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대도시에서의 첫 생활 터전이 오랫동안 가슴 한 편에 남는다고들 한다. 그곳이 서울이든, 파리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파리의 '차이나타운'은 내게 있어서 그런 존재다. 파리 13구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은 낯설고 이국적인 모습으로 다가왔지만, 이제는 늘 편하게 발길이 가는 곳이 되었다.

파리 사람들은 이곳을 '차이나타운(Quartier chinois)' 혹은 '아시아타운(Quartier asiatique)'이라고 부른다. 아마도 이곳에 중국인뿐만 아니라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인도차이나에서 건너온 이민자들과 다른 아시아인들이 터전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의 '차이나타운'은 또한 지난한 이민의 역사가 함께 한 곳이기도 하다.

▲ 거리에서 만난 한 중국인.
ⓒ 조영표
'중국 혁명의 기린아들', 삶의 터전으로 삼다

파리의 '차이나타운'은 1920년대 몇몇 중국 유학생들이 '파리 13구'에 정착했던 것이 그 시초가 된다. 당시 유학생들 중에는 중국 인민의 총리였던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있었다. 그는 '근로 장학생'의 일환으로 파리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는 유학생이었고, '중국 공산당 파리 지부'를 설립한 젊은 공산주의자였다.

그는 파리 13구에 위치한 '이탈리아 문(Porte d'italie)' 근처에서 2명의 유학생과 함께 살았다고 한다. 그와 동갑인 동료는 키가 190cm나 되는 거구였고, 그보다 나이가 어린 동료는 150cm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키 작은 동료는 바로 중국의 작은 거인 '덩샤오핑(鄧小平)'이었다. 잠시나마 이들이 '차이나타운' 거리를 함께 걸어 다녔을 모습을 상상 해보니 자못 흥미로워 진다.

당시 그들은 혈기 왕성한 20대였고, 조국의 해방을 위해 머나먼 이국땅에서 '프랑스 공산주의 운동'에 참여하며 혁명가로서의 담금질을 시작하였다. 중국 혁명의 기린아들이 머나먼 파리에서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곳이 뒷날 사람들에 의해 '차이나타운(혹은 아시아 타운)'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 '차이나타운'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
ⓒ 조영표
이민자들의 본격적인 정착이 시작되다

1970년대 본격적인 이민자들의 정착이 시작되었다. 이들은 대부분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에서 정치적 소용돌이를 피해 떠나온 '정치 난민들'이었다. 따라서 '정치 난민의 설움'이라는 동질성은 초기 '차이나타운'을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서 서로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이 시기에는 중국 본토의 이민자들도 이곳에 정착하게 되는데, 대부분 중국 남부 출신이었고 여전히 '중국 남부 방언'을 일상적으로 사용할 만큼 문화적 동질성이 매우 강했다.

▲ 대형마트 앞에서 만난 사람들.
ⓒ 조영표
이민자들이 당시 '파리 13구'를 선택한 중요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입주할 수 있는 '고층 아파트 단지'가 이 시기에 건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리 13구의 '올랭피아드(Les Olympiades)'라고 불리는 고층 아파트 단지는 1969년부터 1974년까지 5년에 걸쳐 건설되었다.

▲ 고층 아파트 단지 '올랭피아드'.
ⓒ 조영표
▲ 올랭피아드의 상가 골목.
ⓒ 조영표
그런 이유로 파리의 '차이나타운'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런던'이나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과는 달리 중국풍의 독특한 건축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월이 흐른 후 중국 이민자들에게 있어서 이곳은 안정적인 정착에 앞서 잠시 거쳐 가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처음 파리를 찾은 이민들이 아마도 낯선 타향살이 초기,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 속에서 적응한 후 파리의 다른 지역이나 시 외곽으로 나가서 정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아시아인들의 삶의 터전으로 자리 매김.

현재 이곳은 중국계 이민자들과 함께 다른 아시아인들과 프랑스인들이 더불어 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차이나타운'에 살고 있지 않는 아시아인들도 자주 이곳을 찾고 있다. 이곳에 식당과 식료품점, 미장원, 대형마트 등 거대한 상권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 상점들은 중국계 이민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 중에서 라오스계 중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대형마트 '탕프레르(Tang frere)'와 '파리스토어(Paris store)'에서는 아시아인들의 생활에 없어선 안 될 식료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 시장을 보고 있는 사람들.
ⓒ 조영표
제품이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현지 프랑스인들도 제법 이곳을 찾고 있다. 또 중국,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 음식들을 맛보기 위해 이곳을 즐겨 찾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중국인들의 명절 중 하나인 설날에 이곳에서 '중국 전통 거리행진'을 볼 수 있다. 파리 시민들에게는 이국적이고 재미있는 볼거리이다. 중국계 이민자들에게는 문화적 뿌리를 되새기는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 가게 진열장을 들여다 보는 프랑스인들.
ⓒ 조영표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중국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삶의 공간, 문화, 생활 방식을 일궈가며 현지 사회에서 나름대로의 목소리를 만들고 있다. 이곳 파리에서도 중국계 이민자들의 지난한 역사의 흔적과 함께 튼튼히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 멀리 '미얀마'에서 온 스님.
ⓒ 조영표
▲ 유리 너머로 'TV 경마'를 보고 있는 중국인.
ⓒ 조영표
▲ 거리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사람들.
ⓒ 조영표

덧붙이는 글 | 파리의 차이나타운은 지하철 7호선 '이탈리아 광장(Place d'italie)역부터 '이브리 문(Porte d'ivry)'역까지 넓게 퍼져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