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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앞 실개천에는 줄줄이 디딤돌이 놓여 있다. 큰물이 나기 전에 해 놓은 공사였다. 그때는 별로 멋지지 않았는데 지금은 완전 색다른 모습이다. 디딤돌 사이로 물이 흐르고, 그 위로 아이들이 한 발 한 발 딛고 간다. 아슬아슬한 장면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신이 나 있다.
때론 그곳에서 아이들끼리 장난을 친다. 칼싸움도 하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누가 일찍 건너는지 시합도 벌인다. 때론 여학생들이 지나가면 짓궂은 남학생들이 길을 가로막기도 한다. 그런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정말로 옛 추억이 저절로 살아난다.
디딤돌 아래쪽으로는 많은 물들이 모여든다. 넓기도 넓고, 깊이도 조금은 깊다. 작은 둑 같은 것을 만들어 놓았다. 그 때문에 요 며칠 사이에 그 둑 아래에 아이들이 몰려들어 놀고 있다. 그야말로 실개천 물에 몸을 담그며 수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큰물이 지나간 뒤라 그런지 흙탕물이 조금은 뒤섞여 있다. 어른들이야 그런 것을 따지겠지만 아이들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 듯 싶다. 그저 오후쯤에 그늘이 질 무렵이면 이 개천을 찾아 즐기곤 한다. 헤엄을 치기도 하고, 잠수도 한다.
어떤 녀석들은 수영복을 입고 오기도 한다. 또 물안경에다 큼지막한 공도 끼고 논다. 오늘은 집에서 기르는 삽살개까지 더불어 나왔다. 사람도 개도 모두모두 물놀이를 즐기러 온 것이다. 사내 녀석들은 자신들을 찍어 달라며 멋진 포즈까지 취한다.
참 멋진 풍경이다. 요즘 아이들 가운데 이렇게 노는 아이들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모두들 게임방과 실내 수영장을 찾지 않겠는가. 아니면 대형 할인마트나 백화점 같은 곳을 찾아 시원한 바람을 쐬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이처럼 실개천을 끼고 돌며 즐기는 아이들이 있으니, 이 녀석들이 혹시 별종은 아닐까?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어쩌면 이 녀석들이야말로 사라져가는 옛 것을 다시금 되찾아 주는 참된 디딤돌인 듯 싶다. 더욱이 실개천을 깨끗하게 해야한다는 가르침도 안겨 주고 있으니, 이들이야말로 참된 스승들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