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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먹물을 이용해 황토 티셔츠엔 글씨를, 부채엔 산수화를 그린 조**님 작품.
ⓒ 한지숙
염색은 염료를 추출하여 원하는 색으로 물들이는 방법 외에 여러 다양한 기법으로 무늬를 내기도 한다. 실(또는 노끈)이나 돌, 나무막대기 등으로 꽁꽁 묶어 그 부분만 염료가 침투하지 못하게 물들이는 '홀치기염(tie dyeing)', 밀랍이나 파라핀 등을 녹여 염색하는 '납방염(蠟防染 wax resist dyeing)', 그림이나 사진에 뜨거운 열을 가해 원하는 무늬를 드러내는 '전사염(轉寫染 transfer dyeing)', 그밖에 판염, 마블링, 호염, 소금염, 수화염 등 다양하다.

▲ 쪽물 다포에 사진을 전사(轉寫)하고 싯귀를 써넣음. 매화 사진을 섬세하게 도려내는 작업이 까다로웠고, 빨아 보니 그림이 떨어져나가는 경우도 있어 액자 등에나 활용해야 할 듯.
ⓒ 한지숙
염색을 배우기 시작한 초기에는 그저 물들일 때마다 드러나는 자연의 빛깔이 황홀하여 내가 공들여 얻은 색깔에만 관심이 컸다. 염색에 좀더 익숙해지면서는 좋은 염료 찾기에 마음을 기울였고, 건재상에서 구입하는 염료보다 자연에 널린 다양한 꽃과 나무, 풀로 염색하게 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 처음 시도한 '먹물로 글씨 쓰기'. 도려낸 나뭇잎은 아플리케로 마무리하였다.
ⓒ 한지숙
염색한 천을 이용해 이것저것 소품을 만들면서는 자연염색도 일반 옷감처럼 다양한 색깔의 무늬를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홀치기염과 전사염, 그리고 간단한 수화염을 통해 어설픈 무늬내기의 경험만 했다.

▲ 양쪽 소매엔 나름의 의미를 담은 컷을, 티셔츠 뒷면엔 손바닥을 찍어 우리를 즐겁게 한 윤**님 작품.
ⓒ 한지숙
먹물염이나 감물염 등으로 다포(茶布)를 만들면서 너무 어둡거나 단순하여 자칫 작업이 지루해질 때면 약간의 변화를 주어 기분 전환을 한다. 먹물 다포를 만들 때, 먹물염색을 할 때처럼 하면 번지거나 물 빠짐이 적을 듯해 내 맘대로 시도한 적도 있다.

▲ 무언가 밋밋하다며 마지막에 획을 하나 그어 마무리한 박**님 작품. 화룡점정이라나.
ⓒ 한지숙
먹물의 양과 동일 분량의 식초를 섞은 다음, 밑그림대로 그림과 글씨를 써넣고 잘 말린다. 뜨거운 물을 부어보기도, 싹싹 비벼서 빨아보기도 했으나 번지거나 얼룩이 생기지 않아 마치 내가 처음 시도해 비법이라도 발견한 양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 동화의 한 장면을 밑그림으로 티셔츠 등판을 그득 채운 강**님 작품.
ⓒ 한지숙
지난 주말 사흘 동안, 전북 장수의 '장안예술촌'에서 염색아카데미의 학외실습이 있었다. 교수님과 열세 명의 회원이 모여 억새, 사방오리나무, 측백나무의 잎과 열매, 가지를 이용해 물들이고, 각자 한 가지 주제를 정하여 공부한 자료도 발표하며 진지한 토론의 장을 펼쳤다.

▲ 먹물이 잘 마른 뒤 그림이나 글씨 안팎을 신문지로 감싼다. 김을 쐬었을 때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한 과정.
ⓒ 한지숙
막바지 장맛비가 오락가락 하느라 날씨는 후텁지근했고, 뜨거운 염료 가까이에서 많은 땀을 흘린 중노동의 시간이었지만 둘째날 수화염까지 제대로 해봤으니 나로선 어느 때보다 유익하고 알찬 시간이었다.

▲ 신문지로 감싼 티셔츠를 찜통에 넣고 30여 분 찐다.
ⓒ 한지숙
황토 티셔츠와 부채에 먹물로 그림이나 글씨를 쓴 다음 티셔츠에는 열을 가하여 얼룩이나 물 빠짐이 없도록 처리하는 과정까지를 모두 해봤다. 그 즐거웠던 시간이 떠오른다.

▲ 찜통에서 꺼내 먹물 묻은 부위를 치대듯 싹싹 비비며 빤다. 혹시 남았을지 모를 먹물찌꺼기를 없애는 과정.
ⓒ 한지숙
서예실로 모두 몰려가 열심히 먹부터 갈았다. 벼루에 물을 조금 넣고 진하게 더욱 진하게, 갈고 또 갈고… 나와 짝을 이룬 선배가 먹을 열심히 가는 동안 나는 또 여기저기 회원들의 자리로 옮겨 다니며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그려내는지 사진에 담느라 기웃거렸다.

▲ 산수화에 어우러진 조** 교수님의 '龍틀임'. 길게 이어지는 용의 꼬리에 힘이 넘쳐난다. '飛'를 써넣은 나의 부채.
ⓒ 한지숙
상형문자를 응용해 보려는 사람은 한문책을 뒤적였고, 동화책을 들추며 한지에 밑그림을 그린 친구가 있는가 하면, 글씨는 포기하고 그림은 더더욱 자신 없다며 티셔츠 뒷면 엉덩이 쪽에 손바닥을 찍어낸 선배의 작품에는 모두 한바탕 웃을 수밖에.

처음엔 난감해 했지만 몇 번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자기만의 개성 있는 작품을 탄생시킨 그날, 우리는 세상에서 단 한 장 '나만의 티셔츠'를 입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었다.

덧붙이는 글 | 먹물을 이용한 무늬 내기의 예입니다. 자연염색도 일반 옷감처럼 다양한 빛깔과 무늬를 좀더 쉽게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간경남>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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