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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안드는 남자. 남자가 까발린 남자 이야기
철 안드는 남자. 남자가 까발린 남자 이야기 ⓒ 양지혜
세상을 살다보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끊임없이 압력을 가하는 부자유스러운 가치관의 억압으로부터 어떻게 해야 왜곡되지 않고 본성에 충실하게 살 수 있을까? 그리고, 자유롭고 건강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사회적 통념이나 제도화된 의식을 제거한 채 들여다 보며 논할 수 있는 상황은 어느 시기쯤일까?

그저 궁금하고 해결되지 않는 '모름'에서 '앎'을 통한 즐거움을 얻는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나이가 들어야 오나 싶다. 그것이 심오한 철학이든, 아니면 함께 살아야 하는 '남자'에 대한 얘길지라도.

세상의 절반인 여자는 세상의 절반인 남자들이 도대체 궁금하고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은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 모름의 답답함을 해결해 주는 '남자 완전정복 길라잡이'(?)가 나왔다. 제목도 남다르다 <남자는 다 그래!>.

무엇이 다 그런 걸까? 역시 책은 심상치 않은 제목에 걸맞는, 특별한 저자의 성향(게이)과 포복절도케 하는 유쾌한 남자 까발리기의 내용은 진솔하고 별스러웠다. 하지만, 이 요란한 책을 선택해 읽고 느낀 것을 텍스트로 다시 정리해야 하는 나는 '남자'란 동종이 아닌 이유만으로도 막중한 책임감(?)에 허덕이고 난감하기만 했었다.

더구나 그 알 수 없다는 '남자'들의 모든 관점은 오로지 일차적 욕구인 생리적 욕구 만족이 최우선시 된 책이니 더할 나위가 있을까. 그리고 그 진솔함을 제 아무리 '부자유스런 가치관으로부터 자유로운 나이'가 된 나라고 한들 저자의 자유로움을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남자는 매킨토시다!
남자는 매킨토시다! ⓒ 양지혜
그러나, 그런 고상한 우려는 책을 읽어 갈수록 푸석하던 머릿 속에 반짝거리는 윤기를 더하고 '아하!' 절로 감탄이 터지며 지나치게 솔직하고 적나라한 자기고백엔 입가에 웃슴이 절로 번지게 했다. 그리고 남자의 특성과 본성에 가장 근접해서 실용적(?)인 앙꼬 같은 모범 답안지를 훔쳐 봤다는 통쾌함은 꽤 깊은 흥분을 남겼다 .

하여튼 결과론적으로 남자라는 '게이사피엔스 페니스종(저자의 표현에 따름)'의 행태와 그들의 내면은 도대체 25년을 '남자'와 함께 살고있는 나조차 '속았다!' 라는 결론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남자'라는 본래의 속성을 제대로 알고, 그들을 더 넓게 이해하고, 깊게 수용하기 위한 '남자 길라잡이'를 읽은 것은 확실하니 지금까지와 같은 남자에 대한 황당한 오해는 없으리라.

그럼 본격적으로 내게 이렇게 심오한 '남자'를 깨우쳐 주고, 그들의 오묘한 세상을 활짝 열어젖힌 친절하고도 특별한 남자 에릭 헤그만이 풀어낸 아찔하고 요지경 같은, 그러나 영원히 철부지인 남자, 그들의 세계를 염탐해 보자.

남자, 3분에 한번씩 섹스를 생각한다?

남자, 그들은 공작새의 깃털을 원한다.
남자, 그들은 공작새의 깃털을 원한다. ⓒ 양지혜
먼저, 심히 유감스럽게도 책 내용을 실감나게 옮길 수 없는 본인의 한계성을 빌미로 어쩔 수 없이 심리학자 매슬로우(Abraham Masiow)가 얘기한 '동기 부여론'인가 하는 거창한 이론을 잠시 빌려 야겠다. 그의 '인간'에 대한 말을 생뚱하게 '남자'로 바꿔 보자면 '남자'란 일차적 하위욕구에 지독히 충실한 근원적 한계를 가진 존재란 사실이다.

남자 친구 둘이 서로 섹스 충동의 시간을 3분에 한번씩인지 8분에 한번씩인지 내기를 하는 황당함이 이 책의 시작이다. 그리고 두 친구의 결론은 하루종일이라도 섹스만 생각하고 살 수 있다는 것이고, 그룹섹스를 꿈꾸며, 섹스를 통한 일탈의 경험담을 자랑스레 펼쳐낸다. 그러나 이런 남자들의 공통된 관심과 모든 행동은 오로지 단하나! 섹스와 동떨어져서는 존재가 불가능한 사고체계를 가졌다는 것을 실례를 들어 확인해 준다.

그런 반면, 상대(결혼한 배우자나 애정을 나누는 파트너)에 대한 배려나 책임에는 끊임없이 불편해하며, 자유를 그리워하고, 애정의 상대자를 '장난감'과 동일시 해 싫증과 권태에 대한 감정을 솔직히 고백한다. 그리고 섹스를 통해 존재가치를 정의하려는 기발한 '호모사피엔스페니스 종'들의 동물적 본성은 여러 사회문화의 밑바탕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 그러나 '남자'가 아닌 이상 아쉽게도 이 부분은 영원히 이해 불가능이 아닐까 싶었다.

남자, 그들은 엄살쟁이, 겁쟁이, 철부지 어린아이다!

엄살쟁이 겁쟁인 남자, 그런 그들이 꿈꾸는 것은 수퍼맨.
엄살쟁이 겁쟁인 남자, 그런 그들이 꿈꾸는 것은 수퍼맨. ⓒ 양지혜
감기만 걸려도 죽음을 생각하는 엄살쟁이에, 비뇨기과 의사에 대한 자격지심과 두려움은 마치 유아기의 모성에 대한 의탁에 다름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기에 그들의 엄살은 세상으로부터 관심을 얻기 위한 방편이며, 조직과 무리 속에서 자신이 약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대놓고 관심을 애걸하는 짓은 못마땅한 남자들이 가장 믿을만한 존재에게만 표현하는 애정 구걸의 방법이란다.

금방 숨넘어 갈듯 끙끙거리는 신음과 혼자서 내리는 황당한 처방에 당황한 경험이 있는 여자들이라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보통의 여자들은 그때 한마디를 한다. "왜 저러나 몰라!"

그리고 주변인들과의 이별에 대한 부적응에 따른 행동양식은 남자들만의 특유한 서툰 이별방식으로 오히려 상대를 혼란스럽고 더 상처를 주는 결과를 낳는 것을 알려준다. 이별에 따른 책임감과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는 연약한 심리는 모든 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의 최고봉이다. 그리고 그 예는 더 놀랍다. 본문에서 저자는 친구인 아르니가 결별을 결심한 여자친구로부터 걸려오는 휴대폰을 받지 않는 상황을 정리하는 내용이 있다. 세상 모든 여자들이여 참고하시라!

"남자들은 왜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걸까? 내 견해는 이렇다. 첫째,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기 때문이고, 둘때 파트너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며, 셋째 겁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랑하는 여자와의 이별을 위해서 하는 방법이란 게 고작 전화를 받지 않거나, 휴대폰 번호를 바꾸는 등 소심하고 무책임한 행동이 전세계 현재 남성들의 공통 된 '이별 방식'이라니. 그동안 여자들은 남자들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이 분명했다. 역시 철부지에 겁쟁이인 남자.

이런 어리광쟁이에 겁쟁이 남자들은 자신들의 잠재된 나약하고 어린 정신세계를 만회하기 위해 만화를 좋아하고, 슈퍼맨을 꿈꾸며, 무리들에겐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무모한 도전도 불사한다. 그리고 확실한 자신의 영역표시를 위해 자동차나 고가의 전자제품에 현혹되고, 그러한 것을 통해 부와 명예를 과시하고자 한다는 사실.

그러나 무엇보다 모든 세상 매사를 게임으로 여기며 심지어 사랑과 명예, 그리고 전쟁까지도 놀이와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몰입하고 즐긴다니, 그동안 전쟁에 대한 관심과 게임프로그램에 열광했던 남자들의 모습을 존경하며 봤다면 이제부터 남자, 유치한(?) 그들의 세계를 다시 봐라!

남자, 그들은 영원한 수컷 동물이다!

왜 모든 남자들은 다 똑 같을까? 풀렸다 궁금증이.
왜 모든 남자들은 다 똑 같을까? 풀렸다 궁금증이. ⓒ 양지혜
무조건 서서 오줌을 눠야 한다고 생각하는 페니스 우월주의. 온갖 핑계를 들이대도 그들이 서서 누는 오줌의 쾌감은 바로 페니스의 존재에 대한 우월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러나 그들은 공작새의 아름다운 깃털을 부러워하고, 숫사자의 우아함을 닮아 보고 싶어 하며, 수많은 여자들의 공개 구애를 받을 수 있는 카니발에 열광하는 모습이란 것이 결국 자기만족과 과시욕에서 빚어지는 진실이란 사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동물사회에서야 강자의 '힘'이 전부라고 한다면, 현대에서 대체된 힘은 곧 '부와 명예'이다. 그리기에 그들은 보조 식품에 심취하고, 헬스클럽에서 몇시간을 투자해, 공작새의 깃털처럼 아름다운 외모 가꾸기에 몰두하는 자기만족에 도취하고, 부와 명예를 과시하는 유명 패션 제품과 멋진 고급 자동차에 목숨을 건듯 하는 것이 곧'힘'의 과시를 표현한단다. 일견 맞지 않는가? 다른 것은 몰라도 고급 자동차나 오토바이, 전자제품에 집착하는 남자들은 심심찮게 본다.

그러나 또한 모든 동물들이 그러하듯, 무리로부터의 이탈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과 압박감에 흔들리는 두려움을 지닌 채 끊임없이 무리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나약함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그들의 승부욕과 성취욕 또한 황당하고 기발하며 무모해 동물세계 속 수컷의 그것과 다름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남자'라는 같은 종끼리 함께 어울리고 생활하는 동안도 끊임없이 자신들의 영역표시에 혈안이 되고, 그 속에서 쾌감을 찾는, 마치 암컷을 많이 거느린 숫사자가 되길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 아이러니는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남자가 그렇단다.

읽어 갈수록 기막힌 남자라는 존재에 대해 얼굴 마주보고 물어 볼 수 없었던 수많은 수수께끼를 낱낱이 풀어 주는 책의 재미는 무진했다. 더구나 '왜 그래야만 하는데?' 라고 물어보며 내 얼굴이 벌게질 이유도 없고, 궁금해 하는 나를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점잔 떨며 아는 체 고개만 끄덕일 필요도 없다. 가끔씩 눈 한번 질끈 감아주고, 혼자 피식 웃다보면 저자 에릭 헤그만이 알아서 거침없이, 솔직하게 은밀한 부분까지 자기 친구들의 예까지 들어가며 남자를 말한다.

하지만 지난 날의 내 무지에 지극한 실망감과, 앞으론 절대 남자에 대한 '환상'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란 결론에 도달했다면 이제서야 '남자'를 너무 많이 알게 된 것 일까?

그러나 이 책은 <남자는 다 그래!> 란 한마디로 끝낼 수 있을만큼 너무도 친절하게 단락단락 조분조분 남자들을 쉼없이 까발려 놓았지만 결코 천박하거나 끈적이지 않는다.

남자라는 존재의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움. 틈틈히 주어지는 유쾌한 퀴즈풀이 같은 질문과 해답. 끈적이고 텁텁함이 아닌 체험을 바탕으로한 유쾌하고 솔직한 이야기들. 우리들과는 다른 가치관과 다른 섹스 문화가 존재하는 지구 반대편 장소라는 곳의 이질감만 슬쩍 제거한다면 남자인 그들의 세상이 바로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야말로 읽으면서 킬킬거리기만 하면 되고,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라고 간간히 맞장구를 쳐대다 보면 '남자! 게이 사피엔스 페니스 종' 그들의 세계를 샅샅이 꿰게 된다.

그리고 책을 덮는 마지막엔 독자로서 작은 예의 하나만 갖추면 되리라. '이제서야 왜 이런 책이 나온 거야? 어쩌다 내가 그런 인간을 만나 그 마음 고생을 했을까. 아쉽다!" 그리고 남자들을 향해 당당히 외칠 수 있다. "남자는 다 그래!" 더불어 처음 서두에 거창하게 나에게 고착된 '남자'란 의식에 대해 아주 가볍게 이별을 고했다. "안녕, 잘 가시라 고상한 남자야!"

그러나 책을 덮는 마지막 인사를 그렇게 재미없게 하도록 저자 에릭 헤그만은 '남자'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의 기발함에 한참을 포복절도 하며 혼자 웃었던 표현.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한 남자란 존재에 대한 완벽하고 적나라한 정의.

"생긴 것도 멋있고 값도 비싸지만, 멀티스태킹이 불가능한, 한 프로그램 이상을 구동시키고 싶어하지도 또 그럴 능력도 없는 존재. '매킨토씨!"

특별한 남자의 남자론
아주 특별한 남자 까발리기

지은이 / 에릭 헤그만
1960년에 태어났고 현재 함부르크에서 파트너 관계, 데이트, 문화, 멀티미디어 등을 주안점으로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프리랜서 기자 및 저술가다. 1986년 뮌헨의 사설방송 에우레카 TV, 타일레 5를 시작으로 언론에 출연하였고, 그 후 출판 및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겼다. 함부르크의 온라인 중매소 엘리테에서 데이트 전문가로 이메일 상탐 및 전화 상담을 하고 있으며, 휘트니스, 철인 3종 경기 트레이너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고, 오토바이와 만화, 친구들을 아끼는 멋진 싱글맨이다. 저서로는 상담을 통해 얻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데이트 현장을 공개하는 <온라인 데이팅>, 400여회 인터뷰를 통해 데이트의 규칙을 밝힌 <데이팅 규칙>이 있고, 공저로는 <스파이시 웹사이츠: 웹 무대에 성공적으로 등장하는 비결>이 있다.

옮긴이 / 장혜경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학술교류처(DAAD)의 장학생으로 독일 하노버에서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는 <역사의 사기꾼들>, <내 안의 돼지개 권터>, <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 <오노 요코>, <부의 세계사> 등이 있다.

그린이 / 황기홍
시사만화가. 주간 <뉴스메이커>에 '황기홍의 시사만화경', 일간 <데일리 줌>에 '만화로 보는 화씨 9.11' 을 연재했다. 2006 경향신문 신인작가상 시사만화부문에 당선되었고, 동주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만화를 가르쳤다.

펴낸곳 / 편북스
총 253쪽
가격 / 7800원 / 양지혜

남자는 다 그래! - 아주 특별한 남자의 남자 까발리기

에릭 헤그만 지음, 장혜경 옮김, 황기홍 그림, 펀북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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