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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에서 낚시질을 하는 사람들. 빨간색 우산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대청호에서 낚시질을 하는 사람들. 빨간색 우산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 문일식
수량이 많이 준 듯 예전에 물이 찰랑거렸을 산아래 부분들이 허연 흙띠를 드러내며 산을 따라 이어져 있습니다. 대청호는 1980년에 완공된 대청댐에 의해 조성된 인공호입니다. 대전과 청원군에 걸쳐있는데, 대청호를 따라 조성된 도로를 달리면 3시간 정도나 드라이브를 할 수 있다고 하니 무척 큰 규모입니다.

잔잔한 수면은 너무나 평온했지만, 그 평온함을 깨는 것은 간간이 내리는 비였습니다. 오락가락 하는 비를 따라 수면도 조금씩 일렁였습니다. 한참을 달리다 내린 곳…, 호수 아래쪽에서는 잔잔한 호수의 평온함 만큼이나 낚시꾼들의 모습이 여유롭고 넉넉해 보였습니다.

청남대 입구를 지나 20여 분을 달리면 청원군 문의면으로 이곳은 대청호 주변 여행하는데 무척 중요한 곳입니다. 우선 청남대를 가기 위해서는 꼭 이곳에서 셔틀버스를 타야 하고, 대청댐 건설 당시 수몰위기에 처한 문화재들을 모아 만든 문의문화재단지가 지척에 있습니다. 또한 약 10~15분 정도면 대청호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현암사와 환상적인 대청댐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접근 편리성이 있는 곳입니다.

대청댐의 야경. 형형색색의 불빛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대청댐의 야경. 형형색색의 불빛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 문일식
문의면을 통과해 문의대교를 건너 대청호를 따라 구불구불한 도로를 약 15분 정도를 가면 대청댐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다리를 건너게 됩니다. 이 다리는 충북 청원과 충남 대전을 경계짓는 다리로 대전쪽으로는 전망대와 물홍보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망대나 길가에 잠시 차를 세워두고 대청댐 야경을 보고 있노라면 거대한 기계에 원색적인 색깔을 입혀놓은 듯하고, 때론 위압감이 들기도 하며, 형형색색으로 물들 때마다 황홀경이 빠지기도 합니다. 그날 비가 내린 뒤여서 대청호에 물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서 더욱 운치있는 야경이었습니다.

대청댐 반대편의 물홍보관 주변의 야경.
대청댐 반대편의 물홍보관 주변의 야경. ⓒ 문일식
대청댐도 마찬가지고 대청댐 남단에 있는 물홍보관 역시 스멀스멀한 운무 위에 아스라이 앉아 있는 건물이 제법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리를 지나는 차량마다 대청댐과 물홍보관의 야경에 도취되어 다리의 중간에 차를 잠시 세워두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차가 다니는 도로이니 만큼 조금 귀찮더라도 전망대에 차를 세워두고 야경을 감상할 줄 아는 매너가 있어야겠습니다.

현암사를 오르는 가파른 계단.
현암사를 오르는 가파른 계단. ⓒ 문일식
다음날 아침, 어제 늦게 시작해던 대청호 주변 여행은 현암사를 시작으로 계속되었습니다. 현암사는 백제 전지왕 때인 407년에 고구려 승려인 선경이 창건하고, 신라 문무왕 때 원효가 중창한 사찰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암사 입구는 차분히 오르는 오솔길도 아니고, 일주문, 사천왕문 등 세속의 때를 벗고, 불가의 세계로 들어서는 길도 아니었습니다.

현암사에서 문득 떠오른 완주 화암사를 오르는 철계단.
현암사에서 문득 떠오른 완주 화암사를 오르는 철계단. ⓒ 문일식
현암사 입구라는 것을 간파하고 나면 거의 직각에 가까운 철계단에 한숨부터 나옵니다. 마치 하늘위 구름속으로 사다리놓고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며 완주 화암사의 끝자락이 문득문득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헉헉거리며 철계단이 끝나면 조금 한숨을 돌린 후에 또다시 가파른 산행을 약 10여분 정도 해야 합니다. 우중충한 습한 날씨속에 땀이 섞이면서 느껴지는 개운치 못한 기분이 모락모락 피어날 때쯤 현암사에 도착했습니다.

현암사 석등 위에 자리잡은 동자승 인형. 동자승 어깨 위에 올라선 쥐의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현암사 석등 위에 자리잡은 동자승 인형. 동자승 어깨 위에 올라선 쥐의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 문일식
바람 한 점 불어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 여행정보와는 반대로 어느 한 군데에서도 눈맛을 시원하게 해주거나 시원한 바람 한 점 불어주는 곳이 없이 갑갑하고 텁텁한 느낌만이 있었습니다.

어디를 올라가야 대청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걸까? 현암사 앞에서는 나무들 때문에 보이지 않는데…. 설마 구룡산 정상은 아니겠지? 원효대사가 중창한 천년고찰이라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새 전각과 시멘트 건물에 생소함마저도 들었습니다.

현암사 입구 건너편에는 대청댐을 바로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현암사 입구 건너편에는 대청댐을 바로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 문일식
힘겹게 걸어 올라오는 두분의 연로한 보살님의 묵묵한 모습을 뒤로 하고 현암사를 내려왔습니다. 현암사 입구 도로 건너편에는 대청댐을 가장 근접하게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현암사 입구에서 다시 대청댐방향으로 가다보면 구룡산 오르는 입구를 통해 장승공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500여 개가 넘는 장승이 370여m의 구룡산 정상까지 늘어서 있는데, 모습들도 기이하고 재미도 있습니다.

구룡산 입구에 조성된 장승공원의 장승들. 일명 4형제 장승.
구룡산 입구에 조성된 장승공원의 장승들. 일명 4형제 장승. ⓒ 문일식
구룡산의 정상은 대청댐과 주변경관이 뛰어나고, 청남대까지 내려다보일 정도여서 청남대가 개방된 2003년 이전까지는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웠던 곳입니다.

청남대의 일정때문에 구룡산 중턱의 정자까지밖에 다녀오지 못해 아쉬웠고, 아무래도 대청호의 전경이 보이는 곳이 바로 구룡산 정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습니다.

문의문화재단지에서 바라본 대청호의 전경. 한 가족이 한줄기 바람에 땀을 식히며 호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문의문화재단지에서 바라본 대청호의 전경. 한 가족이 한줄기 바람에 땀을 식히며 호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문일식
청남대를 가려면 문의면에서 셔틀버스를 타야하는데 그전에 문의문화재단지가 있습니다. 대청댐이 건설되면서 수몰된 마을의 문화재를 옮겨놓은 곳입니다. 대청호를 끼고 있는 야산을 개간해 만들었는데, 문의문화재단지의 꼭대기인 문산객사에 오르면 역시 대청댐의 넓은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마치 충주호를 굽어볼 수 있는 충북 제천의 청풍문화재단지와 흡사합니다. 박물관도 수리중에 있고, 청풍문화재단지처럼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을 이용하여 돌아볼 만 합니다.

청풍 문화재단지도 그렇고 문의문화재단지도 그렇고 번지르르하게 조성된 단지에는 볼거리도 많지만 수몰되어 고향을 잃어야만 했던 과거의 아픔이 있습니다.

객사인 문산관의 전경. 가운데 본사의 앞면은 다른 객사건물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객사인 문산관의 전경. 가운데 본사의 앞면은 다른 객사건물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 문일식
청풍이나 문의문화재단지가 이렇게 높은 곳에 만들어져 있는 것은 아마도 잊을 수 없는 고향을 매번 바라볼 수 있도록 한 배려는 아닐런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아득하게 펼쳐져 있는 대청호의 모습이 수려하고, 아름답게 보이지만은 않는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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