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모방송사 아침드라마 연속 장면. 주인공은 앞에 일반전화가 있음에도 휴대폰으로 전화걸기(받기 아님)를 하고 있다. 사진에 나오는 꽃은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 처리한 것이다. (흐릿하게 처리하는 것이 싫어서 시도해 보았다)
ⓒ 정학윤

▲ 위의 사진설명과 동일하다.
ⓒ 정학윤

휴대폰은 참 좋은 물건이다. 언제 어디서건 버튼만 누르면 상대방과 대화할 수 있거나 문자메시지라는 부가기능을 통하여 색다른 교감을 할 수도 있다. 이런 휴대폰의 편리함 때문에 사람들끼리의 간격은 이전보다 훨씬 더 좁아졌다.

휴대폰 누적 보급대수가 3천만대가 넘었음에도 매월 1백만 대가 꾸준히 팔린다고 한다. DMB폰 등의 신기종이 계속 출시되고, 신기했던 휴대폰 기능도 조금만 지나면 구식이 되어버린다.

휴대폰이라는 물건이 모든 일상에 개입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있어서 휴대폰 사용은 하나의 문화현상이다.

모든 사람들의 생활에서 휴대폰으로 매개되는 일상이 흔한 만큼 텔레비전 연속극에도 휴대폰을 사용하는 장면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연기자가 최신형 휴대폰을 들고서 통화를 하면서 연기하는 장면은 어떤 상황에서건 멋있게 느껴진다.

그런데 왜 극중에 묘사되는 인물들은 경제력이나 나이 등 처지와는 무관하게 항상 신형 휴대폰을 휴대하고 있는지, 걸핏하면 휴대폰을 꺼내드는 지, 또한 통화장면이 스토리 전개상 꼭 필요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다.

더구나 일반전화를 바로 앞에 두고서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를 하는(거는) 장면까지 심심찮게 등장한다. 모방송사의 아침드라마를 보다가 도가 지나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며칠 전에 찍어둔 사진이기는 하지만, 촬영 세트장과 비품들이 고정되어 있어서 그런지 현재까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휴대폰 통화료는 일반전화 통화료에 비해 비싸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더구나 비싼 단말기 값이며 최소한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기본요금을 통화원가로 대입한다면 더 확연할 것이다.

값싼 통화료로 통화가 가능한 일반전화를 앞에 두고서도 습관적으로 휴대전화를 꺼내드는 장면이 반복됨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휴대폰 통화료에 대한 감각을 마비시키고, 휴대폰에 대한 충동구매와 은연중에 휴대폰 소비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은 아닐까?

언제부터인가 텔레비전 연속극에서 연기자가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사라졌다. 흡연장면이 반복됨으로써 담배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거나 모방심리가 강한 청소년들을 흡연인구로 유인할 수도 있고, 또한 흡연충동을 갖게 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담배추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간섭한 결과일 것이다.

이처럼 담배 피우는 장면 없이도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험에서 무분별하고도 무차별적인 휴대폰을 소비하는 장면이 없어도 극을 이끌어 가는 것에 무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필요이상의 논리 확대는 아닐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대중화된 휴대폰을 무조건 배격하자는 것이 아니다. 상황을 전달함에 있어서 불가피한 경우는 어쩔 수야 없겠지만 드라마를 제작하는 분들의 적절한 긴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