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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해도 설레는 여름 휴가. 자동차 여행도 이젠 식상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빠름 속에 놓친 느림의 풍경이 있는 자전거 여행은 어떨까요. 10주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 다섯째 주에는 자전거와 함께 떠나는 휴가를 제안합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호흡하는 섬진강과 강화도 기행, 출퇴근길 대전 도심에서 즐기는 생태 여행, 자전거 타고 떠나는 신혼여행까지…. <편집자주>
▲ 섬진강과 자전거 하나가 되다.
ⓒ 조태용
▲ 두 발과 바퀴로 떠나는 섬진강 자전거 여행 (구례 문척)
ⓒ 조태용
8월 한낮, 태양이 작열하는 검은 아스팔트 위를 두 발과 바퀴 그리고 바람과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자전거 여행자들이다.

전북 진안의 대미샘에서 시작하여 전남 광양의 망덕포구를 지나 남해 바다와 조우하는 섬진강에서 하루에도 수십명씩 자전거 여행자들을 볼 수 있다.

자전거 숙박에 필요한 짐들을 가득 싣고 떠나는 장거리 여행자가 있는가 하면 가벼운 배낭 하나에 점심만 챙겨 떠나온 가벼운 여행자들도 있다. 하지만 모두 지리산과 백운산 사이를 유영하는 섬진강을 달리는 여행 동지들이다.

명 코스, 구례-하동간 벚꽃 길

섬진강 자전거 여행은 어디에서 출발하든 벚꽃으로 유명한 구례-하동간 벚꽃 길을 빼놓고 갈 순 없다.

이들은 보통 구례나 하동에서 섬진강을 만나게 되는데 두 갈래 길에서 순간 고민에 빠지게 된다. 861지방도와 19번 국도가 섬진강 양쪽을 나란히 따라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전거 여행의 특성상 강변 쪽을 달리고자 한다면 하동에서는 861번 지방도를, 구례 쪽에서는 19번 국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만약 자전거를 기차에 싣고 구례구역에 내린 여행자라면 앞에 있는 다리로 직진하지 말고 핸들을 왼쪽으로 꺾어 구례 동해마을로 접어드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직진해서 구례로 들어오게 되면 섬진강과 한참 헤어져야 하는데다 꽤 높은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지금 동해 마을로 접어들었다면 아마도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 것이다.

동해마을은 구례 벚꽃 축제를 하는 곳으로 길 양쪽에 벚꽃길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한여름에도 그늘이 지는 곳이다. 당연히 섬진강이 당신과 함께 흘러간다.

하지만 구례로 들어온 여행자라도 그렇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3일과 8일은 구례 장날이므로 자전거를 타고 오래된 시골 장터를 구경할 수도 있으며 장터에서 국밥 한 그릇의 추억도 쌓을 수 있다.

구례 시내로 꼭 들어가야 한다면 오래된 문척교를 지나는 것이 좋다. 문척교는 다리가 두 개인데, 군부대 앞을 지나는 옛 문척교로 가야 한다.

문척교는 섬진강과 지리산 노고단이 그림처럼 펼쳐진 곳으로 경관이 아주 좋다. 다리를 지날 때, 자전거에서 잠시 내려 다슬기를 잡아도 좋고, 물놀이를 해도 된다. 차량 통행이 적어 자전거와 함께 다리에서 데이트를 해도 좋다.

다슬기를 잡아도 좋고 물놀이를 해도 좋아라

▲ 차량 통행이 적어 자전거 타기에 좋은 861번 지방도
ⓒ 조태용
문척교에서 구례 쪽으로 가게 되면 19번 국도를 이용해서 구례 토지면을 지나 피아골, 연곡천 그리고 화개장터, 즉 하동 쪽으로 가게 된다. 문척교에서 바로 문척면 소재지를 지나는 861번 지방도를 이용하게 되면 문척면과 간전면을 지나 남도대교를 건너게 된다.

861번 지방도는 차량 통행이 적어 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곳이다. 861번 지방도와 19번 국도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화개 장터가 있는 남도대교다. 이 대교는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과 전라남도 구례군 간전면을 연결한다.

여기에 화개장터가 있다. 화개장터의 옛 명성을 찾아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잠시 들러 가는 것이 좋다.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서 흘러나오는 화개천에 지친 다리를 잠시 담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음 기착지는 하동군 악양면으로 몇 해 전 종영된 드라마 <토지>를 촬영한 세트장이 있다. 푸른 악양 들판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 보면 이런 산촌에 넓은 농토가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하동에 도착하게 되는데 구례에서는 섬진강 다슬기 수제비를, 하동에서는 섬진강 재첩국을 먹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길가 음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들로 쉽게 먹을 수 있다.

▲ 구례 문척면 소재지 작은 방죽에서 본 지리산
ⓒ 조태용
섬진강 100리 길이라고 부르는 이 길을 구례구역에서 출발해서 한 바퀴 돌게 되면 200리 길이 넘는다.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여행자라면 먼 거리는 아니지만 초보자라면 꽤 힘이 든다.

구례에서 출발해서 남도대교를 건너 861번과 19번 도로를 순환하여 구례 터미널이나 구례구역으로 가게 된다면 하루 여행으로 딱 좋을 것 같다. 지리산이나 섬진강으로 피서를 온다면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와서 섬진강을 달려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당신이 섬진강 물결을 따라 흘러다가 거슬러 돌아오는 동안 푸른 벚나무가 만들어주는 시원한 그늘과 당신의 옆을 지키는 지리산, 그리고 당신의 혼 자락을 기분 좋게 흔들어대는 바람이 함께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섬진강 100리 길은 저의 자전거 출퇴근 노선이기도 합니다. 이 길에 대한 자세한 사항이나 궁금증은 참거래 농민장터 www.farmmate.com의 커뮤니티를 통해 질문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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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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