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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갖고 헙법 소원 청구를 냈다. 이제는 모두 할머니가 된 피해자들을 헌법 소원의 자리에까지 등을 민 것은 바로 우리의 정부이다.

외교통상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이 남아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군대 위안부 피해자의 보상 문제가 일본과의 소모적인 논쟁을 야기한다고 보고 일본에 대해 물질적인 배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나라를 잃었을 때는 나라가 없어 서러운 삶을 살아야 했는데 이제 다시 찾은 조국에선 그 조국이 상처받은 영혼을 버리고 있다. 조국에서 버림받으면 설움은 더 크다. 왜냐하면 조국에서 버림받으면 조국이 우리를 보호해줄 것이란 기대에 대한 배신감이 버림받은 설움을 서너 배로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이번 헌법소원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국가로부터 외교적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도외시하고 있는 우리의 정부에 대해 그 책임을 묻고자 하고 있다. 그 자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스케치했다.

ⓒ 김동원

먼저 대구에서 올라온 피해자 할머니들이 펼침막을 펼쳐들었다. 새벽에 출발했다고 한다. 여명을 걷고 하루를 밝히러 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 김동원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황금주 할머니는 진실 규명을 외면하고 사죄에 등을 돌리고 있는 일본을 “나쁜 놈들”이라는 짤막한 말로 요약했다. 그 말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말이었다.

ⓒ 김동원

할머니는 이제 잠시 서 있기에도 다리가 아프다. 젊은 기자가 할머니와 눈높이를 맞추고 얘기를 나누었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면 그들의 티없는 순수가 눈에 보이고, 할머니들과 눈높이를 맞추면 그들의 아픈 허리와 그 아픈 허리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설 수밖에 없는 분노가 보인다.

ⓒ 김동원

위안부 할머니들에겐 관심과 동참이 가장 큰 힘이다. 그래도 많은 언론에서 관심을 갖고 모였다.

ⓒ 김동원

경기도 퇴촌 '나눔의 집' 할머니들이 도착하면서 펼침막 뒤로 할머니들이 꽉찼다. 꽉채워 함께 부르짖는 목소리는 더욱 힘이 있다. 그 목소리 속에 우리 정부의 목소리는 비어 있었다.

ⓒ 김동원

부산에서 태어난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이다. 15살에 끌려갔다고 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진상을 감추고자 하는 것은 자신들을 그냥 묻어버리는 일이라고 했다.

ⓒ 김동원

기자 회견 도중 김순악 할머니가 다리가 아파 잠시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러나 할머니의 아픈 다리를 일으켜 세운 위안부 문제는 이제 진실을 향하여 굳건하게 몸을 세우고 있다.

ⓒ 김동원

이옥선 할머니가 증언하는 동안 장점돌 할머니는 속이 울렁거린다. 역사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으면 과거가 불안하게 흔들리며, 과거가 불안하게 흔들리면 그 과거를 안고 사는 사람은 울렁거리는 속을 고통스럽게 안고 살아야 한다.

ⓒ 김동원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듣던 김순옥 할머니가 눈물을 훔친다. 그리고 할머니의 얼굴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흘러내린다. 할머니의 주름은 나이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수없이 흘려야 했던 할머니의 눈물이 남겨놓은 눈물 자국이다.

ⓒ 김동원

아픔을 나누고 상처를 위로하는 데는 국경이 없다. 미국인 조시(Josh)와 김순악 할머니가 얘기를 나눈다. 조시는 한국말을 잘한다. 그가 한국말을 몰랐다고 해도 그 자리에 함께 해주는 것만으로도 할머니에게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나눔의 집 홈페이지: www.nanum.org 또는 www.cybernanum.org 나눔의 집 후원 및 자원봉사 문의 전화: 031-768-0064.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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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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