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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연


초복입니다. 장마며 태풍으로 정신없어서 초복이 언제인지도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어제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고 알게 되었지요.

직장에 다녔을 때는 매년 복날 점심마다 동료들과 함께 삼계탕 식당을 찾았습니다. 인삼주와 더불어 닭 한 마리를 먹고 나면, 뭔가 더위에 몸보신을 한 것 같다는 생각에 뿌듯(?)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삼복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삼계탕 식당 앞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생을 하면서도 잊지 않고 찾아 먹었던 정성이 참 대단하기도 하고, 지금 돌이켜보면 그 열정이 엄청나단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긴 줄을 서 기다렸다 먹어야 하는 식당 대신, 마트에서 닭을 사다가 집에서 삼계탕을 해 볼 생각입니다. 복날을 맞아 닭 값이 아무리 올랐다고 해도 1인분에 7000~8000원씩 하는 식당 가격에 비해서는 훨씬 저렴하니까요.

식구 수 대로 영계를 사다가 삼계탕을 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일반 가정에서는 너무 작지 않은 중간 크기의 닭을 두 마리 정도 구입해서 백숙을 하는 편이 수월할 것 같습니다.

닭을 사다가 깨끗하게 씻어 손질하고 뱃속에다가 찹쌀 등을 넣다보면 '나도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됩니다.

죽었다 깨나도 생닭은 징그러워서 만지지도 못하고 고무장갑을 끼고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슬쩍 슬쩍 '건드리는' 수준이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맨 손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닭을 만지고 다듬고 하니 말입니다.

여자들이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되는 과정 가운데에는 이런 것도 포함이 되나 봅니다. 등허리에서 땀줄기가 비 오듯 흐르고 '푹푹' 압력솥에서 나오는 김이 부담스럽지만 푸짐하게 한 상 가득 차려낸 닭백숙 한 접시를 보고 즐거워 할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오늘도 많은 엄마, 아내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닭을 손질하겠지요.

반드시 인삼뿌리가 들어가지 않아도, 비싼 영양닭이 아니더라도 가족끼리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닭다리를 뜯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더위를 쫓고 몸을 보하는 '삼계탕'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참! 닭고기를 어느 정도 발라먹고 난 다음 면을 넣어 걸쭉한 '닭한마리 칼국수'까지 끓여 먹으면 어떨까요. 마지막 코스로 얼음같이 시원한 수박 한 쪽까지 곁들인다면, 이 여름 '신선놀음'이 따로 없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모두들 영양만점 삼계탕으로 건강한 여름 나시기 바랍니다.

삼계탕(닭백숙)

▲재료: 닭 한 마리, 찹쌀 반 공기(뽀얀 색이 나도록 불려서), 대파 4~5뿌리, 통마늘, 수삼 ,대추, 밤 등 준비 가능한 재료 약간씩

ⓒ 이효연
▲ 만드는 법

① 흐르는 물에 닭을 깨끗하게 씻은 후 필요 없이 과하게 붙은 지방이나 껍질 그리고 닭꽁지는 과감하게 잘라 버립니다.

ⓒ 이효연
② 찹쌀도 뽀얀 색이 날 때까지 물에 불려두고 대추와 통마늘 밤 등 닭의 뱃속을 채울 재료를 준비합니다. 수삼도 깨끗한 물에 씻어 둡니다. 여기에 제가 꼭 한 가지 더 넣는 것은 바로 대파잎입니다.

요리를 할 때 사실 매운맛이 나는 파의 흰 밑동만을 주로 잘 쓰게 되지요. 자칫하면 이 파 잎은 시들어서 버리게 되는 일이 많은데 어쩌다 삼계탕이나 닭찜을 할 때 넣으면 아주 좋더군요.

언젠가 응암동에 있는 닭백숙 전문점에 갔을 때 파잎에다가 닭고기를 싸 먹은 적이 있는데 맛이 기가 막혔습니다. 그 이후 삼계탕이나 백숙 혹은 닭찜을 할 때에 반드시 파잎을 넣게 되었지요.

퍽퍽한 허벅지 살이나 가슴살도 이 대파잎에 싸서 간장에 찍어 먹으면 쏙쏙 잘 넘어가지요. 달큰한 대파향이 국물에 스며들어서 국물 맛도 좋아지구요.

ⓒ 이효연
③ 닭의 뱃속에 찹쌀과 수삼 등 재료를 꼭꼭 채워 넣습니다.

ⓒ 이효연
④ 마무리를 할 때 저는 이쑤시개를 이용합니다. 실력이 없어 그런지 삼계탕 집에서 하듯 다리를 꼬아 모아놓는 작업이 참 어렵더군요.

ⓒ 이효연
⑤ 바닥이 두껍고 속이 깊은 커다란 솥이나 냄비에 닭이 충분히 잠길 만큼의 물을 넣고 뚜껑을 덮고 끓입니다.

처음에는 센 불에 펄펄 끓이다가 어느 정도 끓으면 불을 줄인 후 뭉근하게 오래 끓여내야죠. 일반 솥에 할 때에는 한 시간 반 정도 끓여줍니다. 집게로 다리 한 쪽을 잡아보아 부드럽게 떨어질 기미가 보이면 잘 익은 것입니다.

ⓒ 이효연
⑥ 저는 닭고기 보다 사실은 찹쌀밥을 더 좋아합니다. 가끔은 베주머니에 찹쌀을 담아서 같이 익혀 먹는 일도 있지요. 잘 익은 대파잎도 따로 한편에 담아 놓고 닭고기에 척척 걸쳐 먹으면 그 맛이 예술입니다.

ⓒ 이효연
⑦ 어느 정도 닭고기를 먹고 난 후에는 손대지 않은 닭고기를 따로 용기에 덜어 놓습니다. 이제 닭칼국수를 끓이는 순서입니다. 칼국수까지 생각한다면 미리 넉넉하게 국물을 잡아 두어야 합니다. 채썬 감자. 호박, 양파를 넣고 한소끔 푹 끓여줍니다. 이때 양념장과 국수를 준비해요.

ⓒ 이효연
칼국수 면은 대개 찬물에 한 번 씻어주라더군요. 그런 다음 팔팔 끓는 닭육수 냄비에 넣어 익혀 건져 먹으면 끝!

닭고기는 잘게 찢어서 양념장에 무쳐 놓으면 되는데요, 이 때 양념장은 자기 취향껏 만들면 됩니다. 저는 국간장+고춧가루+다진 파와 마늘+깨소금+참기름 약간을 넣고 만들었지요.

여기에 칼칼한 청양고추나 풋고추 혹은 간장에 삭힌 고추 장아찌를 다져 넣어도 그 맛이 일품이겠지요. 또 어떤 경우는 고추장을 풀어서 닭칼국수를 만든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어요.

한여름 보양식으로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저렴하고 푸짐한 삼계탕이나 백숙이 역시 최고인 듯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효연의 <멋대로 요리 맛나는 요리(blog.empas.com/happymc)>에도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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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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