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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태국에서 골프를 쳤다"는 의혹에 대해 일제히 "왜 더운 나라에서 골프를 치냐"고 부인했지만, 하루 만에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다. 사진은 국내 골프장의 모습(자료사진).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태국에서 골프를 쳤다"는 의혹에 대해 일제히 "왜 더운 나라에서 골프를 치냐"고 부인했지만, 하루 만에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다. 사진은 국내 골프장의 모습(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의원님, 지난달 수해 기간 동안 외국에서 골프치셨다고…."
안영근 열린우리당 의원 "관계없습니다. (취재기자들로부터) 전화를 몇 번 받았는데, 골프친 적 없어요. 전화하지 마세요."
기자 "태국 갔다오신 적 없으신가요?"
안영근 "가기는 갔는데, 골프를 왜 합니까? 더운 나라(태국)에서."
기자 "출발하신 12일에 지역구인 인천에 비가 많이 왔었습니다."
안영근 "그만 물어보십시요."


1일 오후 집단 골프 외유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진 안영근 의원은 기자의 전화를 급하게 끊었다.

전화 취재를 하면서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 일이야 새롭지도 않지만, 안 의원에 이어 신학용 의원의 보좌관들도 "태국에 휴가차 갔는데 골프는 치지 않았다"고 역시 부인했다.

여행에 동행했다는 이호웅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님들께 직접 확인해보라"면서 "골프를 치러 간 것이 아니라 이미 한달 반 전에 잡힌 계획이었고, 유엔 산하 기관에 있는 의원의 후배가 태국에 파견 근무 중인데 사업 설명을 들으려고 갔다"고 강조했다.

그는 "출발 당일에는 비가 오지 않았고, 이미 다른 언론사의 취재에 해명했다"며 "이미 한달 지난 일을 지금 와서 갑자기 터뜨리느냐"며 따져물었다.

이 날 기사는 이미 완성됐지만, 당사자들의 강한 부인에 보강 취재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출고는 다음날로 미뤄졌다.

"골프 안 쳤다"는 그들의 이구동성, 하루 뒤...

하지만 안 의원과 보좌관들의 주장을 하루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2일 오전 김근태 의장이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공개 사과와 함께 당 윤리위 차원의 진상조사를 약속한 것이다.

게다가 열린우리당 인천시당은 보도자료를 내면서 "태국 방문시 골프를 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인천시당의 해명에 따르면, 태국에서 유엔 산하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의 현황을 파악하고 인천 지역에 사무국을 유치하는 문제를 검토한 후 의원들이 휴가중이었던 상황을 감안해 시간을 내서 골프를 쳤다는 것.

그러면 왜 전날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골프 친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을까. 2일 안 의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골프 친 사실을 부인했던 보좌관은 "(골프를 쳤는지 여부는) 내가 아는 범위에서 말한 것"이라며 "골프 친 걸 누가 본 사람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백배 사죄한다"면서도 "오비이락이었다"고 말했다. 사업 설명도 듣고 휴가차 갔다가 골프를 친 것인데, 마침 국내에 폭우가 내렸다는 것이다.

당의장과 인천시당의 공개 사과와 해명이 뒤따랐음에도 취재 뒷맛이 씁쓸했다. 기사를 하루 늦게 출고했기 때문이 아니다. 하루 늦은 기사에는 "사업차 갔다가 시간이 돼서 골프를 쳤다"는 해명보다는 국회의원인 당자사들이 직접 나서 사죄해주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골프는 당연히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지역구가 비에 잠겨 있을 때 해당 지역 의원이 휴가를 떠난 것은 도덕적 책임의 문제다. 의원이 지역구를 지키고 앉아있다고 해서 내리는 비가 그치는 것은 아니지만, 수해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국회의원으로서 도리라는 뜻이다.

또한 있었던 사실에 대한 질문에는 사실만 이야기하는 것도 국회의원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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