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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여행길에서 담은 풍경들.
ⓒ 소영무
여름이 다가올수록 지난 겨울에 만난 수많은 이야기들이 흑백의 풍경들 속에서 되살아온다. 언젠가 한번은 그 풍경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고자 한다.

바람 많은 날 홍도를 지나 운주사를 찾아간 적이 있다.
한국의 산야를 한 겨울에 걷는다는 건 참 고독하지만 사람 대신 바람이 흙내음이 그리고 길이 내게 다가와 친구가 되어준다.

▲ 운주사 가는 길.
ⓒ 소영무
꼭 한 번 천불천탑의 운주사를 가고 싶었다.
이 날은 마침 눈 대신 비가 내려 산야가 촉촉히 젖어들고 있고, 사람도 보이지 않는 혼자의 길이라 탑과 불상과 대면할 기회가 많았다. 절이라는 곳이 참으로 묘한 건, 산 속에 자리잡은 그 넉넉함인지 몰라도, 나 자신 겸허해짐을 느낀다.

혼자가 아닌 내 속의 자아.
있었구나.

운주사 가는 길에 참으로 큰 대자연의 진리를 본다.
깨닫는다. 얼어붙은 흙과 산이 아침햇살에 나른히 자리를 일어나는 그 즈음에.
길가 자그맣게 자리잡은 불상 옆으로 얼음 불상 하나 자리잡고 있다. 조그마한 바위틈에서 흘러나온 물, 그가 그대로 얼음불상으로 석불의 친구가 되어 있지 않은가. 자연은 그대로 부처며, 참자아를 드러내고 있다.

▲ 운주사의 얼음 불상.
ⓒ 소영무
절로 들어서면 자신의 발자욱 하나 하나가 그대로 들려온다. 자신의 숨소리, 발자욱 소리 하나 듣지 못하는 혼탁한 도시 생활의 터널을 빠져나와 만나는 운주사에서의 길과 부처.

처마 밑에서 떨어지는 빗소리 하나 하나 그대로 내 마음으로 다가와 이야기를 건네준다. 그 모든 소리가 혼자 따로가 아닌 대화요, 소통이다. 길에서 만나는 돌부처와 소나무, 풀 한포기. 하다못해 절에서 만나는 강아지 소리도 서로에게 건네는 소리이며 소통이다.

길을 나서면서 이름없는 석불과 석탑, 얼음 불상과 인사한다.
도시에서도 정말 나 자신의 소리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혼탁한 세상 속일지라도 그로 인해 웃음 웃고, 울고 하면서도 자연의 소리, 사람의 소리, 나 하나의 속삭임에 귀기울이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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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학교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서요....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함께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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