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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노민규 기자
[이재은 기자] 꿈 많은 여대생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는 원하는 자화상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어떤 밑그림을 그려야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나를 이끌어주고, 언니처럼 조언해줄 수 있는 멘토가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우먼타임스는 다섯 번째 멘토-멘티의 만남을 주선했다.

주인공은 이경선 동아TV 팀장피디와 최임정 연세대 3학년생. 평소 패션, 뷰티 분야에 관심이 많은 최씨(멘티)는 여성들의 입맛에 꼭 맞는 프로그램 기획자로 평가받는 이 피디(멘토)를 만나 진로상담을 하며 돈독한 유대 관계를 맺었다.


멘토-이경선 동아TV 팀장 피디 / 멘티-최임정 연세대 의류환경학과 3학년

[최임정] 의상학을 전공하고 있어 잡지 에디터, 패션 전문 피디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케이블 방송국 프로듀서로 일하고 싶은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요. 또 케이블 방송국 피디와 공중파 방송국의 피디는 어떻게 다른가요.

[이경선] 케이블 방송국은 바로 투입이 가능한 인재를 선호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방송에 대해서 미리 공부하고 최소한의 것들을 준비해야 해요. 최근에는 더욱 실무 중심 교육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공부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네요. 실무 능력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디에게는 풍부한 기획력과 적극적인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또한 피디는 영상과 음향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미리 관련 분야에 대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공부를 해두는 것이 좋아요.

케이블 방송국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기 때문에 단기간에 전문분야를 개척,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죠. 공중파 방송국에서는 10년쯤 활동해도 자기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맡기 힘들지만 케이블에서는 능력만 있으면 빨리 성취도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물론 보수나 근무환경 측면에서는 공중파가 좋지요.

'케이블 방송국' 개인능력 빨리 키울 수 있어 매력

[최임정] 선배님이 만든 프로그램들이 궁금해요.

[이경선] 현재 제가 속한 부서는 기획편성국이에요. 방송할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방영할지 결정하죠. 보통 신입 피디들은 제작국에서 일하다가 연차가 지나면 프로그램 전반을 기획, 편성, 제작하는 기획편성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동아TV의 경우에는 프로그램의 반 정도는 외화를 수입하고 반은 직접 제작하는데 제가 기획, 제작한 프로그램으로는 ‘도전 신데렐라’, ‘스타메이커’, ‘스타 명품기획’ 등이 있어요.

[최임정] 결혼한 뒤에 방송 아카데미를 수료하는 등 뒤늦게 방송 일을 시작하셨는데 사내에서 고속 승진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셨을 것 같아요.

[이경선] 입사 후 한 선배가 회사 실무의 A부터 Z까지 다 알아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어요. 입사하자마자 비는 시간은 우리 회사가 만든 프로그램을 모니터하는 데 투자했죠. 잡지를 스크랩하고 관련 뉴스를 꼼꼼히 챙겨보는 노력은 물론이고요. 한동안 외화 수입을 담당하는 외화팀에서 근무했는데 그때 영상 감각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피디가 되고자 한다면 많은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자 입장에서 또 제작자 입장에서 시청하고 평가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라는 브랜드가 형성되고 신뢰도 쌓이게 되죠. 임정씨는 자신이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나’라는 브랜드를 보여주고, 신뢰도를 강화하기 위해 어떤 점을 강조할 수 있나요?

실무위주 교육 미리…인간관계도 돈독히 쌓아야

[최임정] 저는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튀는 편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성장하고 노력해서 신뢰를 쌓는 스타일이거든요. 1학년 때보다는 2학년 때, 2학년보다는 3학년 때 높은 성적을 받고, 교수님들에게도 인정을 받아왔어요. 방송 경력은 없지만 평소에 해왔던 활동을 강조해서 ‘최임정’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려고 노력할 생각입니다.

[이경선] 성실성은 정말 중요해요.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면 일회성 프로그램도 있지만 장기로 나가는 프로그램도 많거든요. ‘저 사람한테 일을 맡기면 확실하게 해낸다. 안심해도 된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해요. 저는 프로그램 AS를 철저하게 했어요.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수정 보완하고, 관계자들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반영했죠. 작은 부분이라도 직접 발로 뛰어다녔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까 이경선 피디라는 것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더군요.

[최임정] 피디는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한데, 막상 내막을 들여다보면 힘들고 고단한 점이 많은 직업인 것 같아요.

[이경선] 케이블 방송국 직원의 월급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방송이 좋아서 적은 월급을 받고도 열심히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일하는 거죠. 특히 수습 시기와 초반에는 못 버티고 나가는 사람들도 많아요. 잡일까지 포함해서 이런 저런 일들을 감당해야 하고 시키는 일도 무지 않아서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거든요. 그렇지만 그 시기를 참아내야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피디가 될 수 있어요. 또 하나, 피디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해요. 인적 네트워크에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답니다.

[최임정] 동아TV가 패션, 뷰티 전문 채널인 만큼 일을 하다 보면 스스로 외모지상주의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경선] 전 외모지상주의자는 아니지만 외모는 커다란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프로그램을 통해 ‘이렇게 변신하라’고 설득하면서 정작 프로그램 제작자는 트렌드와 동떨어져 있다면 그건 자기가 만드는 프로그램에 애착이 없다는 뜻 아닐까요. 실제로 화장을 하지 않은 모습으로 출근해서 미팅을 하면 ‘어디 아프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의기소침해져서 말도 잘 안 나오고 자신감도 떨어지더라고요. 스스로를 귀족처럼 대하고 꾸미는 것이 아름다움이고, 그 아름다움을 추구하다 보면 경쟁력 있는 외모도 갖추게 된다고 생각해요.

[최임정] 선배님 말씀을 들으니까 설레고 흥분돼요. 미래 피디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특별히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면 들려주세요. 앞으로의 포부나 계획도 좋고요.

궂은일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PD' 자리매김

[이경선] 삶의 방향과 목표를 분명히 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삶의 목표가 분명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초반에는 별 차이를 나타내지 않지만 10년, 15년 후 이들의 모습과 결과는 달라요. 예를 들어 지금은 내가 평범한 사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언젠가 이 회사의 최고 책임자가 되겠다는 비전과 목표를 설정해 놓으면 매일 아침 들어가는 회의시간도 의미 있고,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도 열심히 관찰하게 됩니다. 일상 속에서 하나라도 얻으려고 일에 집중하게 되죠. 저 역시 입사 초기에는 반복되는 밤샘작업으로 힘들었지만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일을 즐기며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꿈은 작게는 현재 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열심히 만드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먼 훗날 내 이름을 건 방송국을 운영하는 거예요. 인터넷텔레포니(IPT)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획력과 추진력만 있으면 누구나 방송국의 주인이 될 수 있거든요.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일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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