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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혜시장의 '보은화폐'
ⓒ 김철호
"여기서는 국가화폐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호혜시장'에서 거래를 하려는 분은 환전소에서 '보은화폐'로 바꾸십시오."

대청호변 추동마을 동명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호혜시장'이 열렸습니다. 이 시장은, 제3회 대청호 음악회를 위한 기금도 마련하고, 지역주민과 대전시민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베품과 나눔의 마당입니다.

이 시장은, 우리나라 고대사에서 신시(神市), 천시(天市), 면조후시(面朝後市)라고 불리던 것입니다. 선행의 의지를 갖고 있는 모임이나 사람들이 상호부조(相互扶助)하는 시장이지요. 바로 전래의 '품앗이'와 '두레'시장입니다.

▲ 호혜시장 환전소에서 환전하는 사람들
ⓒ 김철호
국가화폐로는 이러한 '호혜시장'의 뜻을 잘 살릴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호혜시장'에 참여하려면 '환전소'에서 국가화폐를 '보은화폐'로 바꾸어야 합니다. 시장이 파한 후, 남은 보은화폐는 국가화폐로 다시 교환해드립니다. 남은 화폐를 기념으로 갖고 싶으면 국가화폐를 기부하면 됩니다.

▲ 그림 그리기와 글 쓰기대회 참가신청을 하는 아이들
ⓒ 김철호
"아빠, 뭐하는 거야?"
"그림그리기와 글짓기야! 너도 한 번 해 볼래?"
"안 해! 안 해! 나 그냥 놀래!"

아빠의 부추김을 받은 사내아이가 도리질을 하며 달아납니다. 그래도, 뒤통수로 엄마의 눈초리가 따가운 승현이와 수경이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림 그리기를 신청합니다.

호혜시장은 대청호주변 마을사람들과 대전 시민들이 함께하는 장마당인지라, 아이들이 없을 수 없습니다. '여름방학', '우리 동네'라는 제목으로 아이들을 위한 그림그리기와 글짓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푸짐한 상품 걸려서인지, 접수창구가 아이들로 북새통입니다.

▲ 지역 어른신에게 건강 마사지를 시술하는 모습
ⓒ 김철호
재활용품 가게, 먹을거리, 도예·공예품가게, 친환경생활용품가게, 마사지 가게, 붓글씨 가게. 호혜시장이 열리 마자, 가게들은 손님으로 북적입니다.

먼저, 눈에 띄는 가게는 '건강 마사지 가게'입니다. 평생 건강 마사지라곤 받아본 경험이 없었을 법한 시골 할머니가 마사지를 받고 있습니다.

"아~ 아~."

할머니는 연신 아픈 비명을 토해냅니다. 그 옆에서 건강 마사지를 의뢰한 아주머니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봅니다. 그렇지만, 예사롭지 않은 마사지사의 조심스럽고 정성스러운 손길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마사지사의 손놀림이 하도 정성스러운지라 손님들이 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정성스럽던 마사지사의 손놀림이 끝나니 할머니는 몸도 마음도 아주 상쾌해진 것 같습니다.

▲ 도예, 공예품가게에서 호롱병을 흥정하는 박성효 대전 시장
ⓒ 김철호
'호혜시장'은 본격적인 대청호 음악회가 시작되기 전에 열리는 행사입니다.
그런데 '호혜시장'이 한참 무르익을 무렵, 뜻밖의 손님이 나타났습니다. 박성효 대전 시장이 예고 없이 호혜시장을 찾은 것입니다. 박 시장은 환전소에서 보은화폐를 바꿔들고 장마당을 돌았습니다.

먼저 들른 곳은, 입구에 있는 도예·공예품가게입니다. 호롱병을 들어 살펴보고 흥정을 한 후, 오만 보은을 주고 호롱병을 샀습니다. 박 시장이 다른 가게로 발길을 옮긴 후, 주인이 혼자 말을 했습니다.

"아 참 그거 7만 보은짜리인데, 5만 보은만 받았잖아!"
"얼른 가서 2만 보은 더 달라고 해요."
"에이 뭐, 시장님한테 2만 보은 깎아드린 셈치지."

▲ 시민들이 권하는 막걸리를 마시는 박성효 대전 시장
ⓒ 김철호
박성효 시장은 먹을거리 가게에 들러 마침 호혜시장에 참가한 한반도 생명평화탁발순례단과 만났습니다. 순례단원이 권한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고는 생명평화에 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또, 박 시장은 자리를 옮기며 지역주민들과 시민들과 담소도 나누었습니다. 주민들에게 자신이 시장이 되기 전, '제1회 대청호 음악회' 때에도 부인과 함께 음악회에 왔었다고 말했습니다. 대전시의 시장으로써, 시민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모습은 누가 뭐래도 보기 좋습니다.

▲ 풍물패의 신명나는 길놀이 마당
ⓒ 김철호
정봉현 대청호음악회추진위원장은 '호혜시장'을 대전시의 명물 농산물 축제로 가꾸어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호혜시장을 지역특산물인 포도와 버섯축제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또 '대청호 음악회'를 통하여 문화 소외지역인 대청호 주변주민들의 문화욕구가 충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합니다. 지역주민과 대전 시민과 대전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다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문화예술 축제가 되었으면 한답니다.

정봉현 대청호음악회추진위원장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서 '호혜시장'이 대전 시민과 지역주민들이 서로 나누고 베푸는 지역농산물축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 '대청호 음악회'가 지역주민과 대전 시민과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만나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축제의 마당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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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우리사회의 화두는 양극화와 불평등이다. 양극화와 불평등 내용도 다양하고 복잡하며 중층적이다. 필자는 희년빚탕감 상담활동가로서 '생명,공동체,섬김,나눔의 이야기들'을 찾아서 소개하는 글쓰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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