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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들이 여섯 살, 다섯 살일 때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림.
딸 아들이 여섯 살, 다섯 살일 때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림. ⓒ 정판수
지금 아들은 군인이고, 전방에 근무하고 있다. 그런 아들이 우리 부부에게 본격적으로 독립군이라 불린 건 군 입대 뒤부터지만 독립군 노릇(?)을 한 지는 4년이나 된다. 서울에 있는 대학(결코 서울대학교가 아니다)에 합격한 바람에 서울로 가고 난 뒤부터였다.

그때부터 돈이 필요하면 전화를 해왔다. 반대로 용돈의 여유가 있으면 전화가 없었다. 하도 그런 일이 빈번해지던 어느 날, 평소 안부 전화 한 통 없던 차, 한 달여 만에 전화하여 또 돈을 요구하는 내용을 듣고 있다가 내가 아내로부터 전화기를 빼앗아 말했다.

"야 이 녀석아, 네가 독립군이니? 조국을 위해 부모와 처자식을 놔두고 머나먼 타국 땅에 가 싸우다가 군자금이 필요하면 연락을 보내듯이 하니 말이야 …."

군 입대 직전 가족회식을 할 때 군생활의 자신감을 드러낸 그림
군 입대 직전 가족회식을 할 때 군생활의 자신감을 드러낸 그림 ⓒ 정판수
그 뒤로 아들은 독립군 아닌 독립군이 되었다. 학교 다닐 때나 군인인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며칠 뒤 병장 진급을 앞두고 있어 여유가 좀 있어도 전화는 졸병 때나 마찬가지로 군자금(주로 친구들에게 전화하기 위한 전화카드 금액 등)이 필요할 때만 건다.

딸은 다르다. 너무 자주 걸어 손전화 요금이 걱정될 정도다. 또 전화해서는 아들처럼 용건만 간단히 말하지 않는다. 시시콜콜 자기에게 있었던 일을 다 고백(?)한다. 제 엄마와 주고받는 걸 듣고 있노라면 어떻게 매일 전화하는데도 그리 할 말이 많은지 ….

현재 전방에 근무하는 모습을 상상하여 그림.
현재 전방에 근무하는 모습을 상상하여 그림. ⓒ 정판수
독립군인 아들과 수다쟁이인 딸, 둘 다 우리 부부에겐 나름의 의미를 준다. 싹싹한 딸은 제 엄마와 대화 상대가 돼 서로의 스트레스를 풀고, 아들은 그 말수의 묵직한 만큼이나 듬직하다.

요즘 독립군 아들을 달리 생각해본다. 전화가 그만큼 없다는 건 자신의 맡은 일에 충실하다는 뜻으로, 부모보다 친구에게 더 전화 많이 하는 건 그만큼 교우 관계를 넓혀가고 있다고. 그래서 남은 기간 동안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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