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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가회로 15(재동 83)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 권우성

1년 여 간 논란이 있었던 신문법(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과 언론중재법(언론피해구제 및 중재에 관한 법률)의 헌법 소원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다.

한쪽에서는 헌법 소원이 말도 안 된다고 했지만 청구자들은 이십 여 개의 조항들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뚜껑을 열어 보니 시장지배적 사업자 관련 조항과 특정인의 복수 신문 소유조항, 정정보도 청구의 가처분 절차 조항 등에 대해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났다.

두세 개 조항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판정이 났으니 신문법이나 언론중재법을 추진했던 주체들로서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신문법 주요조항 위헌'이라는 제목으로 나가고 있는 보도들을 보면서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전술한 바와 같이 이십 여 개 조항을 무더기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던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의 행태를 가지고 산술적인 이해득실만을 따져보면 이번 판결은 조·동이 무리한 위헌 주장을 해왔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에 불과하다. 물론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조항은 주요조항이고 이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났다는 점에 대해서는 헌재의 결정이 옳은가 따져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전에 헌법소원 청구자들이 얼마나 억지스러운 위헌 주장을 했는가 살펴보자.

조·동이 위헌 주장했던 이십 여개 항목들을 대략 분류해도 신문법에서는 공정성·공익성, 편집권 보호, 독자 이익 보호, 신문방송 겸영금지, 자료신고,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등과 관련한 것들이고, 언론중재법에서는 언론의 공적 책임, 고충처리인, 정정보도 청구권 제도 관련 조항들이다.

일반적인 원칙으로서 신문이 공정하고 공익적이어야 한다는 것도, 독자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도,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해서 여론다양성을 보장하겠다는 것도, 신문방송의 경영이 투명해야 한다는 것도, 신문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 국가와 사회가 기금을 마련하여 지원하겠다는 것도 일정부분 그들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억지 위헌 주장을 해왔음이 이번 헌재 결정으로 판명된 것이다.

그럼에도 주요 조항이 위헌이라는 식으로 이번 판결을 규정지을 수 있는가. 이런 표현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지는 않을까 조심해야 한다. 신문법은 기본적으로 합헌이었다는 해석이 맞을 것이다.

'신문법 기본적으로 합헌' 확인

▲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린 지난 4월 6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는 시민단체와 언론인들이 나와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의 헌법소원 제기를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그럼 위헌 판결이 났다는 것들 중에서 주요 조항인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조항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조항은 기존 공정거래법과 달리 신문산업의 경우 1개 사업자, 3개 사업자의 시장지배를 규정하는 기준을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각각 50%에서 30%로, 75%에서 60%로 낮춘 것이었다. 그리고 점유율에 따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시장의 경쟁 상황을 고려하여 지배적 사업자로 판단하는 단계를 거쳐 확정하였을 때, 이들이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다른 사업자에 비해 과징금을 더 내는 불이익을 받고, 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뿐이다.

입법자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조항을 신문법에 포함시켰던 이유가 뭘까? 첫째 심각한 신문들의 불공정 행위 특히 시장점유율이 높은 신문들의 행태 때문이다. '자전거 신문', '비데 신문'이라는 비아냥거림은 언론계 사람들만이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가장 많이 한 신문들이 1등 신문을, 정론지를 외치는, 발행부수에서 선도한다는 신문들이다. 이들 신문들의 행태가 가장 심각했기 때문에 그 여파도 컸고, 쉽게 잦아들지도 않았던 것이다.

둘째 전술한 바와 같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면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제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계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셋째, 기금을 통해 어떤 산업을 지원한다면 존재 필요성이 있으나 경쟁력이 떨어져서 진흥시킬 필요가 있는 기업 또는 산업을 대상으로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기업보다는 그렇지 못한 기업에 지원하는 것이 정도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헌재는 '발행부수만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평가하고 서로 다른 경향을 가진 신문들에 대한 개별적 선호도를 합쳐 하나의 시장으로 묶고 있는 점, 신문의 시장지배적 지위는 독자의 개별적, 정신적 선택에 의해 형성되는 것인 만큼 불공정 행위를 초래할 위험성이 특별히 크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제17조는 신문사업자의 평등권과 신문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조항은 전술한 바와 같이 시장 교란 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판단이 된다. 서로 다른 경향을 가진 신문들이라 할지라도 시장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또 헌재가 판결에서 사용한 '독자의 개별적, 정신적 선택' 바로 그것을 가로막는 불공정 행위를 할 수 있는 신문들의 행태를 막아보고자 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었다. 따라서 신문시장에서 30%, 60%의 지배력이 시장을 좌우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게다가 전세계에 50%, 75%를 기준으로 하는 나라만이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 수치는 입법자의 재량권에 해당하는 부분인 것이다. 50%와 75%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것이다. 절대적이지 않은 기준을 가지고 평등권을 판단하는 것은 헌재가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놓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조항 단순 삭제 안 된다

신문의 지배력은 물론 경제적인 것만은 아니다. 정신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따라서 한 신문이 신문으로 이루어지는 여론 시장의 30%이상을 지배하고 있다면 그게 민주주의 사회에서 바람직한 것인가? 하물며 그 시장 지배력이 불공정행위를 통해서 획득된 것이라면 더욱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유럽에서 신문의 지배력을 30% 이하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 지점에서 입법자들도 동의했던 것이다. 헌재가 아무리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이지만 입법자의 재량권에 속하는 영역을 단순 평등 논리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여하튼 법은 법이라서 헌재의 판결을 전제로 앞으로 신문법 개정이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시장지배적 사업자 조항은 그 순기능을 생각할 때 단순 삭제로 가서는 안 된다. 그 조항의 입법 취지를 다시 새기면서 묘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이번 기회를 반쪽짜리 법이라는 오명을 받아 왔던 신문법을 온전한 법으로 개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김서중 교수
신문법은 헌법재판소가 인정하였던 것처럼 공정성, 공익성, 편집권 보호 등을 통한 여론 다양성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입법 과정에서 정치적 타협으로 인해 빠진 조항들이 있다. 특히 특정인의 신문 지배를 막기 위한 소유지분 분산 조항 같은 것은 이제 본격적으로 재논의를 해야 할 사항이라고 하겠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성공회신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이며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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