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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떠난 자리에 문재인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오나? 노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지 주목된다. 국회 운영위회의에서 시민사회수석시절의 문 전 수석이 김우식 비서실장, 김병준 정책실장과 함께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떠난 자리에 문재인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오나? 노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지 주목된다. 국회 운영위회의에서 시민사회수석시절의 문 전 수석이 김우식 비서실장, 김병준 정책실장과 함께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하자마자 다른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입을 뗐고 언론이 주요 뉴스로 받았다.

김근태 의장의 말은 이랬다. "개인적으로는 문재인 전 수석이 법무장관에 가장 적합하고 훌륭한 인물이라고 본다" 하지만 "국민들이 적합하다고 보지는 않는 것 같다"고.

김병준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하자 열린우리당은 이제 국정주도권은 자신들이 갖게 됐다고 자평했다. 그래서 자신감을 얻은 걸까? 내친 김에 달리기로 작정한 걸까?

문재인 비토의 꼼수

그건 아닌 것 같다. 열린우리당이 '문재인 비토'를 주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병준 부총리 파문이 증폭되기 전에도 후임 법무장관 인선에 대한 당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한 바 있다. 국정주도권을 갖게 됐다고 자평하기 전의 일이다.

자신감의 발로라기보다는 절박감의 표현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입만 떼면 민심을 강조하는 열린우리당의 태도에 절박한 사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열린우리당이 우려하는 건 역시 민심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을, 그것도 사정기관을 지휘하는 자리에 앉히면 코드 논란은 물론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혹이 추가되고 그에 비례해 민심이 요동친다는 것이다.

단지 그것뿐일까? 아니다. 더 중하게 고려할 민심이 있다.

문재인 전 수석은 지방선거 직전 부산에 가서 "현 정권은 부산정권"이라고 말해 파문을 빚은 장본인이다. 열린우리당은 '부산정권' 발언이 지방선거 참패의 한 요인이었다고 보고 있다. 호남 표심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참패로 광주전남지역에서의 주도권을 민주당에 넘겼다. 여기에 7·26 재보선에서 서울 성북을마저 민주당에 내줬다. 이 때문에 범여권 통합의 주도권마저 상실될 위기에 처했다.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선 전통적 지지층부터 다져야 한다. 호남 표심을 잡아야 한다. 이건 너무도 절박한 지상과제다.

청와대는 당의 마음을 알까

상황이 이럴진대 거꾸로 문재인 전 수석을 기용한다? 그건 환부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다. 열린우리당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

문재인 전 수석은 '급'이 전혀 다른 인물이다. 똑같은 핵심 측근이었다해도 그 존재가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김병준 부총리는 정책 논란의 발원지인 반면 문재인 전 수석은 정치 갈등의 진앙지다. 문재인 전 수석의 기용 후폭풍은 즉각적이고도 심대할 수 있다.

김근태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김병준 부총리 지명에 대한 당내 반발기류를 적극 진화한 반면 문재인 법무장관 기용 '설'에 대해선 선제공격에 나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관심 대상은 청와대다. 열린우리당의 심사를 모를 리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말이 없다. 갖가지 시나리오만 나돈다. 노무현 대통령이 결국 열린우리당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란 전망에서부터 김병준 부총리의 사의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문재인 전 수석 기용 카드를 내밀 것이란 예측도 있다.

여러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거쳐 가는 기착점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문재인 전 수석을 기용하면 당청관계는 사실상 파탄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이 전망은 거꾸로 노무현 대통령의 심로를 밝히는 등불이 될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과의 결별을 각오하면서까지 문재인 전 수석을 기용한다면 그 다음의 정치적 선택은 뭘까? 독자적인 정치세력화 아니면 식물 대통령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둘 다 가능성이 낮다.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기엔 대통령의 힘이 너무 빠져 있다. 민심 이반현상이 너무 심각하다. 식물 대통령을 감수하기엔 남은 임기가 너무 길다.

이렇게 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선택 여지는 거의 없다. 과정이야 어떻든, 속마음이야 어떻든 결국 열린우리당과 타협하는 모습을 보일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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