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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교'라는 조직사회에서 굳이 '반골'이 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살다보면 "이건 아닌데"라는 의문을 갖게 하는 상황들이 불쑥불쑥 나온다.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학교 전자결재시스템'이란 것도 그런 것이다. 이놈 참 사람을 외롭고 고립되게 한다.

이전에 인터넷 신문이 과연 종이신문을 대체할 수 있을까의 문제는 단순히 사람이 글을 읽을 때 뇌에 각인되는 효율을 따졌다면, 자그마한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전자결재시스템은 문제의 성격이 훨씬 다르다.

ⓒ 서울특별시 교육청
일선에 있는 선생님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과의 단절이다. 나 스스로 교장, 교감선생님과 싫은 소리, 어려운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솔직히 그 분들이 하소연 아닌 하소연하는 소리는 이렇다.

"학교관리자란 자리가 여러 교사의 의견을 다 수용할 수 없어 감옥 같았는데 이제 전자결재가 되어 내가 있는 집무실이 감옥에서 더 나아가 독방신세가 되었다. 그래도 종이로 결재를 주고 받는 날에는 결재과정에서 얼굴 마주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이제 같은 층에서도 인터넷으로 결재를 하니 교사들과 이야기 나눌 계기도 없어졌다. 결재를 하면서 묵묵히 여러 일들을 하시는 선생님께 요즘 고생한다는 작은 말이라도 전했지만, 이제 그런 대면의 기회도 줄어 들었으니 참 갈수록 힘들어진다. 내 방이 이제 독방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나 스스로 첨단 IT쪽에서 일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해왔지만 컴퓨터로 이루어지는 온라인관계가 모두 효율적이라고는 절대로!!! 믿지 않는다. 때론 까칠한 연필이 정답듯이 오프라인의 관계가 세상을 더 살만나게 이끌어간다고 믿는다. 그런데 정부는 업무의 혁신과 종이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학교내에서 전자결재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리고는 선진 IT세계를 선도한다고 자랑한다. 정말 뭘 몰라도 도통 모른다.

본사와 지역본부가 멀리 떨어져 있는 기업체 같은 경우라면 시간과 경제적 측면에서 전자결재가 필요하겠지만 한 지붕 아래에서 직접 대면하면서 오해도 풀고 서로 인간적인 정을 나눠 오던 학교에까지 전자시스템을 천편일률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좋지 않다. 단순히 돈으로 계산하는 정부의 정책이 사람과 사람의 거리를 더 멀게하고 있어 분노가 치밀을 때가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하고 찾아가야 할 것은 돈으로 환산되는 아스팔트 세상이 아니라 인간적인 만남이 있는 황토길의 보존과 복원이 아닐까. 효율이란 이름으로 사람을 더 외롭고 고립되게 하지 말아야 존경과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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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학교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서요....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함께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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