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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일암 반일암 계곡
운일암 반일암 계곡 ⓒ 김현
7월 22일, 몇 몇 직원들끼리 길을 떠났습니다. 장마로 물살이 스쳐지나간 곳엔 풀들이 쓰러진 채 지나는 길손들을 바라봅니다. 곱게 게인 햇살이 푸르게 자라는 벼들을 비추고 있는 모습이 차창으로 들어옵니다.

한 여름의 많은 비는 자라는 작물들이나 사람에게 그리 유익하지 않은가 봅니다. 작물들에게 햇빛은 살아갈 수 있는 자양분이나 마찬가지인데 비가 계속 오면 그 자양분을 흡수할 수 없어 힘이 약해져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 김현
우리가 가는 곳은 진안에 있는 '운일암 반일암'입니다. 무슨 암자 이름이 아닙니다. 계곡 이름입니다. 운일암(雲日巖)이란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100여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은 '구름과 해와 바위' 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산새가 깊어 해가 뜨는 날이 드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루 중 단 반절만 해가 비치는 골짜기라 해서 '반일암'이라는 이름도 붙였다고 합니다.

진안은 산의 고장이며 인삼의 고장이기도 합니다. 온통 높고 낮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길 따라 가다 보면 산비탈 아래 심어 놓은 인삼밭을 수시로 볼 수 있습니다. 진안 사람들의 대부분의 수입원이 인삼이라고 합니다.

운일암 반일암으로 들어서자 아름다운 풍광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산 아래엔 시원스런 물이 바위를 스치고 넘으며 흐릅니다. 여기 저기 기암괴석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놀이 하는 사람들
물놀이 하는 사람들 ⓒ 김현
여장을 풀고 물에 들어가기 전에 매기매운탕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매운탕은 고기보다 시레기맛이 그만입니다. 땀을 흘리며 시래기를 밥을 뜬 수저 위에 올려놓고 먹다보면 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없어집니다.

점심을 먹고 계곡 탐방을 했습니다. 1㎞가 넘게 이어진 계곡은 바위와 푸른 물뿐입니다. 여기저기서 물놀이하는 친구들이 보입니다. 아직은 물살이 세찬 듯 가에서만 물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는 대불바위. 아래에 글씨가 쓰여 있다.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는 대불바위. 아래에 글씨가 쓰여 있다. ⓒ 김현
저기 '대불바위'가 위엄을 드러내고 서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대불바위는 운일암 반일암 28경 중 12경이입니다. 대불바위란 이름은 커다란 바위 위에 또 하나의 바위를 포갠 모습이 부처님의 모습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대불바위 가슴팍엔 김재호란 분이 쓴 글씨로 '大明日月雙高道德'(대명일월쌍고도덕)이란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는 그이 선조인 김중연이 명나라가 망한 후 이곳에 들어와 '大明을 여기서 보는 듯하구나' 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아마 김재호는 그런 조상의 마음을 헤아리며 글씨를 바위에 새겼나 봅니다.

대불바위 아래로 흐르는 세불연
대불바위 아래로 흐르는 세불연 ⓒ 김현
대불바위 아래로 푸른 옥류가 말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운일암 반일암 16경인 '洗佛淵(세불연)'입니다. 세상살이의 고달픈 마음을 깨끗이 씻어 부처님의 청청한 마음을 담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세불연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났나 봅니다.

바위 서린 계곡을 천천히 음미하듯 탐방하며 돌아보려니 저 물에 내 마음도 씻고 싶어집니다. 바지를 걷고 물 속에 들어가니 이내 더위가 가십니다. 얼굴을 물 속에 넣어 봤습니다. 손가락 만한 물고기들이 웬 것인가 하고 주변을 맴돌다 작은 인기척에 후다닥 도망칩니다.

낚시꾼과 선녀?
낚시꾼과 선녀? ⓒ 김현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오다가 낚시꾼을 보았습니다. 다리 위에서 한 젊은 친구가 낚시를 하고 있는데 고기는 낚지 않고 신발을 낚고 있습니다. 아니 신발이 아니라 젊은 여자 친구를 낚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낚시 바늘에 신발을 떡밥처럼 대롱대롱 매달아 놓고 한 여성을 낚고 있는 모습이 참 재미있습니다.

낚시꾼은 고기(여자)가 떡밥(여자)을 물을 듯 말듯 하게 낚싯줄을 올렸다 내렸다 합니다. 고기는 그 떡밥을 잡으려 깨금발을 짚으며 동동거립니다. 한참을 그렇게 놀다 고기가 떡밥을 뭅니다. 아니 낚시꾼이 물도록 해주었다고 해야 좋을 것 같습니다.

어 시원하다. 그래도 좀 살살 뿌려라.
어 시원하다. 그래도 좀 살살 뿌려라. ⓒ 김현
둘이 낚시꾼과 선녀인가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납니다. 그러나 참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그 다리 밑에선 대학생인 듯한 젊은 친구들이 게임을 하며 진 친구에게 물세례를 주고 있습니다.

나이 먹은 동료들은 물장난을 치고 있습니다. 남자들이 바구니와 병에 물을 가득 담아 여선생에게 뿌리며 놀고 있는 모습이 참 천진스럽습니다. 물벼락을 맞은 그 여선생이 씩씩(?)거리더니 수박껍질을 수건으로 싸서 물을 뿌렸던 친구들에게 가더니 던지곤 도망을 칩니다.

여선생네게 물세례를 주고 도망치는 동료들.
여선생네게 물세례를 주고 도망치는 동료들. ⓒ 김현
불의에 일격을 당한 남자들은 다시 복수혈전을 펼칩니다. 그렇게 물세례를 주고 받다보니 물에 빠진 고양이 꼴입니다. 모두가 그렇게 물에 흠뻑 젖어 놀다보니 해가 기웃거리고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합니다. 아쉬운 마음을 놔두고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운일암 반일암은 한 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시원한 곳입니다. 그래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사람들로 온 계곡이 가득 찹니다. 구름과 해와 바위가 어우러진 멋지고 푸른 계곡 운일암 반일암에서 지친 마음도 씻고, 몸도 씻은 다음 민물매운탕으로 뱃속을 든든하게 채워보세요. 마음 좋으면 노래 한 가락 절로 나올 겁니다.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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