갖고 있는 폴리에틸렌을 사용해 만든 것으로 두께는 60cm 정도다.
144㎡(43평)크기의 이 인공섬에는 갈대와 노랑꽃창포가 심어져 있고 모래톱과 철새들이 걸터앉아 쉴 수 있는 10여개의 횟대까지 갖춰졌다.
비교적 큰 새인 왜가리(95cm) 등은 한꺼번에 400여 마리, 도요새 등 종류(35cm)는 1000여 마리 이상이 앉아 쉴 수 있다. 여름철새들의 임시 숙소인 셈이다.
이 섬은 간월호 방조제 밖에 설치된 1탐조대로부터 직선거리로 2.5㎞정도 떨어진 호수 가운데에 설치되어 있어 철새들이 간월호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지역주민이나 탐조객들로 부터 방해를 받지 않고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곳이다.
1담조대에서 육안으로만 보면 인공섬은 손톱 만하게 가물거리기만 할 뿐 철새들이 들고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나 들짐승을 싫어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철새에겐 천혜의 쉼터다.
그러나 철새들은 아직 낯선 이 인공섬을 경계의 대상으로 삼고 있어, 좀처럼 이 섬으로 날아들지 않는다. 간혹 한두 마리가 날아들었다가 이내 날아가는 정도. 하지만 앞으로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안전한 장소로 인식되어 많은 새가 날아들 것으로 보인다.
김일상 천수만 생태환경관리사업소 소장은 "여름철새인 장다리물떼새 등 습지와 모래톱 등에서 번식을 하는 종의 경우 번식기가 장마철과 겹쳐 알이 물에 떠내려가는 등 번식률이 저조해 개체수가 늘지 않고 있으나 인공섬에 부화할 경우 이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휴식처뿐만 아니라 번식장소로의 역할을 기대하고 인공섬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여름철새들은 그간 간월호내의 모래톱과 갈대, 해미천변의 갈대밭 등에서 여름을 났으나, 장마철에는 모래톱이나 갈대밭 모두가 물에 잠겨 알이나 갓 부화된 새끼가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피해를 입어왔다.
생태환경사업소는 철새들의 인공섬 이용도 등을 면밀히 조사해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날 경우 앞으로 2, 3개정도 더 설치할 계획이다.
간월호 등지에는 현재 검은머리 물때새, 흑꼬리도요, 붉은머리도요 등 도요새류와 개꿩 등 24종에 1000여 마리의 여름철새가 날아와 여름을 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