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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데이(무료입장)만 찾아다닐 것 같은 가난한 가족도 입장료를 내가면서까지 들어가고자 애쓰는 곳이 있답니다.

오늘은 자연사박물관으로 이름 높은 시카고 필드뮤지엄(The Field Museum)에 갔지요. 여기선 남편의 아이디로 거주자 할인혜택도 주던 걸요.

필드뮤지엄이 더 매혹적인 것은 그것이 속해있는 '박물관 캠퍼스(The Museum Campus)'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미시간 호수를 끼고 이름난 몇 곳이 군락을 이루고 있지요.

수조에서 잠수부가 물고기와 함께 헤엄치며 해설을 해주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셰드 수족관(Shedd Aquarium), 우주여행을 체험할 수 있는 스카이 쇼가 특히 인기인 애들러 천문대(The Adler Planetarium), 미식축구팀 '시카고 베어즈'의 홈구장인 솔저 필드(Soldier Field), 그리고 어린이 공원들이 그들입니다.

필드뮤지엄의 특별전은 무척 인상 깊습니다. 올 여름은 이 도시의 거의 80여개에 이르는 모든 도서관들과 연계한 이집트 특별전 '투탕카멘과 황금시대의 파라오'가 한창이지요.

올해 이 박물관에서는 지하세계의 모험, 화산이야기, 공룡전, 유전학의 씨앗-멘델, 정글전, 전통의 변형-도자기전도 열렸거나 앞으로 열릴 것입니다.

그런데 무리하게 특별전까지 다 보려는 욕심을 내기보다는(특별 관람료가 문제가 아니라) 입장료만으로도 볼 수 있는 상설전시관으로도 하루 종일 충분히 풍성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것이 이 뮤지엄의 좋은 점이겠습니다.

1893년의 세계 콜롬비아 박람회에서 소개된 생물학적, 인류학적인 전시품들을 소장하기 위해 지어진(이후 주요 기부자 '필드'로 이름이 바뀜) 필드 뮤지엄에서는 과거의 문화 및 전통 유물과 함께 실내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박물관입니다.

중앙홀에 있는 공룡 수(Sue)는 이 박물관은 상징이라고들 하지요. 1990년 사우스 다코다의 페이스 인근에서 화석 탐험가인 수 헨드릭손(Sue Hendrickson)이 발견하여 세상으로 불러들인 수는 현재까지 발견 된 화석 중 가장 크고 완전하게 보존된 티라노사우루스 속의 공룡입니다.

상설전시관은 자연관과 문화전시관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자연관만 하더라도 동물계, 조류계, 식물계, 바다 포유동물, 파충류와 양서류, 지구과학, 원석, 화석실험실, 생명의 진화…, 열거하기가 어렵게 방들이 많지요.

"내일 또 오자."

1층의 '세계의 조류'만 보고 나왔을 뿐인데 아이는 벌써 바삐 가는 시간이 안타깝습니다. 세계의 포유동물, '황야가 보내는 메시지'라는 초원과 습지 삼림 해변을 지나 아시아의 포유동물에 이른 뒤 '사보(Tsavo)의 사자' 앞으로 갔습니다. 백 년 전 동아프리카 동물들을 위협했던 그이지요. 그가 왜 사람을 잡아먹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잇몸 질환으로 연한 동물이 필요했던 겁니다.

아프리카문화관을 지나 '고대 이집트 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실물 크기라는 왕 파라오의 거대한 피라미드 속으로 말입니다. 좁은 미로를 따라 23개의 미라를 구경하면서 그 시대 생활사를 만날 수도 있었지요.

아프리카관, 이집트관을 지나 건너편에 있는 아메리카관은 전시안내표시만 구경하고 2층으로 올랐지요. 하지만 아시아 및 태평양관까지는 너무 멀었네요. 벌써 문을 닫는 오후 5시에 이르렀지요.

퍼시픽 유물 몇 가지만 겨우 둘러보고, 그래도 동양관에 혼자 좇아가서 얼굴 빼곡 집어넣었습니다, 그냥 오기 섭섭할 것이니. 중국, 일본, 티베트 소장품들은 많은 넘쳤으나 역시 한국 유물이 빈약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기증 좀 하면 어떨까 싶데요,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니.

아이들과 기행을 하던 초기, 빈손보다야 뭔가 기록물이 남으면 좋겠단 생각으로 아이들에게도 수첩을 권하고는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는 수첩을 들고 기록하면서 하는 박물관 미술관 기행이 아이들의 정석이 되기까지 했지요.

그런데 요새는 말립니다.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과 책, 안내지로도 충분히 구할 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눈에, 마음에 담아보자 하지요. 특별히 기록이 목적일 때만은 빼고. 적어놓지 않아도 가고 또 가면 낫겠지요, 익혀지는 것도 늘겠지요.

특히 자연사 박물관이라면 동물이며 새들 이름자보다 그것들에 대한 생태적 감수성을 기르는 게 더 중요하겠습니다.

자, 숲 속을 거닐 듯 박물관을 걷기, 수첩은 치워두고!

(2006년 7월 19일 물날, 말간 날)

덧붙이는 글 | 옥영경 기자는 생태, 교육, 공동체에 관심이 많아 1989년부터 관련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어 쓰고 있는 '가난한 산골 아줌마, 미국 가다'는 스스로 가난을 선택해서 들어간 산골에서 잠시 나와 미국에서 두 달을 체류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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