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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교육부총리.
김병준 교육부총리.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물러날 것 같다. 사퇴일 지 해임일 지, 오늘일 지 내일일 지,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만 남았을 뿐 '상황 종료'는 기정사실인 것 같다.

그래도 남는 게 있다. 상황은 종료되지만 근원은 그대로 남는다. 참여정부 인사원칙의 문제다.

<조선일보>는 김병준 부총리의 퇴진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뒤 이렇게 비판했다. "상처만 남긴 '코드인사의 실패'"라고 했다.

코드인사,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수없이 들어온 단어다. 또 하나 있다. '오기인사'다. 국민 여론은 귀담아 듣지 않은 채 끼리끼리 돌려막기 인사를 한다는 비판이다. 정부 출범 때 '참여 인사'를 한다며 장관 인터넷 추천까지 받았던 그 초심은 어디로 갔냐는 힐난도 있다.

청와대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책방향에 맞는 인사를 쓰는 게 어떻게 코드인사고 오기인사냐고 반박한다. 박남춘 인사수석의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다. "코드가 안 맞는 인사를 하면 잘 된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틀린 말은 아니다. 축구대표팀에서도 감독과 코드가 맞는 '황태자'가 중용된다. 국정을 운영하는 자리에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책방향에 충실한 인사를 앉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좌절된 적 없는 코드인사

ⓒ 오마이뉴스 이종호
누구 말이 맞는 걸까? 평가를 하기 전에 사실관계부터 살피자. 코드가 문제가 돼 인사가 좌절된 적이 있었던가? 거의 없다.

코드 논란에도 불구하고 각종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인사들을 장관직이나 공기업 사장직에 앉혔다. 여당 내에서 문제 삼았던 사람도 장관으로 기용했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을 총리로 기용하려다가 부담을 느껴 물러선 적이 있지만 결국 교육부총리로 앉혔다.

코드 논란과는 상관없이 대통령 의지대로 인사를 관철시켰다. 그렇다고 문제가 크게 발생한 것도 아니다. 이런 코드 인사들이 비코드 인사에 비해 국정부실을 더 심하게 야기했다고 확정할 근거는 없다.

그럼 중간에 낙마한 경우는 어땠을까? 역시 코드가 문제가 돼 낙마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이해찬 총리는 '황제골프'때문에 물러났다. 김병준 부총리는 논문 표절·재탕 의혹이 문제가 됐다. 코드가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이기준 교육부총리는 재산형성 과정이 문제가 돼 낙마했다.

한결같이 개인 처신이 문제가 돼 낙마했다. 코드가 아니라 도덕성이 문제였다.

이 정도 살폈으니 이제 평가를 내려도 될 것 같다. 사단이 난 이유는 코드가 아니다. 코드 이외의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는 코드 이외의 부분을 중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게 참여정부 인사원칙의 핵심 문제다.

이해찬 전 총리의 황제골프 파문이 일어났을 때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민정서법'을 따라야 하는 거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국민정서법'의 대립항으로 사실관계와 법 절차를 내세웠다. "여론이라는 일시적인 국민정서법에 휘말려 사실관계나 법 절차를 무시한다면 책임 있는 국정운영 방식이 아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맞다. 이해찬 전 총리의 '황제골프'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법 절차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혐의 없음' 결정을 받았다. 이 점만 놓고 보면 황제 골프에 대한 국민 비난은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진 '인민재판'이었는지도 모른다.

코드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하지만 너무 딱딱하고 좁다. 도덕률을 법의 테두리에서 재려 하면 심각한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 법은 도덕률 가운데 사회질서 유지에 꼭 필요한 항목만 뽑아내 강제성을 부여한 것이다. 닭과 계란의 관계는 몰라도 이건 분명하다. 도덕률이 먼저다.

더구나 포괄적인 책임을 지는 정무직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국민정서법은 '관습헌법'의 지위를 부여받아도 된다.

따져보면, 코드 그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니다. 도덕률의 울타리 안에서 코드를 맞추려 한다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나중에 '중심 코드'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책방향이 옳았는지만 평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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