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비교사이트 게시판에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항의 글이 올라와 있다. ⓒ 박근철
최저가로 유혹하고 대금만 받아 잠적
이는 지난해 6월 '리치투유'라는 쇼핑몰이 가격비교사이트를 통해 40여억원어치의 상품을 판매한 뒤 잠적한 사건이 벌어진 지 불과 1년 만에 일어났고, 어이없게도 판매 수법과 피해 품목이 대부분 에어컨이란 점까지 비슷하다.
물론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생긴 이래 적게는 개인 간 직거래 사고부터 크게는 '하프플라자' 같은 몇 백억대 사건까지 인터넷쇼핑몰 사고는 계속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만 해도 서울특별시 전자상거래센터에서는 십여 곳의 인터넷 쇼핑몰에 대해 사기 주의를 공지하기도 했다.
특히 이러한 쇼핑몰 사기가 최근 가격비교사이트를 통해 자주 발생하고 그 피해규모도 크다는 점이 문제다. 대부분 최저가를 제시하여 일정기간에는 정상적으로 판매하다가 어느 순간 목돈을 만들어 잠적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중소규모 쇼핑몰 처지에서, 일정 규모의 방문자를 확보하고 있고 가격만 싸면 쉽게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가격비교사이트를 이용하면 손쉽게 많은 상품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비교사이트에서는 가격만 싸게 제시하면 최상단에 자동 노출된다. ⓒ 박근철
이러한 쇼핑몰 사기 사건에 대해 한 가격비교사이트 담당자는 "쇼핑몰을 입점 시키기 전에 운영기간이 기준을 충족하는지, 통신판매업등록이나 사업자등록이 정상적인지, 쇼핑몰의 게시판을 점검해서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최저가 상품이 비정상적으로 많진 않은지 등을 확인해 사기사건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선결제 후배송이라는 인터넷 쇼핑몰의 구조상 이러한 사고를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어 고민이다"라고 말한다.
너무 싼 가격, 현금결제 강요 일단 조심
그렇다면 소비자가 가격비교사이트를 이용할 때 사기를 피할 방법은 없을까?
먼저 소비자도 가격비교사이트에 올라온 최저가만 믿지 말고 구매하기 전에는 어느 정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즉, 구매하기 전 쇼핑몰 게시판을 점검해 배송 상태나 쇼핑몰 운영 기간 등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현금 구매만 강요하는 쇼핑몰은 일단 조심해야 한다. 카드결제를 하면 배송이 비정상적으로 늦어지거나 만에 하나 사기를 당하더라도 카드사에 결제 취소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너무 싸게 파는 쇼핑몰이 있다면 욕심이 나더라도 의심을 해야 하며 설마가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구매를 자제해야 한다.
실제 가장 규모가 컸던 '하프플라자' 사기사건 당시 대부분 가격비교사이트들은 상품 가격이 너무 싸고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하프플라자 입점을 거부했지만 싼 가격에 현혹된 일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찾아가 수백억원이라는 엄청난 피해로 이어졌다.
에스크로 서비스 의무화 등 서둘러야
물론 이러한 소비자의 주의만으로 완전한 문제해결이 될 순 없는데,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온라인 사구팔구'만 해도 이미 가격비교사이트에서 몇 년째 문제없이 운영되어 온 곳이기에 이 쇼핑몰을 여러 번 이용했던 소비자는 별 의심 없이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즉, 소비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온라인 결제시 카드 사용을 의무화하거나 꼭 현금만 사용해야 한다면 반드시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단, 이러한 제도가 자칫 대형 쇼핑몰의 이익만 대변하고 영세사업자 등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보완 장치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은행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 서비스 개념도. 은행 등 공신력있는 기관이 구매자와 쇼핑몰 사이에서 결제대금을 중개해 줘 쇼핑몰 사기나 불량 배송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 하나은행
소비자가 가장 싼 상품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가격비교사이트. 하지만 이러한 쇼핑몰 사기사건들로 신뢰를 잃게 된다면 가격비교사이트뿐만 아니라 성실하게 영업하는 많은 중소 쇼핑몰과 싸게 상품을 살 기회를 잃게 되는 소비자까지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