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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테마랜드에서 바라본 갈두항과 땅끝마을(2003년 촬영)
땅끝테마랜드에서 바라본 갈두항과 땅끝마을(2003년 촬영) ⓒ 김정수
영화 <파송송 계란탁>에서 총각인 대규(임창정)에게 느닷없이 아홉 살짜리 인권(이인성)이 아들이라고 나타난다. 인권을 처음에는 무시하며 도망 다니던 대규는, 나중엔 국토종단 소원을 이루려는 이유를 알고 함께 나서게 된다.

그 국토종단이 시작되는 곳이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 있는 갈두항이다. 대규와 인권의 여행은 갈두항에서 떠나가는 배를 바라보면서 시작된다. 영화의 배경으로 땅끝전망대 모습도 잠깐 비친다.

한반도의 땅끝에 있는 이 마을은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갈두마을. 북위 34도 17분 38초인 사자봉(122m) 아래에 있다.

땅끝전망대(2005년 촬영)
땅끝전망대(2005년 촬영) ⓒ 김정수
땅끝마을은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실제로도 국토종단 여행의 시작점으로 널리 애용된다. 마산에 사는 필자는 전국일주를 세 번 했다. 땅끝마을이 필자의 여행 출발점이었던 적은 없지만 필자는 3번 모두 땅끝마을을 거쳐 갔다. 34일간 전국을 일주했던 2003년에는 아내, 그리고 아들(당시 11개월)과 함께 나서 땅끝마을을 거쳐 완도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까지 동행했다.

지난해 가을에는 여행작가 지망생인 윤희섭님과 3박4일간 전라도를 여행하면서 땅끝마을에도 들렀다. 영암에 살던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엔 함께 땅끝마을에 다녀온 후 돌아오는 길에 첫 키스를 했다. 땅끝마을은 필자에게 추억이 많은 곳이다.

사자봉 위에 있는 땅끝전망대에서 바라본 다도해는 한마디로 절경이다. 전망대는 처음에 3층건물이었으나 그 뒤 원래 건물이 철거되고 2001년 12월 새 모습(지하 1층, 지상 9층, 높이 39.5m)으로 문을 열었다.

땅끝전망대 옆의 봉화대 사이로 해가 지고 있다.(2002년 촬영)
땅끝전망대 옆의 봉화대 사이로 해가 지고 있다.(2002년 촬영) ⓒ 김정수
예전엔 전망대까지 오르려면 한참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래서 노약자나 장애인 등은 오르는 데 어려움이 많았으나 이제는 모노레일이 개통돼 한결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길이가 395m인 20인승 모노레일 2량이 운행되는데, 땅끝마을 주차장에서 전망대 아래까지 왕복하는 데 13분 걸린다.

전망대에 서면 날씨가 맑은 날에는 멀리 제주도의 한라산까지 보인다. 보길도, 노화도 등 다도해의 여러 섬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화를 만들어낸다. 전망대 바로 옆에는 봉화대가 복원되어 있다. 봉화대는 제주도와 육지를 연결하던 조선 시대 통신수단이었다.

땅끝전망대 아래에 자리한 땅끝비(2002년 촬영)
땅끝전망대 아래에 자리한 땅끝비(2002년 촬영) ⓒ 김정수
사자봉 언저리에는 이곳이 땅끝임을 알리는 '토말비'가 서 있다. 이곳에서 산책로를 따라 20분 동안 걸어내려가면 토말탑이 있는데, 이곳이 진짜 땅끝이다.

땅끝마을은 일출명소로도 널리 알려졌다. 또한 한 자리에서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전국에 몇 안 되는 명소이기도 하다. 섬 사이로 뜨는 일출, 다시 섬 사이로 지는 일몰 장면을 보면서 각오를 새롭게 다지기 좋은 곳이다. 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땅끝마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게 하나 더 있다. 갈두항 옆에 있는 맴섬이다. 맴섬은 두 개의 섬을 칼로 갈라놓은 것 같은 형상의 바위섬으로 섬 정상부에서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땅끝마을의 진정한 끝이라 할 수 있는 땅끝탑(2003년 촬영)
땅끝마을의 진정한 끝이라 할 수 있는 땅끝탑(2003년 촬영) ⓒ 김정수
맴섬은 연중 딱 하루만 아름다운 일출을 보여준다. 얼마 전까지 음력 9월 23일이 그날이라고 알려졌으나, 최근에 밝혀진 바로는 10월 27~30일 사이며 매년 날짜가 약간씩 달라진다고 한다. 이 모습을 찍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진작가들이 몰려든다. 지구가 돈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곳이다.

조그마한 항구인 갈두항에는 보길도나 노화도 등으로 이어지는 여객선이 들어온다. 땅끝마을 입구에 있는 사구미해수욕장과 송호해수욕장으로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언덕에서 바라보는 갈두항 전경이 특히 아름답다. 등대 끝에서, 혹은 등대 사이 문틈으로 바라보는 풍경도 인상적이다. 그 멋진 풍경들 틈으로 등대에 무분별하게 휘갈겨진 낙서가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게 단점이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땅끝마을 전경이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게 와 닿는 가운데 지점에 땅끝전망대가 우뚝 솟아있다. 갈두항은 지난해 12월 지방어항에서 국가 연안항으로 승격됐다. 도서 지역 여객과 화물량 증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더 많이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갈두항 등대 문사이로 바라본 항구 전경과 땅끝전망대. 등대의 무분별한 낙서가 기분을 상하게 한다(2005년 촬영)
갈두항 등대 문사이로 바라본 항구 전경과 땅끝전망대. 등대의 무분별한 낙서가 기분을 상하게 한다(2005년 촬영) ⓒ 김정수

땅끝전망대에서 바라본 일몰(2004년 촬영)
땅끝전망대에서 바라본 일몰(2004년 촬영) ⓒ 김정수

덧붙이는 글 | *자가운전 :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를 빠져나와 2번 국도를 타고 영암 방면으로 간다. 영산호방조제를 건넌 후 진도방면으로 우회전한다. 무술목 입구의 삼거리에서 해남방면으로 좌회전한다. 해남에서 땅끝마을 이정표를 따라간다.

*대중교통 : 광주나 해남에서 땅끝마을행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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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입니다. 저서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등이 있습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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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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